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세계 바이오 서밋 개막··· 韓 복지부-WHO 'AI 헬스케어 서울선언문' 공동 발표"칼이 피 부른다고 사용 멈췄나··· 규제·책임 기반으로 '모두를 위한 AI 의료' 실현해야"정은경 장관 "AI 기본의료로 필수의료·지역격차 해소··· 글로벌 AI 허브 통해 국제사회 기여"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도구인 칼은 빵을 자르는 유용한 도구이지만, 사람을 해치는 흉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인류가 피를 부를 수 있다는 이유로 칼의 사용을 중단했습니까? 인공지능(AI)도 마찬가지입니다. 위험이 두렵다고 해서 기술이 가진 혁신적 잠재력을 꺾어서는 안 됩니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의료 AI의 부작용과 위험성에 대한 우려를 인류 최초의 도구인 '칼'에 비유하며 기술의 규제와 혁신 간 균형 잡힌 접근을 주문했다. AI가 불러올 위험에 대한 체계적인 규제와 안전망은 필수적이지만, 막연한 공포로 인해 인류의 보건의료 문제를 해결할 잠재력까지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보건복지부와 WHO는 21일 서울 코엑스마곡에서 '2026 세계 바이오 서밋(World Bio Summit 2026)'을 공동 개최하고, 개회식에서 '책임 있는 혁신과 글로벌 연대를 위한 AI 헬스케어 서울선언문'을 공식 발표했다. WHO 사무총장과 회원국 보건부가 의료 AI 활용과 관련해 국제 공동 선언을 채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속도는 진전 아냐··· 칼처럼 위험 통제하되 잠재력 극대화해야"
이날 개회식 직후 열린 기자단 현장 브리핑 질의응답에서 테드로스 사무총장은 헬스케어 AI 적용에 따른 위험 통제와 피해 구제 대책을 묻는 질문에 대해 AI를 칼에 비유했다.
테드로스 사무총장은 "AI는 칼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고도화된 기술이며 그만큼 분명한 리스크가 존재한다"면서도 "하지만 칼에 위험이 따른다고 해서 사용을 멈추지 않았듯, 첨단 기술 역시 적절한 규제와 책임성을 확보하면서 잠재력을 10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진단과 의료 영상, 신약 개발, 임상 의사결정 지원, 행정 부담 완화는 물론 감염병 조기 경보 및 감시 체계에 이르기까지 AI는 무궁무진하게 활용되고 있다"며 "디지털로 나아가는 미래 헬스케어 환경에서 AI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되 잠재력 극대화와 규제·책임 사이의 정교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의료 현장에서 AI 오류 등에 따른 최종 책임과 관련해서는 '투명성'과 '동의' 원칙을 제시했다. 테드로스 사무총장은 "모든 상황에 일괄 적용할 수 있는 천편일률적 권고안은 없으며, 사안별 접근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면서도 "선언문에서 명시했듯 기술의 투명성과 환자의 동의, 그리고 의료진의 책임성이 반드시 연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선 기조 브리핑에서도 그는 "속도가 곧 진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기술을 무작정 확장하기 전에 누가 혜택을 받고 누가 소외되는지 증거를 확보해야 하며, 데이터 보호와 사이버 보안 등 인프라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韓 복지부-WHO 'AI 헬스케어 서울선언문' 채택··· 인간 존엄·책임성 강조
이번에 채택된 'AI 헬스케어 서울선언문'은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 제안해 온 인간 중심 AI 비전을 바탕으로 보건의료 영역에서 '모두를 위한 AI(AI for everyone)'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복지부와 WHO뿐만 아니라 헨리 가야르도 국제병원연맹(IHF) 회장, 백롱민 서울선언문 기초위원장, 이왕준 IHF 차기회장 등이 배석해 의료계 전반의 지지를 보탰다.
선언문은 AI가 질병의 예방·진단·치료, 백신·신약·의료기기 개발, 필수의료 서비스 제공 전반에 혁신적 잠재력이 있음을 확인하고 분야별 3대 실천 방안을 제시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기술·산업 및 투자 기반 구축 과정에서 인간의 안전과 존엄성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미충족 의료 수요 해결을 위한 R&D와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며 ▲의료 현장 AI 적용 시 의료인의 감독 강화를 전제로 의료 AI에 관한 최종 판단과 책임은 인간에게 귀속된다는 점을 명시했다.
아울러 ▲글로벌 협력 및 보건안보 강화를 위해 의료 AI 국제 표준화 과정에 중저소득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의 참여를 보장하고, 사이버·생물안보 위험 대응을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선언문이 갖는 대국민적·국제적 의미에 대해 "AI 기본의료를 실현해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지역 의료 격차와 필수의료 부족 등 미충족 의료 수요를 해결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의료인의 철저한 감독하에 AI를 안전하고 책임 있게 쓰겠다는 대원칙을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경험을 바탕으로 공중보건 위기 대응과 의료 접근성 개선 모델을 중저소득국과 공유해 글로벌 보건의료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혔다.
향후 구체적인 이행 계획에 대해선 복지부가 추진 중인 '글로벌 AI 허브' 사업을 언급했다. 정 장관은 "WHO와 긴밀한 실무 협의를 통해 의료 역량 확보를 위한 교육·컨설팅, 표준 가이드라인 제정, 기술 모델 검증 및 실증 사업을 체계화하고 있다"며 "실증을 거쳐 안전성이 검증된 AI 모델을 중저소득국으로 단계적으로 확산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11년 만의 WHO 사무총장 방한···'글로벌 바이오 인력 양성 허브' 극찬
WHO 사무총장이 한국을 찾은 것은 2015년 마거릿 챈 전 사무총장 이후 11년 만으로 테드로스 사무총장의 방한은 취임 후 처음이다.
지난 20일 인천 송도 연세대 국제캠퍼스에 위치한 글로벌 바이오 캠퍼스(GBC) 실습교육장 개소식 현장을 직접 방문한 테드로스 사무총장은 한국 정부의 글로벌 보건안보 기여 의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테드로스 사무총장은 "어제 인천에 위치한 바이오 제조 시설(글로벌 바이오 인력 양성 허브)을 방문해 강력한 지원 의지를 확인했다"며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백신과 진단, 치료 시설이 일부 부유국에 집중되면서 전 세계적인 불평등과 취약성이 드러났던 뼈아픈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한국이 허브를 구축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한국은 100여 개 중저소득국의 보건의료 인력 4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현지 생산을 위한 실질적인 제조 기술을 교육하며 글로벌 의약품 접근성 형평성 문제를 직접 해결해 왔다"며 "모두가 안전해야 나도 안전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한국은 의약품 접근성뿐 아니라 AI 분야에서도 인간 존엄과 글로벌 형평성을 중심에 두고 책임을 다하고 있다"며 "전 세계 보건 형평성을 위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준 한국 정부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임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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