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밀어붙인 상품에 금투업계도 곤혹수수료 수익·고위공직자 자녀 논란까지소모적 정치공방에 증시 안정 대책 뒷전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세에 증권가가 난감한 처지에 놓였습니다. 정부가 도입을 추진하고 금융당국의 심사를 거쳐 출시된 상품인데 증시 급락 이후 증권사들의 수수료 수익과 고위공직자 자녀의 재직 문제까지 도마에 올랐기 때문입니다.
지난 6월 22일 9114.55까지 올랐던 코스피는 지난 26일 5469.47로 떨어지며 불과 넉 달 만에 약 40% 급락했습니다. 투매가 이어지거나 반도체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하면 4700선대까지 밀릴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는데요. '1만피' 기대감이 사라진 자리를 추가 하락에 대한 경계심이 채우는 모습입니다.
증시가 급락하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의 일간 수익률을 두 배로 추종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도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이 6조3130억원에 달하는 동안 증권사들이 위탁매매수수료로 931억원을 벌었다는 사실이 부각됐습니다.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실을 떠안았는데 증권사들만 수수료를 챙겼다는 지적입니다.
그러나 위탁매매수수료는 투자자의 수익 여부와 관계없이 거래를 중개한 대가로 발생합니다. 고위험 상품에 대한 설명 의무를 제대로 지켰는지는 따져봐야 하지만 정상적인 중개 수익까지 투자자 손실과 직접 연결해 비판하는 데는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치권의 공세가 집중된 미래에셋증권이 수수료를 가장 많이 벌어들인 것도 아닙니다. 지난 7월 말 기준 미래에셋증권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위탁매매수수료 수익은 약 80억원으로 업계 4위였습니다. 한국투자증권이 약 22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NH투자증권과 키움증권도 각각 124억원과 123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수수료 수익만으로 특정 증권사가 상품 도입 과정에서 특별한 혜택을 받았다고 판단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해 보입니다.
여기에 김용범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의 아들이 미래에셋자산운용에 재직한다는 사실까지 정치권의 공방에 등장했습니다. 고위공직자의 이해충돌 여부는 철저히 따져봐야 하겠지만 자녀가 특정 금융회사에 재직한다는 사실만으로 상품 도입 과정에 특혜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금융당국은 해외 투자자금 유출을 줄이기 위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도입했습니다. 국내 투자자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를 두 배로 추종하는 상품을 거래하기 위해 홍콩 시장으로 몰리면서 외화 유출과 환율 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서도 같은 유형의 상품을 거래할 수 있도록 허용해 해외 투자 수요를 국내로 돌리고 원화 약세 부담을 덜겠다는 취지였습니다.
하지만 국정감사가 마무리된 지금까지 정부가 기대했던 정책 효과에 대해서는 충분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해외 상품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실제 국내로 얼마나 돌아왔고 환율 안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명확한 설명이 부족합니다. 상품 도입 과정에서 위험성 검토와 투자자 보호 장치가 충분했는지도 여전히 따져볼 문제입니다.
증권업계로서는 정부가 도입을 추진한 상품을 취급했다는 이유로 비판의 중심에 선 상황이 억울할 만합니다. 수수료 수익과 특혜 의혹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진 사이 증시 급락에 따른 투자자 손실을 최소화할 방안은 충분히 논의되지 못했습니다. 지금 필요한 건 소모적인 정치적 공방보다 시장의 불안을 덜고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할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 아닐까요.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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