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현대차그룹, 순환출자 풀 승계 시나리오···실탄 확보 관건

산업 자동차 정의선 취임 6년①

현대차그룹, 순환출자 풀 승계 시나리오···실탄 확보 관건

등록 2026.10.08 06:30

황예인

  기자

현대모비스 지분 확보가 핵심상속세 포함 최대 14조원 필요보스턴다이내믹스 IPO가 변수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취임 6주년을 앞두고 있다. 경영 전면에 나선 뒤 현대차그룹을 글로벌 완성차 '톱3' 반열에 올려놓으며 경영 성과를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기차와 제네시스 등 고부가가치 사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린 데 이어 인공지능(AI)과 로보틱스 등 미래 모빌리티로 사업 영역을 넓히며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 '테크 기업'으로의 체질 전환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정의선 체제'의 지배구조 개편은 아직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한 순환출자 구조가 남아 있고 정 회장의 현대모비스 직접 지분도 0.33%에 그친다. 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린 것과 별개로 오너의 안정적인 지배력을 확보하는 과제가 남아 있는 것이다.

핵심은 자금이다. 순환출자를 해소하고 정 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배력을 높이려면 수조원대 재원이 필요하다. 정몽구 명예회장의 지분 승계에 따른 상속세까지 감안하면 필요한 재원은 12조~14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시장이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업가치와 향후 기업공개(IPO)에 주목하는 이유다.

'순환출자' 못 끊은 정의선···지분 확보 과제


그래픽=이찬희 기자그래픽=이찬희 기자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 주요 대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지 못한 상태다. 계열사 간 출자 구조가 복잡해 지배구조 개편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온 이유다.

정 회장의 주요 계열사 지분은 현대차 2.73%, 기아 1.81%, 현대모비스 0.33%다.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에 있는 현대모비스 직접 지분이 1%에도 못 미친다.

핵심 고리는 기아가 쥐고 있다. 기아는 현대모비스 지분 18.1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정 회장이 기아 보유 현대모비스 지분을 직접 사들이면 '기아→현대모비스' 고리를 끊으면서 순환출자를 해소하고 현대모비스에 대한 직접 지배력도 높일 수 있다.

정 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 확대가 '정의선 체제'를 공고히 할 방안으로 거론되는 배경이다. 정 명예회장의 지분을 승계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지배력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 명예회장은 현대차 5.57%, 현대모비스 7.47%, 현대제철 11.8%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정 회장이 해당 지분을 승계할 경우 부담해야 할 상속세를 6조~8조원 수준으로 추산한다.

정 명예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 7.47%를 모두 승계하더라도 정 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은 약 7.8%에 그친다. 기아가 보유한 지분 18.10%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부친 지분 승계만으로 현대모비스에 대한 독자적인 지배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분할·합병 무산 8년···다시 떠오른 직접 매입


현대모비스 지분을 직접 사들이는 방식의 가장 큰 걸림돌은 재원이다.

현대모비스 시가총액을 약 34조원으로 단순 계산하면 기아가 보유한 18.10% 지분 가치는 약 6조2000억원이다. 정 회장이 이 지분을 전량 개인 자금으로 매입한다면 수조원 규모의 현금이 필요하다.

상속세 부담도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 상속세 6조~8조원과 현대모비스 지분 매입 비용을 단순 합산하면 12조~14조원 규모다. 실제 필요한 일시 재원은 상속세 납부 방식과 보유 자산 처분 여부, 거래 구조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2018년 지배구조 개편이 무산된 이후 시장에서 직접 매입 방식이 꾸준히 거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의 핵심 부품 사업부문과 모듈·AS 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한 뒤 분할 사업부문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정 회장의 지분율이 높은 현대글로비스의 몸집을 키워 그룹 지배구조를 재편하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분할·합병 과정에서 기업가치 평가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을 비롯한 해외 주주의 반대와 국내 주주들의 반발도 이어졌다. 결국 현대차그룹은 개편안을 철회했다.

이후 시장에서는 당시처럼 여러 계열사를 쪼개고 합치는 방식보다 정 회장이 직접 핵심 계열사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이 상대적으로 단순한 해법으로 거론돼왔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정 회장이 기아가 가진 현대모비스 지분을 직접 사들이는 방식은 시장의 잡음도 적고 깔끔한 해법"이라면서도 "지분 가치가 5조~6조원을 넘어서는 만큼 정 회장이 이를 감당할 현금을 당장 확보하고 있지 않다면 단독 매입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 승계 완성 위한 실탄 될까


현대차그룹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사진=현대차그룹 제공현대차그룹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수조원대 재원이 필요한 상황에서 시장의 시선은 보스턴다이내믹스로 향한다. 향후 IPO를 통해 기업가치를 현실화하면 정 회장이 보유한 지분 일부를 현금화해 지배구조 개편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2020년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보스턴다이내믹스는 그동안 높은 연구개발(R&D) 비용으로 적자를 이어왔다. 최근에는 휴머노이드 로봇 사업의 성장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기업가치에 대한 평가도 달라지고 있다.

올해 초 CES 2026에서 공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정교한 동작과 기동성을 선보이면서 기술력을 부각한 것도 기업가치 상승 기대를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업가치를 최소 30조원 이상으로 평가하는 시각도 있다.

정 회장의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도 최근 확대됐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와 정 회장이 일본 소프트뱅크가 보유하던 잔여 지분 9.65%를 전량 인수하기로 하면서다. 정 회장은 이 과정에서 약 1200억원을 추가 투입해 개인 지분율을 기존 22.6%에서 약 25%로 높이게 됐다.

IPO가 현실화하면 정 회장이 보유 지분 일부를 구주매출 방식으로 현금화할 가능성이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업가치가 높아질수록 정 회장이 보유한 지분 가치도 커진다. 상장 과정에서 확보한 자금을 상속세나 현대모비스 지분 매입에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다만 IPO 시점과 기업가치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당초 2027년 상장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아직 본격적인 수익을 내는 단계에 이르지 못한 만큼 사업 성과를 통한 기업가치 증명이 먼저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상장 시점이 2028년 이후로 늦춰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상장 이후 자금의 용처도 변수다. 정 회장이 개인 자금을 투입해 확보한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을 매각해 지배구조 개편 재원으로 활용한다면 책임경영이라는 명분을 내세울 수 있다. 반면 그룹 계열사의 자금과 R&D 역량이 투입된 미래 사업의 성과를 대주주 개인의 승계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지적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보스턴다이내믹스 상장 등을 통한 기업가치 재평가로 정 회장 개인의 자금력을 극대화하는 작업이 선행딜 것"이라며 "이후 시장의 비판을 최소화할 수 있는 강력한 주주환원책을 마련해 지배구조 개편의 정당성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