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내 로보택시 기업 아폴로고는 자동차를 생산하지 않지만 실질적으로는 제품을 만든다. 이른바 '위탁생산' 개념을 도입한 덕분인데 로보택시로 사용되는 자동차 'RT6'를 만들어주는 곳은 완성차기업 장링자동차다.
아폴로고 모기업인 바이두의 자율주행 지능을 RT6에 담아 생산하면 아폴로고가 제품을 구입해 자신들의 유상운송 서비스에 투입한다. 위라이드 또한 자체 생산 시설은 없다. 필요한 자율주행 차의 생산은 광저우자동차에 요청하고 자신들은 고도화된 지능을 제공하는 데 주력한다. 당연히 공장에서 완성된 자동차는 위라이드의 로보택시 사업에 투입된다.
비슷한 사례는 구글의 로보택시 서비스 웨이모도 적극 활용한다. 구글은 로보택시 사업에 필요한 자율주행차의 생산을 현대차에 맡겼다. 현대차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공장에서 생산되는 아이오닉 5 전기차에 구글의 지능을 넣고 웨이모가 구매한다. 현대차 외에 다른 자동차기업에도 생산을 맡겨 차종 다양화를 모색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자율주행 지능 기업들이 완성차기업에게 맡길 위탁 생산 규모는 얼마나 될까?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지난 4월 내놓은 '글로벌 로보택시 판매 및 서비스 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35년까지 세계 각 도시에서 운행될 로보택시는 360만대에 달한다. 물론 골드만삭스처럼 600만대를 내다보는 곳도 있다. 글로벌 연간 신차 판매를 1억대로 볼 때 비중은 작지만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파급력이다. 로보택시 이용이 쉽거나 편리해질수록 단순 이동에 필요한 소유형 자동차의 판매가 줄어들 수밖에 없어서다.
보스턴컨설팅이 대도시를 대상으로 예측한 대체 시뮬레이션은 의미 심장한 결과를 나타냈다. 경제적으로 성숙한 대도시 영역에서 로보택시를 도입하면 도심 내 전체 통행량의 최대 85%가 감소한다. 로보택시 1대가 자가용 4~6대의 처분 효과를 내는 셈이다. MIT 인공지능연구소가 뉴욕시를 배경으로 추측한 연구에선 로보택시 3000대만으로도 뉴욕시 전체 및 개인 승용차 수요의 92%를 대체할 것으로 전망됐다. 개인 소유 차는 실질 가동률이 5%에 불과한데 비해 로보택시는 하루 최대 70%의 운행률을 보여 단순 계산으로도 개인 소유 자동차보다 최대 15배 많은 이동 수요를 충족할 수 있어서다.
여기서 고민을 떠안은 곳은 완성차기업이다. 지능 기업은 위탁 생산으로 얻어진 결과물을 오로지 유상운송에 투입할 뿐이다. 그런데 위탁 생산이 늘어날수록 정작 자동차기업의 생존 요소인 '직접 구매' 시장이 축소되는 결과로 연결된다. 따라서 생산자 또한 특정 지능 기업과만 손잡으면 오히려 손해다. 구글이 로보택시 차종 다양화를 위해 여러 완성차기업과 파트너십을 맺는 것처럼 완성차기업 또한 다양한 자율주행 기업과 협력 관계를 구축해 놓아야 한다. 동시에 자체 생존을 위한 지능 고도화에도 나서야 한다.
S&P모빌리티는 단기적으로 글로벌 신차 판매가 1억대를 넘을 것으로 전망한다. 시기는 2030년 전후다. 인도와 동남아, 남미 등이 정체된 신차 판매를 증가시킬 것으로 본다. 하지만 2035년 이후 로보택시가 1㎞당 자가용 유지비보다 저렴해지는 임계점에 도달하면 1억대에서 최대 20%인 2000만대가 사라지는 효과를 예측한다.
여기에 더해 인구학적으로 접근할 때 선진국 고령화, Z세대의 면허 취득율 감소, 소유 열망의 하락 등이 겹치면 최대 4000만대까지 감소할 수도 있다. 공장에서 자동차를 생산, 누군가에게 판매하고 싶어도 살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아울러 전동화로 전환되는 시장에 새롭게 뛰어드는 완성차기업도 늘어 글로벌 완성차기업의 재편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지난 2000년 자동차업계에 활활 타오른 전망은 2010년까지 세계 완성차기업 '10대 재편론'이다. 연간 500만대를 넘지 못하는 기업은 생존하지 못하고 인수 합병된다는 논리였다. 물론 결과는 절반의 성공과 실패로 남았다.
그러나 로보택시 활성화로 도입된 '피크 카(Peak Car)' 개념이 다시 10년 후 10대 기업 재편론에 불을 지피는 중이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공존한 과거와 달리 점차 소프트웨어의 지배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어서다. 완성차기업마다 미래전략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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