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실적 쌓았어도 불안'···연말 5대 은행장 인사, 해킹·지배구조 파고에 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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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쌓았어도 불안'···연말 5대 은행장 인사, 해킹·지배구조 파고에 요동

등록 2026.10.20 13:43

김다정

  기자

금감원 국감서 금융지주 회장 중심 인사 관행 도마실적·내부관리 놓고 5대 은행장 선택 엇갈려개인정보 유출 책임론까지···연말 연임 심사 변수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연말 주요 시중은행장들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은행권 최고경영자(CEO) 인선을 둘러싼 방정식이 점점 더 꼬여가고 있다. 지난달 KB금융지주 회장 인선 과정에서 '실적 우위' 대신 시스템 검증을 택한 파격적 변화 기류가 포착된 데다, 최근 금융가를 덮친 연쇄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인사의 결정적 변수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는 금융지주가의 회장 중심 독주 체제와 폐쇄적 지배구조를 향한 정당들의 집중 포화가 쏟아졌다.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의 독립적 견제 기능이 사실상 무력화되었다는 비판과 더불어, 회장의 심의 권한을 견제해야 할 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가 유명무실한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앞서 금감원 역시 금융지주 지배구조 특별점검을 통해 자회사 은행장 승계 절차의 미비점과 임추위의 정형화된 제한적 역할을 대표적 적폐로 꼬집은 바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대부분의 금융지주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가 수립한 자회사 CEO 승계 절차가 미흡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후보군 선정부터 검증·평가, 기록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은행장 연임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실적입니까, 내부관리입니까, 아니면 금융지주 회장의 의중입니까."

이날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은행장을 향한 질문은 연말 은행권 인사에 묵직한 화두를 던졌다. 경영 실적과 내부통제 역량이라는 객관적인 평가 기준 못지않게 금융지주 회장의 의중이 실제 인선 과정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둘러싼 문제의식이 담긴 것이다.

특히 이들 5대 은행장은 연임을 앞둔 직접 이해관계자라는 점에서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질문이다. 이환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강태영 NH농협은행장 등 5대 은행장의 임기는 모두 올해 말 종료된다.

금융지주 회장의 의중이 아니라 객관적인 기준으로 은행장을 선임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지만, 그 평가 기준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만으로 공정한 인사가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기준으로 경영 성과와 자질을 평가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원칙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동안 금융권 인사에서는 수익성과 자산 성장, 경영 목표 달성 여부 등 재무적 성과가 중요한 판단 요소로 작용해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견조한 실적만으로 연임을 장담하기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KB금융그룹의 차기 회장 인선은 이러한 분위기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KB금융은 양종희 현 회장이 견조한 경영 실적과 주주환원 확대를 이끌었음에도 연임 대신 이재근 부문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선택했다.

이날 국감에서도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KB금융의 회장 인선을 두고 "실적뿐 아니라 여러 기준으로 후보들을 검증하는 시스템이 작동한 모범 사례라고 볼 수 있느냐"고 묻자, 이 금감원장은 "그렇게 보는 분들이 많다"며 사실상 인정했다.

이어 이 의원은 "다른 은행들도 따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은행장 인사가 회장 입김이 아닌 이사회 판단으로 이뤄지는지 점검해 달라고 요청했다.

연말 은행장 인사에서도 재무적 성과뿐 아니라 내부통제 역량과 조직 운영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금융권을 겨냥한 해킹과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잇따르면서 인사 셈법은 더욱 복잡해지는 분위기다.

은행장들의 선택도 엇갈렸다. 연임 기준을 묻자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영업실적'에 거수했고, 이호성 하나은행장과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내부관리'라는 대답을 내놨다. 이환주 국민은행장과 강태영 농협은행장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유일하게 실적을 선택한 정 신한은행장이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연임 자격까지 추궁받았다는 점이다. 경영 성과가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내부통제에 허점이 드러났다면 CEO의 관리 책임을 별도로 평가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제기된 것이다.

정 행장이 실적에 손을 든 배경도 짚어볼 만하다. 신한은행 출범 이후 첫 3연임에 도전하는 정 행장에게 가장 강력한 연임 명분은 단연 경영 성과다. 재임 기간 신한은행의 이익 체력을 한 단계 끌어올린 데다 역대 최대 실적을 바탕으로 '리딩뱅크' 탈환이라는 굵직한 성과도 거뒀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최근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연임 가도에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는 점이다. 더욱이 신한은행의 고객정보 유출 규모가 다른 시중은행과 비교해 상당히 컸다는 점에서 경영진의 관리 책임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는 분위기다.

이달 초 신한은행에서는 외부의 비정상적인 접근으로 약 2만5000명의 고객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시기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에서도 각각 119명, 89명의 고객정보 유출이 확인됐다.

단순히 유출 건수만으로 각 은행의 보안 수준이나 경영진의 책임 정도를 판단할 수는 없지만, 상대적으로 대규모의 고객정보가 유출된 만큼 사고 예방을 위한 보안 투자와 내부통제 체계가 적절하게 작동했는지, 사고 발생 이후 고객 보호와 피해 확산 방지에 충분히 대응했는지 등을 둘러싼 검증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로 이날 국감에서는 정 행장의 연임 자격을 직접 문제 삼는 질의가 이어졌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은 "금융회사 CEO의 경영 성과를 평가하면서 고객 정보 보호와 내부 통제 관리 책임을 제외할 수 없을 것"이라며 "고객 정보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내부 통제 관리 책임도 미흡한 행장이 있다면 연임을 논할 자격이 없다"고 정 행장을 겨냥했다.

그러자 정 행장은 "내부 관리도 중요하고, 실적도 중요하다"며 "지금 당장은 (연임) 그 부분은 생각을 안 해봤다. 지금 당장 급한 건 피해자 구제와 재발 방지 대책에 전념하고 있다"고 답했다.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이 이번 국감에서 금융지주 지배구조와 CEO 승계 절차의 투명성 강화를 재차 예고한 만큼 연말 인사가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해킹사고 이후 내부통제 및 위험관리 역량도 인사 과정에서 무시하기 어려운 평가 항목이 될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금융지주 지배구조를 둘러싸고 CEO 선임 절차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는 만큼 연말 은행장 인사에서도 객관적인 평가 기준이 중요해질 것"이라며 "해킹 사고와 관련 사고 예방을 위한 관리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문제가 발생한 이후 경영진이 적절하게 대응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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