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어쩌란 말인가" 모건스탠리 '코스피 9000' 시나리오의 자가당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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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란 말인가" 모건스탠리 '코스피 9000' 시나리오의 자가당착

등록 2026.08.04 11:06

박경보

  기자

메모리 약세론 접고 한국 증시 '비중확대'글로벌 IB, 보고서 앞세워 기관 영업·IB 수주전문가 "일희일비 말고 투자 원칙 지켜야"

그래픽=이찬희 기자그래픽=이찬희 기자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비중 축소를 권고한 지 한 달 만에 '코스피 9000'을 제시하면서 투자자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IB의 보고서가 시장 환경 변화는 물론 영업 활동과 이해관계까지 반영될 수 있는 만큼 맹신하기보다 투자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롤러코스터 장세 속에서 전망이 급변하는 해외 IB 보고서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코스피 연간 목표치 9000 제시···한 달 전엔 '반도체 비중 축소'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의견을 기존 '중립(Equal-weight)'에서 '비중확대(Overweight)'로 상향 조정했다. 최근 한국 증시의 급락은 기업 펀더멘털 악화보다 과도한 레버리지 청산 과정에서 나타난 기술적 조정이라는 판단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출시 여파와 헤지펀드 차입 투자, 개인 신용거래 청산이 상당 부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만큼 다시 인공지능(AI)과 산업 슈퍼사이클에 올라탈 기회가 열렸다고 분석했다.

모건스탠리는 코스피의 연간 목표치도 9000포인트로 제시했다. 이는 당시 지수 대비 약 36% 높은 수치다. 단기 예상 밴드는 5500~1만500으로 제시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의 하방을 지지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산업재와 방산, 금융 업종 역시 강한 상승 모멘텀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불과 한 달 전 모건스탠리가 내놓은 메시지는 정반대였다.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초 메모리 반도체 업종에 대한 비중 축소를 권고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반도체 종목의 투자 매력을 낮게 평가했다. 당시 보고서는 반도체 업종의 실적 모멘텀이 정점을 지나고 있으며 AI 투자 확대 속도가 둔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모건스탠리가 지적한 가장 큰 변수는 AI 인프라 투자 확대를 이끌던 하이퍼스케일러들의 투자 속도 조절 가능성이다. 메타가 잉여 AI 컴퓨팅 자원을 외부에 판매하기 시작한 점을 AI 투자 사이클 변화의 신호로 해석했고, 반도체보다 알파벳과 아마존 등 AI 클라우드 기업을 선호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증시 변동성 크고 반도체 의존도 높아···전망 수정 불가피


모건스탠리의 오락가락 전망을 놓고 시장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목표지수나 투자의견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어떤 근거와 환경 변화가 반영됐는지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투자의견을 너무 전적으로 맹신할 필요는 없다"며 "장기간 전망이라기보다 그 시점의 시장 상황에 따라 의견을 제시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최근 국내 증시의 극심한 변동성을 글로벌 IB의 잦은 전망 수정 배경으로 꼽았다. 그는 "우리나라 증시는 변동성이 큰 데다 반도체 업종의 의존도가 높아 시장 환경이 조금만 바뀌어도 전망이 빠르게 수정될 수 있다"며 "환율과 외국인 자금 흐름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글로벌 IB 입장에서는 리스크 관리 차원의 판단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코스피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코스피는 지난달 23일 7096.89(종가 기준)까지 올랐지만 하루 만인 24일 5.72% 급락하며 6690.62로 내려앉았다. 이후 28일에는 10.84%, 29일에는 5.98% 각각 하락했고 31일에는 장중 17% 넘게 급등하며 사상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하루 뒤인 지난 3일 다시 5.12% 하락하는 등 불과 열흘 사이 급락과 급등이 반복됐다.

일각에서는 시장 변동성만으로는 모건스탠리의 급격한 시각 변화를 모두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글로벌 IB의 보고서는 시장 상황뿐 아니라 영업 활동 등 다양한 요인이 함께 작용하는 만큼 단순히 투자의견만 놓고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하이닉스 딜 놓친 모건스탠리···'애널리스트 허딩'도 작용

글로벌 IB의 리서치 환경이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는 진단도 제기됐다. 어준경 연세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예전처럼 애널리스트 보고서 자체를 판매해 수익을 창출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지금은 리포트를 활용해 기관 영업을 하거나 투자은행(IB) 업무를 수주하는 역할이 더 커졌다"고 강조했다. 해외 IB의 보고서에는 시장 상황뿐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가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어 교수는 SK하이닉스의 미국 ADR 상장 주관사 선정 과정을 언급했다. SK하이닉스와 같은 대형 딜에서 모건스탠리가 빠지면서 한국 법인에는 경영진의 상당한 압박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애널리스트들이 시장과 다른 의견을 지속하기 어려운 배경으로는 '애널리스트 허딩(Herding)' 현상을 꼽았다. 그는 "애널리스트 10명이 모두 같은 전망을 내렸다가 틀리는 것보다 혼자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가 틀렸을 때 감수해야 하는 평판 리스크가 훨씬 크다"며 "이 때문에 시장과 다른 소수 의견을 유지하기보다 다수의 시각에 수렴하려는 유인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IB의 보고서에는 분명 의미 있는 정보가 담겨 있지만 항상 맞는 것은 아니다"라며 "시장 환경 변화는 물론 다양한 이해관계가 함께 반영될 수 있는 만큼 일희일비하기보다 투자 판단을 위한 참고자료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단기적인 목표지수 변화보다 기업의 펀더멘털과 산업 경쟁력을 중심으로 투자 판단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글로벌 IB의 투자의견은 특정 시점의 경제 여건을 반영한 분석인 만큼 미래를 확정적으로 예측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AI와 반도체, 조선, 방산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산업은 중장기 성장 가능성이 여전히 높은 만큼 단기적인 목표지수 변화보다 기업의 실적과 경쟁력을 중심으로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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