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바이오 경쟁약도 개발 중단···한미 '벨바라페닙' 독자개발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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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약도 개발 중단···한미 '벨바라페닙' 독자개발 시험대

등록 2026.10.02 17:13

이병현

  기자

에라스카, 3상 진입했던 '나포라페닙' 개발 중단···차세대 RAS 파이프라인으로 선회제넨텍 권리 반환 맞물려 경쟁 구도 재편···한미, 국내 45명 대상 병용 2상 속도

그래픽=홍연택 기자(챗GPT 활용)그래픽=홍연택 기자(챗GPT 활용)

한미약품의 표적항암제 후보물질 '벨바라페닙'이 글로벌 개발 환경의 급격한 지각변동 속에서 독자 노선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2일 한미약품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달 로슈 자회사인 제넨텍에서 벨바라페닙(belvarafenib, HM95573)의 글로벌 권리를 10년 만에 반환받았다. 지난 5월 가장 강력한 선행 경쟁약으로 꼽히던 에라스카의 '나포라페닙'도 임상 3상 단계에서 개발이 공식 중단됐다.

글로벌 선두권 파이프라인의 이탈로 시장 진입 압박은 다소 완화됐으나, 차세대 NRAS 표적 치료제의 추격도 만만치 않은 상태다. 향후 한미약품이 국내 임상 2상에서 도출할 데이터의 완성도가 파이프라인 재기의 열쇠가 될 전망이다.

한미약품은 최근 공시를 통해 제넨텍에서 벨바라페닙의 기술수출 계약 해지 및 권리 반환을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지난 2016년 체결된 이 계약은 총 9억1000만달러(약 1조2000억원) 규모였으며, 한미약품이 이미 확보한 계약금 8000만달러는 반환 의무가 없다. 양사는 오는 12월 27일 계약 종료 시점까지 권한 및 자료 이양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한미약품 측은 앞서 제넨텍의 개발 중단 방침이 공개됐던 만큼, 이번 조치는 계약상 정해진 수순을 밟는 행정적 종결 절차라는 입장이다.

주목할 대목은 같은 질환을 겨냥하던 글로벌 경쟁 파이프라인 역시 잇따라 브레이크가 걸렸다는 점이다. 미국 바이오텍 에라스카는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를 통해 노바티스에서 도입했던 RAF 억제제 나포라페닙의 개발을 공식 중단했다고 보고했다. 에라스카는 NRAS 변이 흑색종 환자를 대상으로 나포라페닙과 MEK 억제제 트라메티닙을 병용하는 글로벌 3상(SEACRAFT-2)을 진행하며 벨바라페닙보다 임상 단계에서 앞서 나갔다. 개발 중단 후에도 기존 임상 등록 환자에 대한 투약은 유지된다.

에라스카의 개발 중단 사유는 효능 부재라기보다 내부 R&D 포트폴리오의 우선순위 재조정이다. 다중 RAS 억제제 'ERAS-0015', KRAS 억제제 'ERAS-4001' 등 자체 개발 중인 차세대 RAS 자산에 연구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대규모 비용이 수반되는 3상 과제를 정리했다는 분석이다.

이로써 벨바라페닙은 글로벌 선두 주자의 조기 시장 선점에 따른 부담을 덜게 됐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경쟁 약물의 중단이 벨바라페닙에 꼭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글로벌 기술수출(L/O)을 재추진하거나 독자 상용화에 성공하려면, 빠르게 부상하는 신규 기전 치료제와 비교해 뚜렷한 임상적 우위를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NRAS 변이 흑색종 치료제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경쟁자는 여전히 포진하고 있다. 미국 릴레이 테라퓨틱스는 경구용 NRAS 선택적 억제제 'RLY-8161'의 임상 1·2상을 고형암 및 흑색종 환자군을 대상으로 진행 중이다. 중국의 경우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이 지난 2024년 상하이 커저우 파마슈티컬스의 MEK 억제제 '툰라메티닙'을 기존 면역항암제 치료에 실패한 NRAS 변이 진행성 흑색종 치료제로 조건부 승인하는 등 국소적 상용화 사례도 등장했다.

한미약품이 택한 돌파구는 현재 진행 중인 국내 임상 2상이다. 벨바라페닙은 세포 증식에 관여하는 MAPK 경로의 RAF 이합체를 차단하는 기전이다. 국내 2상은 NRAS 변이 국소 진행성·전이성 흑색종 환자 45명을 대상으로 벨바라페닙에 MEK 억제제 '코비메티닙'을 병용 투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암 성장 신호 전달의 상·하부를 동시에 차단해 치료 시너지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지난 2월 첫 환자 투약을 개시한 한미약품은 전국 10개 기관에서 2027년까지 환자 등록을 마치고, 2028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조건부 품목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초기 효능 데이터는 긍정적이다. 지난 2021년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발표된 임상 1b상 중간 결과에 따르면, 코비메티닙 병용 코호트 환자 13명 중 5명이 부분반응(PR)을 보여 38.5%의 객관적 반응률(ORR)을 나타냈다.

단독 투여 한계도 확인된 바 있다. 로슈가 주도한 글로벌 바구니형 임상 '타피스트리(TAPISTRY)' 2상에서 벨바라페닙은 BRAF 변이 고형암 환자 대상 단독 투여 시 독립심사위원회(IRC) 기준 확정 반응을 끌어내지 못했다. 이는 벨바라페닙의 상업적 가치가 단순 단독요법이 아닌, MEK 억제제 등과 연게한 '병용 전략'과 '특정 유전자 변이 타깃팅' 분야에서 입증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국내 2상은 대조군을 두지 않는 단일군 임상으로 설계됐다. 회사가 목표한 2028년 조건부 허가 및 상용화의 관건은 초기 1b상에서 관찰된 38%대의 종양 축소 반응이 45명의 환자군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재현되는지, 그리고 장기 투약이 가능할 수준의 안전성 프로파일을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신약개발 부문에서 권리 반환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혁신을 창출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라면서 "국내 임상 2상 시험을 순조롭게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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