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확장재정 '쌍끌이'···수요발 물가 상승 경계감수출 호황에 재정 확대 겹쳤다···물가 안정 새 변수로공급발 물가에 수요 압력까지···금융연 "건전성 관리 유의"
반도체 호황과 수출 증가세에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가 맞물리면서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이 한층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동안 환율과 국제유가 등 공급 요인이 물가를 끌어올렸다면 앞으로는 기업 투자와 가계 소비 확대에 따른 수요 압력까지 가세할 수 있다는 얘기다.
24일 한국금융연구원이 발간한 '최근 우리나라의 물가 여건 점검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국내 물가 상승의 주요 요인으로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와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이 지목됐다.
최근 국내 물가 상승은 수요보다는 공급 요인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원화 약세로 원유와 천연가스, 곡물 등 수입 원자재 가격이 상승한 데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으로 국제유가와 운송비 부담까지 커졌기 때문이다.
공급 요인이 물가 상승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을 통해 수요를 위축시켜 물가를 억제하는 데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기준금리를 높여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키더라도 환율이나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물가 압력을 직접 해소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향후 수요 측 물가 압력이 점차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주목된다. 반도체 호황과 수출 증가가 기업 실적 개선과 설비투자 확대로 이어지고, 고용과 소득 개선을 통해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를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정지출 확대도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 소비와 공공투자, 가계 이전지출 및 취약계층·소상공인 지원 확대가 지역 소비와 서비스 수요를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수출과 재정지출 확대가 반드시 큰 폭의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반도체 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고용 창출 효과가 제한적인 데다가 정부 지출이 연구개발(R&D)이나 인프라 투자에 집중될 경우 단기적인 소비 증가 효과는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향후 물가 상승의 중심이 공급에서 수요로 옮겨갈 경우 통화정책 운용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된다.
장민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수요요인에 따른 물가 상승은 지속성이 강하고 인플레이션 기대를 자극할 수 있는 만큼 통화당국의 긴축 필요성이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장 선임연구위원은 "고금리 정책이 장기적으로 물가 안정에 기여할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가계와 기업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높이고 경제활동 위축과 금융 부실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가계와 기업, 금융회사 등이 고금리 상황이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부채 조정과 건전성 관리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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