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슈퍼카 DNA 지닌 MC퓨라의 매력GT2 스트라달레, 도로 위의 레이스카
오늘 소개할 두 대의 마세라티를 본격적으로 살펴보기 전, 이름부터 명쾌하게 짚고 넘어가죠. MC20의 부분변경 모델인 'MCPURA'는 '엠씨 퓨라'라고 읽습니다. '순수한, 찌꺼기가 섞이지 않은'이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Pura'처럼, 마세라티가 지향하는 영혼 본연의 순수함을 간직한 플래그십 슈퍼카입니다. 전작 MC20은 MC(마세라티 코르세, 모터스포츠 부문)와 공개년도를 붙였습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MC퓨라, 그리고 MC퓨라를 기반으로 오직 레이스 트랙의 광기를 도로 위에 합법적으로 이식해 놓은 공도용 레이스카, GT2 스트라달레입니다. '로드 리걸(Road-Legal,공도에서 주행 가능한)'이라는 거창한 해외 표현 대신, 우리 말로 딱 부러지게 풀어보자면 '번호판 달고 도로로 나온 레이스카' 정도로 부르면 아주 착 감기겠군요.
순수한 슈퍼카의 로망, MC퓨라
MC퓨라의 버터플라이 도어를 날개처럼 펼쳐 올리고 시트에 깊숙이 몸을 파묻듯 앉아봅니다. 문이 닫히는 순간 시야가 한층 낮아지고, 눈앞으로 펼쳐진 도로가 평소와는 전혀 다른 풍경으로 다가옵니다. 엉덩이는 지면에 바짝 붙어 있고 차체는 손을 뻗으면 닿을 듯 낮습니다. 슈퍼카를 탄다는 사실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몸이 먼저 알아챕니다.
출발하기 전부터 운전자의 신경을 곤두세우는 건 역시 낮은 차고입니다. 도로 위 작은 요철 하나도 괜히 크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다행히 스티어링 휠에 자리 잡은 지상고 조절(전륜 리프트) 버튼을 누르면 차체 앞부분이 제법 여유롭게 올라갑니다. 도심의 방지턱 앞에서 속도를 줄이고 버튼을 누르는 모습이 조금은 우스워 보여도, 슈퍼카 오너에게는 꽤나 든든한 생존 장비입니다.
시동을 걸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마세라티의 V6 트윈 터보 엔진 '네튜노'가 깨어나는 순간, 평범했던 도심의 공기가 묘하게 팽팽해집니다. 가속 페달을 지긋이 밟자 엔진음이 뒤에서 거칠게 밀려오고, 차체는 망설임 없이 앞으로 튀어나갑니다. 숫자로 표현되는 가속 성능보다 인상적인 건 그 과정입니다. 오른발의 작은 움직임에도 차가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속도가 붙을수록 차체가 노면을 더 단단하게 움켜쥐는 느낌이 선명합니다.
코너에서는 MC퓨라의 진짜 매력이 드러납니다. 낮게 깔린 차체와 탄탄한 하체가 만들어내는 안정감 덕분에 속도를 높여도 차가 쉽게 흐트러지지 않습니다. 스티어링 휠을 돌리는 만큼 차체가 자연스럽게 방향을 틀고, 코너를 빠져나오며 다시 가속 페달을 밟는 순간에는 V6 엔진의 힘이 등을 강하게 밀어붙입니다. 도심 도로가 어느새 작은 서킷처럼 느껴지는 순간입니다.
그렇다고 MC퓨라가 운전자의 일상을 완전히 포기한 차는 아닙니다. 전륜 리프트 같은 장치는 물론이고, 소중한 컵홀더도 존재하거든요. 슈퍼카치고는 의외로 운전자에게 필요한 것들을 곳곳에 남겨뒀습니다. 물론 이탈리아차답게 한두 군데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부분은 있습니다. 화장 거울이 조수석에만 있다거나 드라이브 모드 다이얼 조작감이 조금 더 직관적이면 좋겠다는 정도입니다. 하지만 운전석에 앉아 가속 페달을 밟는 순간에는 이런 사소한 아쉬움이 금세 뒷전으로 밀려납니다.
연비 역시 같은 맥락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시내에서는 리터당 2~4km, 고속도로에서 정속 주행을 이어가도 리터당 8km 안팎에 머뭅니다. 효율을 따지자면 선뜻 추천하기 어려운 숫자지만, MC퓨라의 성격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대가입니다. 기름을 태운 만큼 소리와 가속감, 그리고 운전자가 느끼는 감각으로 되돌아오죠.
서킷의 열정을 이식받다, GT2 스트라달레
이번엔 GT2 스트라달레로 옮겨 탔습니다. 실내에 들어서자마자 운전자를 압도하는 건 몸을 사정없이 쥐어짜는 사벨트 버킷 시트입니다. 그리고 한편에 또렷하게 새겨진 숫자, '1 of 914' 배지가 눈을 사로잡습니다. 여기서 '914'라는 숫자는 마세라티의 창립연도 1914년을 의미합니다. 동시에 전 세계에서 단 914대만 한정 생산되는 모델로, 마세라티의 오랜 역사와 희소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숫자죠.
실내를 둘러보다 헛웃음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MC퓨라에 유일하게 존재하던 마지막 자존심, '컵홀더'마저 GT2 스트라달레에서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이 차를 모실 예비 차주님들은 이제 텀블러 주머니를 챙기시거나 텀블러 생활화를 필수적으로 고안하셔야겠습니다.
외관은 MC퓨라의 기본 틀을 유지하고 있지만, 세부적인 디테일은 훨씬 더 기괴하고 공격적입니다. 앞 펜더에 뚫린 에어 벤트, 강력한 센터락 휠, 공기를 더 바짝 머금기 위해 곧게 선 리어 인테이크, 그리고 뒷모습을 지배하는 압도적인 크기의 리어 윙이 어우러져 "나 레이스카야!"라고 온몸으로 소리치고 있습니다.
컬러 매칭도 가히 예술적입니다. 멀리서 얼핏 보면 명랑한 노란색 차체인데, 빛을 받는 각도에 따라 오묘한 연파랑에서 부드러운 연보랏빛 잔향이 스르륵 피어오릅니다. 마법이라도 부린 듯 시선이 멈추는 오묘한 색감입니다. 여담인데 도로에서 정말로 많은 분들이 "따봉"을 날려주시더군요.
시동을 걸고 도로로 나섭니다. MC퓨라보다 기본 주행 감각이 훨씬 더 단단합니다. 가장 부드러운 스포츠 모드에 놓았음에도 척추를 타고 전해오는 서스펜션의 감각은 단단함을 넘어 강렬합니다. 노면의 자갈과 돌멩이가 휠하우스 내벽을 때리는 "딱! 딱! 딱!" 소리가 끊임없이 실내로 파고듭니다. 초고성능 미쉐린 컵2 타이어가 끈적하게 노면을 쥐어짜며 길바닥의 모든 돌멩이를 튕겨 올리는 소리입니다. 방음재 따위는 사치라는 듯, 차체 바닥에서 울리는 돌 치는 소리가 마치 서킷 한복판 콕핏에 앉아있는 듯한 현장감을 실시간으로 전달합니다.
스티어링 휠 상단에는 엔진 회전수에 맞춰 차례로 불이 들어오는 인디케이터가 자리합니다. 수동 변속 모드에서 변속 타이밍에 맞춰 불빛이 번쩍일 때마다 차와 내가 하나가 되는 듯한 피가 끓는 도파민이 샘솟습니다. 눈앞에서 불빛이 하나씩 차오를수록 심장도 함께 빨라지고, 어느새 다음 변속을 기다리는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죠.
GT2 스트라달레의 진가는 코르사 모드에서 드러납니다. 하나의 코르사 모드가 있는 MC퓨라와 달리, GT2는 총 4단계로 세분화했습니다. 단계를 올릴수록 차의 미끄러짐(슬립)을 허용하는 폭도 넓어집니다. 코너에 진입해 가속 페달을 조금 더 깊게 밟으면 뒤쪽이 살짝 흐르는 듯한 감각이 스티어링 휠을 타고 손끝에 전해지고, 전자제어가 개입하는 순간과 그렇지 않은 순간의 차이도 선명하게 느껴집니다. 전자제어의 개입을 단계적으로 풀어헤치며 운전자에게 더 많은 판단과 조작을 요구하는 이 세팅이 GT2 스트라달레가 왜 '공도용 레이스카'인지를 몸으로 실감하게 합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배기음입니다. 레이싱 유전자를 한껏 쥐어짜낸 차인 만큼 귀를 찢는 듯한 배기음을 은근히 기대했건만, 기대와 달리 MC퓨라와 비교했을 때 목청 크기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배기음의 톤이나 음량이 조금만 더 목청을 높여 질렀다면 어땠을까 하는 야속함이 살짝 남습니다. 다행히 이처럼 무지막지한 녀석에게도 은혜로운 리프트 기능이 빠지지 않고 들어갔습니다. 공도 위 나지막한 턱을 만날 때마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지 않아도 됩니다. 덕분에 훨씬 더 살벌한 녀석이지만 도심 주행에서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마세라티 MC퓨라와 GT2 스트라달레는 같은 뼈대에서 태어났지만 향하는 지향점은 명확히 다릅니다. MC퓨라는 도심과 고속도로, 그리고 간혹 찾아갈 서킷 사이의 균형을 사치스럽고 우아하게 어루만지는 '순수한 슈퍼카'입니다. 소소한 인포테인먼트의 아쉬움과 악마 같은 연비에도 불구하고, 가속 페달을 밟는 순간 마세라티 고유의 감성으로 모든 것을 용서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습니다.
GT2 스트라달레는 타협을 거부합니다. 컵홀더마저 빼버린 결기, 바닥을 때리는 돌멩이 소리, 척추를 자극하는 단단한 하체, 그리고 914대 한정판이 주는 희소성까지. 이 차는 공도라는 탈을 쓰고 있지만 속마음은 이미 레이스트랙의 붉은 코너를 향해 달리고 있는 날것 그대로의 짐승입니다. 그만큼 훨씬 더 잘생겼어요.
결국 둘 중 하나를 고르는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MC퓨라를 타고 나면 GT2 스트라달레가 궁금해지고, GT2 스트라달레에서 내리고 나면 다시 MC퓨라가 생각납니다. 마세라티는 같은 심장으로 이렇게 다른 욕심을 만들어냈습니다. 어느 쪽이든 지갑보다 먼저 마음이 움직이는 차라는 점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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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권지용 기자
senna@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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