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설계 변경 위험 시공사에 전가"...한수원과 공사비·계약방식 정면충돌결렬 소식에 주가 20% 안팎 급락...글로벌인프라본부 출범 첫해부터 '암초'한수원 내년 7월 신규 시공사 선정...공사비 상승·법적 분쟁 등 변수 산적
2018년부터 8년간 공들여 온 체코 두코바니 원전 시공권이 대우건설의 손을 떠날 위기에 놓였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시공계약 협상 종료를 선언하자 대우건설은 설계 변경에 따른 물량 부담을 시공사에 떠넘기고 공사비는 사실상 깎으려 한 한수원에 결렬 책임이 있다고 반박에 나섰다. 다만 한수원이 신규 시공사 선정 절차에 착수하면서 체코 원전을 발판으로 해외 원전 사업을 키우려던 대우건설의 전략도 기로에 서게 됐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한수원은 이날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과의 주설비공사 시공계약 협상을 끝내고 공동협력협약 종료 절차에 들어갔다. 두코바니 사업은 1000MW급 한국형 원전 APR1000 2기를 짓는 프로젝트로 계약 규모는 25조~27조원에 이른다. 컨소시엄은 2018년 한수원 평가를 거쳐 시공사로 선정된 뒤 8년간 수주전과 현지 네트워크 구축에 참여해 왔다. 한국전력기술의 종합설계, 두산에너빌리티의 원자로·터빈발전기 공급 계약은 이미 체결돼 이번 결렬과 무관하게 유지된다.
한수원은 지난해 6월 발주사와 주계약을 맺은 뒤 15개월간 실무회의 78회, 이견조정위원회 11회, 최고경영자(CEO) 면담 2회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물량 증가를 가정해 금액을 올리고 총액 확정 시점을 기본설계 승인 단계로 늦추는 절충안까지 내놓았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다. 시공사의 원전 시공 실적 공백과 하도급 관리 문제도 거론했다.
대우건설은 계약 구조 자체가 불합리했다고 반박했다. APR1000은 실제로 지어진 적이 없는 노형이고 지금도 기본설계가 진행 중이어서 설계에 따라 물량이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설계를 맡지 않는 시공사가 그 변동 위험까지 떠안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한수원이 근거로 든 국내·UAE 원전은 참조 발전소가 많은 APR1400 기반이라 사정이 다르고 그런 바라카에서도 공사비 분쟁이 불거졌다고 지적했다. 국제건설계약 표준(FIDIC)에서도 발주자 설계를 따르는 시공 하도급은 단가계약이 일반적이라는 설명이다.
입찰 당시 상황을 두고도 입장이 정반대다. 한수원은 시공사가 모든 위험을 반영한 총액 확정에 합의했다고 했으나 대우건설은 오히려 한수원이 위험예비비를 직접 반영하겠다며 견적에서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를 견적 근거서에도 적어 냈다고 맞섰다. 또 늘어난 물량을 계약물량으로 잡으면서도 그만큼 금액을 올리지 않고 단가를 낮춰 총액을 맞추라고 요구했으며 최종 입찰 뒤 확인된 조 단위 추가 역무에 대한 증액도 실제 견적의 40%에 못 미쳤다는 것이 대우건설 측 설명이다.
역량 논란에도 선을 그었다. 대우건설은 신월성 1·2호기 이후에도 영광 증기발생기 교체, 수출형 연구용 원자로 등 원자력 공사를 꾸준히 수행해 왔고 인력 경력요건도 완화가 아니라 국내 원전 기준을 그대로 수용하겠다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협상 시한을 두고는 새 조건을 받은 지 3주 만에 결론을 내라는 것은 무리였다며 연말까지 연장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협상 결렬 소식에 대우건설 주가는 이날 장중 전 거래일 대비 20% 안팎으로 급락했고, 두산에너빌리티도 10%대 하락했다.
대우건설로서는 해외 성장 전략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대우건설은 올해 4월 해외사업단과 원자력사업단을 합쳐 글로벌인프라본부를 신설하고 체코 원전을 발판 삼아 베트남·미국 등 신규 원전 시장을 두드려 왔다. 연간 신규수주 목표도 18조원에서 27조원으로 올렸지만 3분기 누적 달성률은 46.2%에 머물러 있다. 체코 물량이 빠지면 연간 목표 달성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한수원은 국가계약법에 따른 경쟁입찰로 내년 7월까지 새 시공사와 계약하고 그사이 9개월가량의 공백은 설계·인허가 필수 업무를 직접 맡거나 별도 발주해 메운다는 계획이다. 다만 국내에서 대형 원전 주설비 시공 실적을 갖춘 건설사가 많지 않아 경쟁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원가 상승과 유럽 규제 강화를 감안하면 신규 시공사의 견적이 오히려 기존보다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법적 분쟁 가능성도 남아 있다. 협약 종료에 따른 비용 정산과 그동안의 성과물 인계를 둘러싸고 양측이 다시 부딪힐 수 있어서다. 컨소시엄 내부 온도차도 변수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날 컨소시엄 명의 입장문이 자사 공식 입장과는 무관하다며 재입찰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해외 원전 수출에서 발주사와 EPC 사업자, 시공사 간 위험 분담 원칙을 다시 점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테믈린 3·4호기 등 후속 사업을 앞둔 상황에서 팀코리아 내부 갈등이 길어질 경우 대외 신뢰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사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계약 조건 변경에 대해 충분한 설명과 협의 없이 3주 내 수용을 요구하는 것은 민간기업의 경영 안정성과 존립을 위협할 수 있는 조치"라며 "성공적인 사업 수행과 국익 창출을 위해 합리적인 계약 조건과 절차가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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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서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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