오피니언 코넥스는 코스닥의 피난처가 아니다

오피니언 데스크 칼럼 남영동에서

코넥스는 코스닥의 피난처가 아니다

등록 2026.09.16 13:06

이지숙

  기자

reporter


2013년 21개 기업과 함께 출범한 코넥스의 역할은 명확했다. 코넥스는 코스닥에 곧바로 입성하기 어려운 초기·중소기업을 코넥스에 상장시킨 뒤 코스닥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돕는 '성장 사다리'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출범 13년이 지난 지금 이 '성장 사다리'가 거꾸로 놓일 위기에 처했다.

지난 14일 코스닥 기업 신라에스지는 한국거래소 코넥스시장부에 신규상장 심사를 위한 사전협의를 신청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앞서 지난 7월 금융당국이 강화된 코스닥 상장폐지 요건을 시행한데 따른 것이다. 신라에스지의 지난 14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상장 유지 기준인 200억원에 크게 못미친 42억원에 불과했다.

당국은 코스닥 상장폐지 시가총액 기준을 기존 15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높였으며 200억원 미만 상태가 30거래일 연속 이어지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도록 했다. 이후 90거래일 이내 200억원 이상을 45거래일 연속 유지하지 못하면 상장폐지된다. 주가가 1000원 미만인 '동전주'도 같은 방식으로 상장폐지 요건이 신설됐다.

단 하반기부터 시황이 악화되며 상장폐지 기업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제기되자 당국은 제도 보완에 나섰다. 일정 재무요건을 갖춘 기업은 정리매매 없이 코넥스 시장으로 이전 상장을 허용해 상장폐지 충격을 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문제는 코스닥에서 밀려난 기업들을 받아내야 하는 코넥스다. 지금까지 코넥스의 성격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 모이는 시장' 이었으나 앞으로 '코스닥에서 퇴출되는 기업이 내려오는 시장'이라는 인식이 굳어질 수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집계 기준 시총 200억원 미만 코스닥 기업 97곳 가운데 43곳(44.3%)이 코넥스 이전상장 요건을 충족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현재 코넥스 상장사 108곳의 약 40%에 해당하는 규모다. 더군다나 코넥스의 경우 신규 상장 기업 수도 점차 줄고 있다. 코넥스 신규상장 기업은 2023년 14곳에서 2024년 6곳, 2025년 4곳, 올해는 3곳에 불과했다.

유동성도 걸림돌이다. 지난 8월 기준 코넥스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9억3000만원, 거래량은 27만3000주로 집계됐다. 코스닥에서 코넥스로 이동해도 실질적으로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기 힘든 상황인 것이다.

코스닥에서 코넥스로 내려오는 길은 넓어졌으나,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올라가는 길은 오히려 좁아지고 있다. 올해 코넥스에서 사다리를 타고 코스닥으로 올라온 기업은 전무하다.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상장을 완료한 기업의 수는 2021년 13곳에서 2023년 7곳, 2025년 4곳으로 지속 감소하고 있다.

물론 코스닥에서 퇴출 위기에 처한 기업에게도 퇴로는 필요하다. 상장폐지에 따른 기업과 투자자의 충격을 완화해야 한다는 취지에도 공감한다.

단 그 역할을 코넥스에 전적으로 맡기는 것이 적절한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미 유동성이 마른 코넥스에 코스닥에서 밀려난 기업들이 추가된다고 해서 시장이 활성되는 것도 아니다.

상장폐지 위험에 처한 기업들에게는 기회를 주되, 코넥스의 정체성은 더 선명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코넥스 시장 내 혁신기업에게는 코스닥으로 올라갈 수 있는 유인책을 주고, 코스닥에서 밀려난 기업은 별도의 요건과 관리체계를 두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2013년 코넥스에 기대했던 것은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아니라 위로 올라가는 사다리였다. 코넥스가 코스닥의 '피난처'가 되어서는 안 된다. '성장 사다리'와 '재기 통로'는 구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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