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238억 보수보다 중요한 '업무의 경계'···DB하이텍 오너 책임 2심 쟁점화

산업 재계

238억 보수보다 중요한 '업무의 경계'···DB하이텍 오너 책임 2심 쟁점화

등록 2026.09.18 15:23

신지훈

  기자

오너 일가의 업무 범위 핵심 쟁점 부상경제개혁연대, 주주대표소송 제기DB하이텍-DB그룹 업무 구분이 관건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김준기 DB그룹 창업회장과 김남호 DB그룹 명예회장이 DB하이텍에서 받은 238억원 규모 보수를 둘러싼 주주대표소송이 항소심에 들어가면서 오너 일가의 업무 범위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1심이 두 사람의 실제 경영 관여 여부와 보수의 과다성을 따졌다면, 항소심에서는 이들이 수행한 업무가 DB하이텍을 위한 것이었는지, DB그룹 전체를 위한 것이었는지를 구분하는 문제가 핵심으로 부상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인천재판부 제2민사부(정윤형·강병하·임동환)는 지난 17일 경제개혁연대와 DB하이텍 소액주주들이 김준기·김남호·조기석·양승주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번 소송은 김 창업회장과 김 명예회장이 DB하이텍에서 받은 보수가 적정했는지, 이 과정에서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는지를 둘러싼 주주대표소송이다. 원고 측은 두 사람이 등기임원이 아닌 상태에서 상당한 보수를 받았고 실제 수행한 업무와 보수 사이에 합리적인 비례관계가 없었다고 주장해왔다.

1심 재판부는 원고 일부에 대해서는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고 보고 소를 각하했고, 나머지 청구는 기각했다. 두 사람이 실제 회사 업무를 수행하지 않은 채 보수를 받았거나 직무와 합리적인 비례관계를 벗어난 수준의 보수를 받았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DB하이텍이 자체적인 임원 보수 기준을 마련해 운영했고, 회사의 자본금·매출액·영업이익·당기순이익 등을 고려할 때 지급된 보수가 회사 재산의 훼손이나 낭비에 이를 정도로 과도하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봤다.

항소심에서 원고 측이 다시 문제 삼는 것은 두 사람의 '업무'다. 단순히 DB하이텍 경영에 관여했다는 사실만으로 보수의 정당성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김 창업회장과 김 명예회장이 그룹 전체의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였던 만큼, 이들이 수행한 업무가 DB하이텍의 개별 경영 활동인지 그룹 차원의 경영 활동인지 구분해야 한다는 취지다.

재무구조 개선이나 전문인력 영입, 연구개발 투자, 인수합병(M&A), 임원 인사 등에 관여했더라도 해당 의사결정이 DB하이텍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는지, 그룹 전체의 이해관계를 위한 것이었는지에 따라 법적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가 첫 변론에서 주목한 부분도 이 지점이다. 재판부는 보수 규모의 적정성을 판단하기에 앞서 김 창업회장과 김 명예회장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적 근거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상법 제401조의2는 업무집행지시자 등을 유형별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두 사람이 구체적으로 어떤 유형에 해당하는지, 또 보수 지급 과정에서 어떤 업무를 집행하거나 지시했는지를 원고 측이 특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원고 측에 다음 변론기일까지 두 사람의 업무집행지시자 해당 유형과 구체적인 업무 관여 행위를 정리해 제출하도록 했다.

원고 측은 DB그룹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한 기업집단 관련 자료 등을 추가로 제출해 두 사람의 그룹 내 역할과 DB하이텍 업무의 관계를 입증할 계획이다.

피고 측은 두 사람이 DB하이텍 경영에 실질적으로 참여했고 회사 업무 수행의 대가로 내부 절차에 따라 보수를 지급받았다고 맞섰다. 김 창업회장은 DB하이텍 설립 이후 사업 운영과 재무구조 개선 등에 관여했고, 김 명예회장 역시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했다는 것이다. 재무구조 개선과 전문인력 영입, 연구개발 투자, M&A, 임원 인사 등도 DB하이텍의 사업 경쟁력과 직접 연결된 경영활동이라는 입장이다. 보수 역시 2021년 1월 이사회 승인을 거쳐 마련한 임원 보수 규정에 따라 결정한 만큼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번 항소심의 쟁점은 단순히 238억원이 많으냐 적으냐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오너가 그룹 차원에서 수행한 경영활동을 개별 계열사의 업무로 어디까지 인정할 수 있는지, 이를 근거로 계열사가 지급한 보수에 대해 오너 일가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그룹 총수가 계열사 경영에 관여하는 국내 대기업의 특성상 이번 판단은 향후 계열사 보수 지급과 총수 일가의 책임 범위를 둘러싼 판단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그룹 차원의 경영과 계열사 경영을 현실적으로 완전히 분리하기 어려운 만큼 결국 실제로 어떤 업무를 수행했고 그 업무의 이익이 어디에 귀속됐는지를 구체적으로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