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학자 500여명 설문조사 결과중동 늪 빠진 국제유가·근원물가 비상AI 투자 확대로 경제성장률 상향 조정
에너지 비용 상승이 광범위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2027년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국제유가가 급등한 가운데 에너지 가격 상승이 근원물가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다만 인공지능(AI) 투자 예상보다 견조한 경제 활동에 힘입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도 함께 상향 조정됐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세계 경제학자 5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같이 전했다. 조사 대상 50개국 가운데 31개국의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치가 상향 조정됐다. 선진국 21개국 중에서도 15개국의 물가 전망이 높아졌다.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상향 조정된 국가도 23개국에 달해,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는 동시에 경제 활동도 예상보다 견조한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는 지난 4월과 7월 로이터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양상과는 대조적이다. 당시에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시나리오가 우세했다. 최근에는 AI 관련 투자와 일부 지역의 예상보다 활발한 경제 활동이 성장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다만 가계는 여전히 높은 생활비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경제 회복력이 예상보다 강한 만큼 물가 상승 압력을 억제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재닛 헨리 HSBC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에 대해 다시 훨씬 더 우려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중동 분쟁이 장기화하고 격화할수록, 물가 상승 압력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수록 인플레이션이 장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진단했다.
국제유가 급등은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는 주요 요인이다. 원유 가격은 이달 7일 이후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았으며, 지난주에는 국제유가 기준인 브렌트유가 장중 배럴당 117.14달러를 기록하면서 지난 4월 이후 약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란과의 전쟁이 시작된 이후 약 8개월 동안 유가는 60% 넘게 상승했다.
세스 카펜터 모건스탠리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보고서에서 "에너지 가격 상승이 세계 경제 전반으로 파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일반적으로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해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 지표에도 에너지 비용 상승의 영향이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요국의 물가 전망도 잇따라 상향 조정됐다. 최근 3분기 동안 진행된 로이터 설문조사에서 경제학자들은 영국의 2027년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누적으로 0.7%포인트 높였다. 유로존은 0.5%포인트, 미국은 0.2%포인트 상향 조정됐다. 인도와 브라질의 전망치도 각각 0.4%포인트, 0.5%포인트 높아졌다.
물가 상승 압력이 확대되면 주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중앙은행은 금리를 제한적으로 인상하거나 동결하는 데 그쳤지만, 인플레이션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할 경우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이는 가계와 기업의 대출 부담을 높이고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글로벌 채권시장에서도 이미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채권 수익률이 상승하고 있다. 시장금리 상승은 국채뿐 아니라 기업 대출과 주택담보대출 등 경제 전반의 차입 비용을 끌어올려 금융 여건을 더욱 긴축적으로 만들 수 있다.
반면 경제학자들은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을 높여 잡았다. 로이터 설문조사에서 세계 경제는 2026년 3.0%, 2027년 3.2%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지난 7월 조사에서 제시된 각각 2.9%, 3.1%보다 0.1%포인트씩 높아진 수치다. 다만 2027년 성장률 전망은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시한 3.4%에는 미치지 못한다.
AI 관련 투자는 세계 경제의 성장세를 뒷받침하는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이후 전 세계 AI 기술 분야에 투입된 투자액은 1조달러를 넘어섰다. 생활비 부담으로 가계의 경제적 압박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이러한 투자는 일부 경제권의 성장세를 유지하고 경제적 회복력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특히 AI 투자가 성장을 견인하는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올해 2.3%, 2027년 2.1%로 전망됐다. 로이터는 AI 관련 자본 지출이 미국 경제성장을 이끄는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고 분석했다.
세계 경제는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과 예상보다 견조한 성장세가 공존하는 국면에 놓일 전망이다. 물가 상승이 근원물가로 확산하고 중앙은행의 긴축 압력이 커질 경우, 현재의 성장세가 이어질 수 있을지는 향후 글로벌 경제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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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윤구 기자
hsguy919@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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