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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의 삼성'마저 자유롭지 못한 불산 누출···무엇이 문제?

'관리의 삼성'마저 자유롭지 못한 불산 누출···무엇이 문제?

등록 2013.01.30 10:17

수정 2013.01.30 10:18

박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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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경북 구미시에서 벌어진 불산가스 누출사고 이후 정부가 종합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분주했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이달 들어서만 벌써 세 번째 유독가스 누출사고가 터졌다.

지난 12일 경북 상주시 소재 웅진폴리실리콘 공장에서 염산이 유출되는 사고가 있었다. 지난 16일에도 청주공단에서 불산이 누출된데 이어, 엊그제(28일) 또다시 삼성반도체 화성사업장에서 불산누출사고로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는 일이 생겼다.

삼성반도체 불산누출사고는 ‘관리의 삼성’ 이미지에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작업자의 안전 부주의와 업체의 시설관리 부실에 의한 예견된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사고수습을 하는 과정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다, 사건은폐 의혹까지 일어 비난 여론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연이어 터지는 유독가스 누출사고···‘구멍’난 시설관리 = 정부와 관련 지방자치단체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는 하나, 연이어 터지는 유독가스 누출사고로 국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5명이 사망하고 1만명의 주민이 피해를 입은 구미 불산사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유해시설관리에 구멍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국무총리실은 ‘유해화학물질 안전관리 개선대책’을 내놨지만, 이마저도 허점투성이였다는 사실 또한 여실히 증명됐다.

최근 염산 및 불산 누출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지만, 유독물질을 다루는 구체적인 안전관리 규정이 없어 업체가 자의적인 기준으로 유독물질을 처리해온 실정이다. 이 같은 허술한 관리 때문에 언제든지 대형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한 환경전문가는 “불산의 경우 100% 불산은 조금이라도 노출될 경우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유해물질이 희석된 상태라 안전하다는 말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 당장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는 것이 사실이므로, 시간을 두고 면밀한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해물질이 누출돼 지하수로 흘러 들어가면 어차피 희석되는 것인 만큼, 100% 불산이 조금이라도 누출됐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사고 수습을 두고 우왕좌왕···‘삼성’답지 않아 = 어제(29일) 있었던 삼성전자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불구하고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급기야 환경부는 이날 “한강유역환경청, 경기경찰청 등과 함께 삼성전자의 위법성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며 “유독물 취급기준 준수 여부와 신고지연에 따른 책임소재, 사고 경위와 근로자 사망원인 등에 대해 종합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날 오후 “숨진 박某(34)씨가 작업시 방제복을 입지 않았다”고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박씨의 유가족이 “개인에게 잘못을 돌리는 삼성전자의 발표를 믿기 어렵다”고 반발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유족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고, 부검은 30일 오전 8시 20분에 진행될 예정이다. 유족들은 “정확한 사망 원인 등 사실 규명을 위해 국과수에 부검을 의뢰했다”며 “사실 관계가 명확하게 밝혀지기 전에는 장례식을 치르지 않겠다”고 억울한 심정을 전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가스누출경보시스템 등 첨단 시설관리로 공장에서 유독가스가 누출되는 일은 거의 일어나기 힘든 사고”라며 “우리도 처음 있는 일이라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경찰이 현장조사에 나선 만큼, 경찰 수사결과를 보고 책임 소재를 가려 책임질 부분은 책임질 것”이라며 “자사 소속 직원은 아니지만, 자사 사업장에서 일어난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박씨에 대해서는 충분한 보상이 있도록 살피겠다”고 덧붙였다.

◇재발방지 대책은? = 환경부는 지난 18일 “유해화학물질로부터 국민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면서 “28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전문가와 함께 사업장을 방문해 비상대응 실태를 확인하는 등 안전점검도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불산 등 유독물 안전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유독물 관리기준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예를 들어 ‘화학물질의 유출을 막는 방류벽을 설치해 누출사고 발생시 인근지역으로 확산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와 같이 추상적이었던 종전 규정은 저장시설의 규모에 따라 방류벽의 높이나 거리 등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이 명시되는 방향으로 개정될 예정이다.

또한 환경부의 안전점검에 관리 사각지대에 있던 휴·폐업 업체도 포함시키기로 했다.

이번에 삼성반도체에서 발생한 사고를 계기로, 삼성전자는 물론 불산을 사용하는 다른 반도체와 관련 공장도 불산과 같은 유해화학물질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총체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점차 늘고 있다.

조은희 환경부 화학물질과장은 “이번에 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유독화학물의 제조시설, 사용시설, 저장시설 등에 대한 설치 기준도 세부 시설별로 구체화하고, 시설별 운영방법에 대한 규정도 신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동수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사장은 “화성사업장 내에서 발생한 이번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족에게 심심한 위로의 뜻을 전한다”며 “관계당국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 항구적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박일경 기자 ikpark@

뉴스웨이 박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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