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인치 풀HD폰 신무기 들고 온 팬택 박병엽 부회장
- 마사이족 정신을 본받아 글로벌 IT기업 제2의 도전
박병엽 팬택 대표이사 부회장은 ‘한국 벤처기업의 성공 신화’로 통한다.
박 부회장은 ‘스카이(SKY)’란 브랜드로 고만고만한 기업이었던 팬택을 연매출 2조원에 달하는 대기업으로 초고속 성장시킨 주인공이다.
팬택은 외부환경으로 인해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가는 수모를 겪었다. 하지만 워크아웃기간 매년 흑자를 달성하며 2011년 12월 31일 5년만에 워크아웃에 졸업하는 데 성공했다.
4000억원에 달하는 개인지분을 포기하는 ‘헌신의 리더십’과 전직원의 단합을 일궈내는 박 부회장의 카리스마가 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팬택의 워크아웃을 두고 채권단이 이견을 보이자 경영일선 사퇴라는 초강수를 둬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한 일은 박 부회장의 경영스타일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조직원, 협력사들과의 소통에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고 중요한 순간마다 과감하게 전략적 판단을 내린 리더십도 빼놓을 수 없다.
워크아웃 성사 요건인 채권단 100% 동의를 받기 위해 3개월간 전국을 돌아다니고 스마트폰으로 전환을 신속하게 결정하는 등 소신 있는 행보를 보였다.
직원과 협력사에 경영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목표의식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한 일도 그의 리더십을 잘 보여준다.
기술혁신 없이 살아남기 어려운 IT 기업 특성상 워크아웃 중이라는 어려운 경영여건에도 연구개발비(R&D)를 매출의 10%대로 투입하는 공격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올해 팬택은 새로 선보인 ‘베가 NO6 풀HD’라는 6인치급 대화면의 LTE 스마트폰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박 부회장의 뚝심경영이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또 ‘베가 NO6 풀HD’의 판매 호조와 ‘베가 R3’의 꾸준한 판매세도 꾸준해 시장의 변화를 정확히 읽고 발 빠르게 대응하는 팬택이 다시 돌아왔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이제 팬택은 국내외 시장점유율과 소비자 신뢰를 회복해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지난 2011년부터 2년 연속 달성한 스마트폰 300만대 판매 기조를 올해도 유지하며 LTE 스마트폰 300만대 이상 판매를 목표로 잡고 있다.
이를 위해 국내 최초로 6인치급(5.9인치) 풀HD 대화면을 갖춘 전략 스마트폰 ‘베가 NO6 풀HD’를 경쟁 업체들보다 먼저 시장에 내놓는 혁신을 이뤘다.
박 부회장은 지난 1월 22일 세계 최대 모바일반도체 업체인 퀄컴을 상대로 보통주 5230만4631주를 발행하는 약 261억원 규모의 제3자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삼성전자와 애플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고 불황의 직격탄으로 지난해 3분기 6년만에 적자를 기록하는 등 업황은 위축됐지만 이럴 때일수록 R&D 투자 확대와 해외시장 개척이 필요하다고 박 부회장은 판단했다.
박 부회장은 이와 관련 “퀄컴의 팬택 투자는 단순한 투자에서 벗어나 R&D 여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글로벌 사업 확대의 발판도 마련하게 됐다는 의미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박 부회장이 팬택의 대표이사임에도 부회장이란 사실을 의아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데 이는 박 부회장 스스로 부회장 직함을 사용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이 역시 스스로 낮은 곳으로 내려가 팬택에 헌신하고자 하는 의지가 반영돼 있다.
팬택의 실질적 최고경영책임자(CEO)이면서도 회사를 워크아웃에 빠지게 했다는 미안함과 조기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도 담고 있다.
박 부회장은 “워크아웃을 졸업했으니 팬택의 신인도가 높아질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돈을 빌려서라도 회사를 되찾을 기회도 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박 부회장 개인적으로나 회사로나 워크아웃은 아픈 상처지만 5년여의 시련기는 새로운 도약을 위한 자양분이 된 것만큼은 확실하다.
그는 팬택이 실패했던 원인을 정확하게 알고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워크아웃 전 연간 100개 가까운 모델을 개발해 40여개국에 팔았지만 경쟁사의 제품 하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하루아침에 무너졌기 때문이다.
박 부회장은 “그때 획기적으로 얇게 만든 모토로라 레이저가 나왔는데 휴대전화는 생선처럼 라이프사이클이 짧아 타이밍을 놓치면 못 팔기 때문에 레이저 쓰나미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고 반성했다.
이어 “재고관리에 실패해 숱한 전투에 이기고도 전쟁에서 진 셈”이라고 지적하면서 “이 쓴 경험이 약이 돼 아이폰이 촉발한 스마트폰 전쟁에서 만큼은 삼성 못지 않게 빨리 대응한 것이 최근의 성공 비결”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최고를 지향하고 경쟁사에 지고는 못 산다. 팬택의 LTE 제품은 속도와 화질 면에서 삼성 제품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소비자가 재미있어 하거나 유용하게 느끼는 기능을 기술적으로 해석해 내는 데 능하다”고 강조했다.
팬택은 매년 끈기를 잃지 않고 집요하게 노력하는 직원을 선정해 ‘마사이상’이라는 이름으로 포상을 한다. 이를 통해 직원에게 도전의식과 집요함을 키워주겠다는 생각이다.
박 부회장은 “마사이족은 가뭄이 오면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낸다”며 “아는 것을 실천하되 꾸준히 반복해서 실천하고 포기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팬택은 박 부회장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강력한 리더십과 카리스마를 지닌 CEO로 인한 CEO 리스크가 있다는 지적도 받는다.
이에 대해 박 부회장은 “팬택의 오늘에 대한 나의 기여도는 30%, 구성원의 기여도는 50%, 나머지 20%는 채권은행·주주·협력사 등 이해 관계자의 공”이라고 반박했다.
CEO의 능력이 탁월하다고 해서 이를 리스크로 규정하는 것은 타당치 않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박병엽 부회장은
△1962년 12월 30일 전라북도 정읍 출생 △1985년 호서대학교 경영학 학사 △1987년 맥슨전자 영업부 입사 △1991년 팬택 설립·대표이사 사장 △2002년 4월~2002년 8월 큐리텔 대표이사 부회장 △2002년 8월 팬택앤큐리텔 대표이사 부회장 △2005년 12월부터 현재 팬택계열 대표이사 부회장
박일경 기자 ikpark@
뉴스웨이 박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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