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부품 고도화와 공급망 확장 중2030년 정밀 조립 단계까지 목표2030년까지 단계적 산업 자동화
현대자동차그룹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자동차 공장에 투입되기까지 4년의 시간이 남았다. 2026년 제품형 모델 생산을 시작한 데 이어 2027년 핵심 부품의 양산 준비를 마치고, 2028년 미국 자동차 공장에서 본격적인 작업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이후 2030년에는 단순 부품 운반을 넘어 정밀 조립까지 맡기는 것이 목표다.
아틀라스의 상용화는 로봇 한 대를 개발하는 차원을 넘어 자동차 생산체계 전반을 바꾸는 과정이다. 눈 역할을 하는 카메라와 두뇌인 인공지능(AI) 연산장치, 심장에 해당하는 배터리, 관절과 근육을 담당하는 액추에이터, 손의 정밀 조작 기능이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실제 산업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부품사들과 공급망을 구축하는 한편 실제 자동차 생산 현장에서 작업 능력을 검증하며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6년, 제품형 모델 생산과 공급망 구축
아틀라스의 산업 현장 진입을 위한 첫 단계는 올해 시작됐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에서 제품형 아틀라스를 공개하고 생산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올해 생산되는 로봇은 현대차그룹과 구글 딥마인드 등에 투입돼 실제 작업 환경에서 활용 가능성을 검증하는 데 쓰인다.
현대차그룹은 로봇의 실제 작업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학습 기반도 마련하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에 로보틱스 메타플랜트 응용센터(RMAC)를 개소했다. 아틀라스가 자동차 부품을 정해진 순서대로 배열하는 서열 작업과 자재 이동 등을 학습하는 시설이다.
작업 과정에서 축적되는 성공·실패 데이터는 AI 모델 개선에 다시 활용된다. 로봇이 실제 생산 현장과 유사한 환경에서 작업하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학습하는 구조다. 반복적인 작업 검증을 통해 작업 정확도와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로봇을 구성하는 핵심 부품의 공급망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현대모비스가 액추에이터와 주요 카메라 부품을 맡고,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를 공급한다. 손에 장착되는 카메라는 엠씨넥스와 캠시스가, 충전 솔루션은 비에이치EVS가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는 로봇 연산장치에 들어가는 칩셋을 공급한다.
2027년, 관절과 근육 양산 준비
내년은 핵심 부품의 성능 검증과 양산 준비가 본격화하는 시기다. 특히 로봇의 관절과 근육 역할을 하는 액추에이터가 핵심이다. 액추에이터는 모터와 구동장치 등을 통해 로봇의 팔과 다리를 움직이는 부품이다. 로봇의 움직임과 작업 정밀도를 좌우하는 데다 휴머노이드 제조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
현대모비스는 30일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다음 달부터 경기도 의왕연구소에서 아틀라스용 액추에이터 시제품을 생산한다고 밝혔다. 이후 보스턴다이나믹스와 성능 및 신뢰성을 공동 검증해 2028년 공급 일정에 맞춘다는 계획이다.
액추에이터 외에도 손 역할을 하는 그리퍼와 주변 환경을 인식하는 퍼셉션 모듈, 제어기 등이 향후 핵심 부품 사업 확장 대상으로 꼽힌다. 현대모비스는 관련 기술을 확보해 액추에이터를 넘어 로봇을 구성하는 다양한 부품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개별 부품의 구체적인 양산 시점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2028년, 완성로봇 양산과 미국 공장 투입
2028년은 부품 공급망과 완성로봇 생산체제가 결합하는 시점이다. 현대차그룹은 미국에서 아틀라스를 연간 3만대 생산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대차·기아 글로벌 생산시설에 장기적으로 2만5000대 이상의 아틀라스를 투입한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핵심 부품인 액추에이터 역시 미국 현지에서 연간 35만개 이상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현대모비스가 생산시설 운영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완성로봇 연간 3만대 생산능력과 액추에이터 35만개 이상의 생산능력을 동시에 확보해 부품 공급 안정성과 원가 경쟁력을 높이려는 전략이다.
생산 현장 투입도 이때부터 시작된다. 아틀라스는 우선 HMGMA에서 자동차 부품을 필요한 순서대로 배열하는 서열 작업을 맡을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안전성과 품질 개선 효과가 검증된 공정부터 로봇을 투입하고, 작업별 검증을 거쳐 적용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2029~2030년, 운반 넘어 조립까지
2029년 하반기에는 기아 조지아 공장으로 아틀라스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초기 공장 투입 과정에서 축적한 작업 데이터와 운용 경험을 다른 생산시설로 확산하는 단계다. 기아 역시 미국 생산체계에 소프트웨어 정의 공장(SDF) 전략을 접목해 로봇 활용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2030년은 아틀라스의 작업 능력이 한 단계 도약하는 시점이다. 현대차그룹은 부품 서열 작업에서 나아가 부품 조립 공정까지 로봇의 활용 범위를 확대한다는 목표다. 무거운 물건을 반복적으로 옮기거나 정해진 위치에 부품을 공급하는 수준을 넘어 정밀한 동작과 복잡한 작업까지 수행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로봇의 신체 능력과 AI 학습 역량을 동시에 끌어올려야 한다. 카메라와 센서가 주변 환경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연산장치가 상황을 판단하며, 액추에이터와 손이 명령에 맞춰 정밀하게 움직여야 한다. 개별 부품의 성능을 하나의 작업 능력으로 연결해야 자동차 생산 공정에서 실질적인 자동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현대차그룹이 로봇의 신체 능력뿐 아니라 이를 움직이는 AI 역량 확보에도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는 이유다. 그룹은 약 9조원을 투입해 전북 새만금에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로 했다. 2027년 착공해 2030년 초 가동하는 것이 목표다.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연산 자원을 바탕으로 로봇 행동 모델을 디지털 트윈 환경에서 반복 학습·검증하고, 시각과 언어를 이해해 스스로 판단하는 지능과 정밀한 관절 제어 기술을 고도화한다는 구상이다.
아틀라스의 2028년 공장 투입은 상용화의 완성이 아니라 산업 현장 적용의 출발점에 가깝다. 2026년 제품형 모델 생산과 공급망 구축에서 2027년 핵심 부품 검증, 2028년 양산과 공장 투입, 2030년 정밀 조립으로 이어지는 단계별 로드맵이 계획대로 진행될지가 관건이다.
국내 부품사들에도 새로운 성장 기회가 될 수 있다. 기존 자동차 부품 공급망에서 축적한 기술력을 로봇 산업으로 확장하고, 글로벌 휴머노이드 공급망에 진입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어서다. 아틀라스의 상용화 속도가 현대차그룹의 생산 혁신뿐 아니라 국내 로봇 부품 산업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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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권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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