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숫자로 증명한 '소비자보호' 1년···금감원 "체감 내재화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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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증명한 '소비자보호' 1년···금감원 "체감 내재화가 과제"

등록 2026.09.17 14:22

김다정

  기자

"하드웨어 갖췄지만 갈 길 멀다"···'소비자보호 원년' 1년의 재평가실질적 성과에도···여전한 금융권 '단기 실적주의' 영업에 경고장

그래픽=금감원 제공그래픽=금감원 제공

"지난 1년간 하드웨어적 시스템 구축은 진행됐지만, 남은 기간 동안 얼마나 내실화해 금융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느냐가 중요한 숙제다."(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금융감독원이 금융소비자 보호를 조직 최우선 가치로 삼는 전면 쇄신에 착수한 지 1년이 지났다. 올해를 실질적인 '금융소비자보호' 원년으로 삼아, 관행적 감독 방식을 버리고 상품 설계부터 민원·검사까지 아우르는 소비자 중심 체계로 감독 체질을 바꾸고 있다.

숫자로 확인되는 성과도 나왔다. 하지만 갈 길은 아직 멀다. 금감원도 지난 1년간의 성과를 완성된 소비자보호 체계로 평가하지 않는다. 지금까지는 조직·시스템이라는 '하드웨어'를 갖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앞으로는 이 체계가 금융권 영업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이 과제라는 판단이다.

사후 구제서 '사전 예방'으로···조직 개편·거버넌스 구축


과거 소비자보호는 피해가 발생한 이후의 사후 구제와 분쟁 조율에 집중되었다면, 지난 1년간의 금감원의 감독행정은 금융상품의 제조·설계 단계부터 판매, 사후관리에 이르는 전(全) 생애주기에 걸쳐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는 '사전예방적 감독체계'로 완전히 전환된 것이 핵심이다.

올해 초 대규모 조직개편을 통해 소비자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두고, 단순한 민원 처리를 넘어 감독·검사·분쟁조정까지 업무 전 과정이 신속하고 유기적으로 연계·운영되도록 '원스톱' 대응 체제를 구축했다.

민원·분쟁을 개별 소비자에 대한 사후 구제에 그치지 않고, 금융회사의 영업관행과 제도 개선으로 연결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가장 크게 달라진 점 중 하나다.

실제로 지난해 7월부터 올해 8월까지 총 94건의 소비자 의견 및 민원·분쟁이 제도 개선에 반영됐다. 소비자 불이익을 예방하는 조치가 28건으로 가장 많았고, ▲금융자산 보호 15건 ▲피해구제 12건 ▲취약계층 보호 11건 등이 뒤를 이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은행권의 ETF(상장지수펀드)와 주가연계예금(ELD)이 있다. 은행에서 ETF 신탁과 ELD에 가입하는 과정에서 수수료나 수익구조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않고, 자동 매도로 추가 수익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민원이 제기되자, 현재 주요 은행을 대상으로 현장검사에 들어간 상황이다.

이와 함께 금융소비자보호 자문위원회, 소비자위험대응협의회, 분쟁조정위원회 정례화 등을 통해 소비자보호 거버넌스를 구축했다.

올해 분쟁조정위원회에서는 장기간 피해구제가 어려웠던 '티메프 사태' 관련 여행·항공권 결제건에 대해 청약철회권을 인정하며 총 1만1696건에 대해 132억2000만원 규모의 환급 결정을 이끌어냈다.

AI 무장한 민생범죄 차단···피해 예방·구제 성과 가시화


민생금융범죄 대응에서도 사전 예방의 색깔이 짙어졌다. 특히 인공지능(AI)를 활용해서 '선제적 차단→신속한 수사·단속→피해구제'로 이어지는 종합대응체계를 구축했다.

보이스피싱 정보 유통·분석 플랫폼(ASAP)을 구축해 지난 1년간 46만3000건의 정보를 공유하고 7009개 계좌에 대해 지급정지 조치를 취한 것이 대표적인 성과다. 이를 통해 약 663억6000만원의 피해를 예방한 것으로 추산된다.

온라인 불법금융광고를 AI가 더욱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내 차단하는 감시체계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불법추심·유심매매 등 신종 불법 유형을 반영해 검색 키워드를 기존 88개에서 209개로 확대하는 등 데이터 수집기반을 강화하는 동시에 AI학습 범위를 확대·고도화하고 있다. 또 주요 플랫폼사와 핫라인을 구축해 불법광고를 신속하게 차단하고 있다.

불법 사금융에 대해서는 한 번의 신고로 초동조치, 채무자 대리인 신청, 수사의뢰까지 모두 적용되는 '원스톱 지원체계'를 마련해 압박 수위를 높였다. SNS 계정을 통한 불법추심에도 대응하도록 초동조치를 강화해 카카오톡·라인·텔레그램 등 총 1360건 추심중단 조치를 취했다.

또 개정 대부업법상 반사회적 대부계약 해당 시 무효임을 통보하고, 무효화 소송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금감원장 명의의 무효확인서 430건을 발급하고, 469건을 수사의뢰하는 한편, 연 164.2% 대부계약 건에 대한 원리금 932만 원 전액 반환 승소판결로 이어지는 등 실질적인 피해회복 성과를 시현했다.

금융권 단기 실적주의 타파···"시스템 내제화 과제"


금감원이 지난 1년의 성과를 설명하면서도 가장 강조한 부분은 앞으로의 과제다. 조직과 제도라는 하드웨어가 갖춰진 만큼 이제는 금융회사의 행동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금융소비자보호의 DNA 확산과 시스템 구축 측면에서 자리잡아가고 있다"며 "금융 상품의 설계·제조 시점부터 소비자보호가 이뤄질 수 있도록 시야를 넓혀왔다는 점과 민생경제 부문에서 종합적이고 주도적으로 업무를 하고 있다는 점이 이전과 달라졌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도 "시스템이 실제로 작동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소비자들이 실효성있게 체감할 수 있도록 내제화하는 게 앞으로의 가장 큰 과제"라고 강조했다.

특히 금융회사의 상품 판·유인 구조가 여전히 소비자 이익보다는 단기 실적 중심으로 운영되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은행권 ETF 신탁이다. 금감원 점검 결과 해당 상품의 평균 보유기간은 42일이었고 94.6%가 6개월 이내 매도됐다. 반면 단기 보유에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 있는 선취수수료 방식의 거래가 91.7%를 차지했다.

금감원은 이를 단순히 소비자의 투자 성향 문제로 결론 내리지 않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현장검사를 통해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단기 거래를 선택했는지, 충분한 설명을 받고 결정했는지, 금융회사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권유가 있었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 추후 제도개선 TF를 운영할 예정이다.

상품 출시 과정에서 영업부서와 리스크관리 부서의 힘의 균형을 맞추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금감원은 금융회사 내부에서 여전히 실적의 무게 때문에 영업부서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클 수 있다고 보고 금융소비자보호 총괄책임자(CCO)의 권한 강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이 수석부원장은 CCO의 거부권 역시 형식적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한 번 더 내부적으로 걸러내는 과정을 거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향후 금융회사가 상품 출시 과정에서 관련 절차를 적절하게 준수했는지 등을 점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급변하는 디지털·AI 환경···"진화하는 범죄 맞춰 감독 역량 고도화해야"


디지털 금융·AI 등 새로운 금융환경에 대한 감독 역량도 2년 차 과제로 꼽힌다. 금감원도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지만 아직 완성 단계는 아니다.

금감원은 정보기술(IT) 해킹과 정보유출 등에 대응하기 위한 통합 관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AI 위험관리 프레임워크를 마련했다. 가상자산 시장에서도 AI를 활용한 불공정거래 감시·조사 기능을 고도화하고 있다. AI를 민원·분쟁 분류와 금융회사 업무보고서 분석 등 금감원 내부 업무에 확대 적용하고 있다.

이세훈 수석부원장은 "AI 위험이 아직 구체적으로 현실화된 사례가 그렇게 많지 않다"며 "실전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느냐는 아직 미지의 영역"이라고 했다.

실제 위험이 발생했을 때 기존 프레임워크를 적용하고 문제점을 보완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설명이다. 민생금융범죄 역시 마찬가지다. 범죄 수법이 고도화되고 새로운 유형이 계속 등장하는 만큼 감독당국의 대응 속도가 범죄 진화 속도를 따라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수석부원장은 "감독역량이 적시에 따라가는 게 중요하다"며 "디지털 금융으로 급변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감독할 것인지에 대한 역량 확보가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불법사금융 피해에 노출된 경우 금융감독원(1332)에 신고하여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며, 과다채무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에 서민금융진흥원(1397) 또는 신용회복위원회(1600-5500)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연이율 60% 초과 대부계약은 원금과 이자 모두 무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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