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솔루션·한화시스템, 위성용 탠덤 태양전지 공동 개발2028년 시험위성 거쳐 2029년 SAR 위성 적용 추진우주용 태양전지는 '비행 실적'이 경쟁력
한화가 태양광 사업의 무대를 지상에서 우주로 넓힌다. 한화솔루션과 한화시스템은 위성용 탠덤 태양전지를 공동 개발해 2029년부터 초저궤도 위성에 적용한다는 목표다. 다만 우주용 태양전지 시장은 발전 효율보다 실제 우주에서 장기간 정상 작동했다는 '비행 실적(Flight Heritage)'이 수주를 좌우하는 시장이다. 한화가 지상용 태양전지 강자를 넘어 글로벌 우주 전력 공급망에 진입할 수 있을지가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시스템은 올해부터 2028년까지 약 300억원을 투입해 한화솔루션 큐셀부문과 위성용 탠덤 태양전지 셀과 패널을 공동 개발한다. 한화솔루션은 고효율 셀 설계와 패키징, 우주 환경 신뢰성 검증을 맡고, 한화시스템은 위성 체계 적용과 운용 검증을 담당한다. 양사는 2028년 시험위성으로 성능을 검증한 뒤 2029년부터 한화시스템이 추진하는 0.15m급 초고해상도 초저궤도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 64기에 적용할 계획이다.
이번 프로젝트의 의미는 단순한 신제품 개발에 그치지 않는다. 한화는 태양전지 개발부터 위성 제작, 실제 운용까지 그룹 내부에서 연결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사업 구조를 갖췄다. 한화솔루션이 태양전지를 만들고 한화시스템이 이를 위성에 적용해 우주에서 직접 성능을 검증할 수 있다. 기술 개발과 첫 수요처를 동시에 확보했다는 점은 다른 태양전지 업체들이 갖기 어려운 경쟁력으로 평가된다.
개발 대상은 페로브스카이트와 실리콘을 결합한 탠덤 태양전지다. 서로 다른 파장의 빛을 흡수하는 두 개의 셀을 적층해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보다 높은 발전 효율을 구현하는 방식이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상용 크기인 M10 규격 탠덤 셀에서 28.6%의 효율을 기록했고 현재는 모듈 효율 28% 이상, 면적 1.7㎡ 이상의 지상용 제품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탠덤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는 위성 설계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면적에서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어 태양전지 패널을 줄이거나 확보한 공간을 탑재체에 활용할 수 있다. 출력 대비 중량도 낮출 수 있어 발사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특히 초저궤도 위성은 희박한 대기와의 마찰을 극복하기 위해 추진계를 지속적으로 가동해야 하는 만큼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적이다.
문제는 우주 시장에서는 효율보다 신뢰성이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지상에서 높은 성능을 입증했다고 해서 곧바로 우주용 제품으로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우주용 태양전지는 방사선과 극저온, 진공, 강한 자외선은 물론 초저궤도에서 발생하는 원자산소에 의한 부식까지 견뎌야 한다. 수년간 성능 저하 없이 작동한다는 데이터를 확보해야 비로소 상용화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한화솔루션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지원하는 우주과학기술실증시설(SSTEF) 프로젝트에 탠덤 셀을 공급해 우주 환경 데이터를 확보할 계획이다. 다만 달 표면과 초저궤도는 운용 환경이 다르다. 달에서는 극심한 온도 변화와 방사선이 핵심 변수인 반면 초저궤도에서는 원자산소와 대기 저항에 따른 내구성이 중요하다. NASA 프로젝트가 기술 검증의 출발점은 될 수 있지만 실제 위성 운용 환경에서 별도의 비행 실적을 확보해야 하는 이유다.
시장 환경은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다. 우주항공청은 NASA와 아르테미스 프로그램 협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국내 달 방사선 측정 장비를 NASA 탐사 임무에 탑재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글로벌 우주 산업에서도 저궤도 위성과 달 탐사 프로젝트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경량·고효율 전력 시스템 수요도 함께 확대되는 추세다.
하지만 정부 간 협력이 곧바로 국내 기업의 수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주용 태양전지 시장은 대표적인 '실적 산업'이다. 미국 스펙트로랩과 독일 아주르스페이스는 수십 년간 축적한 비행 실적을 바탕으로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스펙트로랩은 효율 33%급 다중접합 태양전지를 공급하고 있으며 아주르스페이스는 2500건 이상의 우주 프로젝트와 1600만개 이상의 공급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우주에서는 기술 경쟁력보다 실제 우주에서 검증된 이력이 더 중요한 경쟁력으로 평가된다.
한화가 확보한 내부 수요는 이러한 장벽을 넘기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 2029년부터 적용될 한화시스템의 SAR 위성 64기는 우주용 탠덤 태양전지의 첫 양산 물량이자 비행 실적을 확보할 기회다. 이를 기반으로 정부 우주사업과 국내외 위성 제작사로 고객을 확대할 수 있다면 자체 계열사를 넘어 독립적인 우주 전력 사업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열린다.
반대로 계열사 물량에 머물 경우 사업 확장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우주용 태양전지는 초기 시장 진입보다 글로벌 공급망 편입이 더 어려운 산업이다. 결국 한화의 이번 프로젝트는 태양전지를 개발하는 것보다 '첫 우주 실적'을 확보하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2028년 시험위성과 이후 실제 위성 운용 결과가 한화의 우주 전력 사업 경쟁력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한화큐셀은 2029년 지상용 탠덤 셀 양산을 목표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며 "지난 6월 기술본부 산하에 우주태양광개발팀도 신설한 만큼 탠덤 기술을 기반으로 우주용 태양전지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높여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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