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상반기만 6200억 샜다···AI도 못 막는 보험사기, 왜?

금융 보험

상반기만 6200억 샜다···AI도 못 막는 보험사기, 왜?

등록 2026.09.29 16:45

이진실

  기자

상반기 보험사기 적발액 6200억···분쟁민원도 46% 증가삼성·DB·현대·KB손보, AI로 보험사기·민원 대응 강화사별 데이터·의료정보 접근 한계···기관 간 정보공유 필요성 커져

그래픽=이찬희 기자그래픽=이찬희 기자


보험사기 수법이 고도화되고 관련 민원마저 동반 급증하면서 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보험사들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알고리즘을 전면에 내세워 이상 징후 탐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파편화된 데이터와 까다로운 의료정보 접근성 한계에 부딪혀 '사전 예방'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62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9.1% 증가했다. 적발인원도 5만3865명으로 5.6% 늘었다.

보험사기는 손해보험업권에 집중됐다. 손보업권의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5825억원으로 전체의 94%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자동차보험이 46.4%, 장기보험이 42.7%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유형별로는 보험금을 과다 청구하는 등 사고조작이 61.3%로 가장 많았으며 허위사고(17.4%), 고의사고(13.9%)가 뒤를 이었다.

보험사기뿐 아니라 보험 관련 분쟁민원도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보험권 분쟁민원은 2만3395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46% 늘었다.

보험사들은 늘어나는 보험사기에 대응하기 위해 AI 활용을 확대하고 있다. 과거 보험사기 사례와 보험금 청구 데이터를 분석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사고 유형이나 비정상적인 청구 패턴을 선별하는 방식이다.

삼성화재는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해 보험금 청구 위험도와 보험사기 연계관계를 분석하고 있다. DB손해보험도 보험사기 네트워크 분석시스템인 'DB T-System'을 통해 조직형 보험사기 의심사례를 분석하고 수사의뢰 등에 활용하고 있다.

민원 대응에도 AI가 활용된다. 현대해상은 대내민원 정보를 텍스트 분석(TA) 기술과 예측모델로 분석해 대외민원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사례를 미리 파악하는 '대외민원 전환 예측 알리미'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KB손해보험은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AI 에이전트'를 도입해 사고 내용을 AI가 과실비율을 산정하고 신속하고 객관적인 보상을 가능하게 했다.

다만 AI를 활용하더라도 보험사가 보유한 데이터만으로는 보험사기를 사전에 걸러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보험사는 기본적으로 자사에 접수된 보험금 청구 정보만 확인할 수 있어 동일한 사람이 여러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하는 경우 전체적인 패턴을 파악하기 어렵다.

의료정보 접근 제한도 걸림돌이다. 보험사기 여부를 보다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해서는 진료·처방 등 의료 관련 데이터와 보험금 청구 데이터를 함께 분석할 필요가 있지만 개인정보 보호 등의 이유로 보험사가 의료정보를 폭넓게 활용하기는 어렵다.

보험업계에서는 보험사기 대응을 위해 보험사뿐 아니라 금융당국과 수사기관, 의료 관련 기관 간 데이터 공유와 공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6월 'AI 기반 보험사기 방지체계 구축 TF'를 출범하고 생성형 AI를 악용한 보험사기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손해보험협회와 국회도 지난 16일 '국회 보험범죄 방지 연구 포럼'을 열고 지능화·조직화되는 보험범죄에 대한 정책 및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이병래 손해보험협회 회장은 당시 "보험범죄는 개별 기관의 노력만으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국회와 정부, 수사기관, 연구기관, 보험업계가 긴밀히 협력해 범부처 차원의 체계적인 대응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기를 막기 위해 각사에서도 AI를 활용해 과거 사례에서 나타난 패턴을 학습하고 의심 사례를 선별하고 있다"며 "다만 보험사가 자체적으로 보유한 데이터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관련 기관 간 정보 공유가 활성화된다면 초기 단계에서 이상징후를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기로 인한 보험금 누수가 결국 선량한 소비자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업계뿐 아니라 당국 차원의 대응도 필요하다"며 "보험사기 처벌이 약하다는 인식이 있는 만큼 실효성 있는 처벌 강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