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朴 대통령, 청와대 재계 총수 초청 오찬···
◇오락가락 한 박근혜-재계 ‘이번엔’ = 올초부터 정치권은 이른바 일감몰아주기 법안과 대기업 임원 연봉 공개 법안 등 경제민주화 입법으로 재계를 압박해왔고, 검찰과 국세청 등 사정바람으로 재계가 느끼는 위협은 ‘쓰나미’ 수준이었다.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미국 방문 당시 재계 총수 등으로 구성된 경제사절단과 동행하면서 박 대통령과 재계 양측간 괴리감을 줄이는 듯 보였다. 박 대통령은 미국 방문 당시 재계의 투자 확대를 당부하면서 기업 투자 촉진을 위해 대규모 규제 완화를 약속했다.
이에 힘입은 재계는 일제히 투자 규모 확대 계획과 현 정부의 핵심 국정목표인 창조경제 생태계 마련을 위한 장기 방안 등을 제시하는 등 선물 보따리를 풀어내며 화답했다.
하지만 상황은 재계의 의도와는 반대로 흘러가면서 재계의 불만은 커져만 갔다. 박 대통령이 “투자를 하는 분들은 업고 다녀야 한다”는 등 재계에 힘을 실어주었지만 정작 재계가 느끼는 상황은 그렇지 못했다.
정치권 뿐 아니라 정부가 주도적으로 기업 규제에 나서면서 재계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을 정도다.
기업 경영권을 흔들 수 있는 상법 개정안 입법 예고에서부터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 움직임,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화평법)’ 시행규칙 등까지 재계 옥죄기로 해석되는 규제들을 오히려 정부가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라 검찰이 CJ그룹에 이어 추가적 기업 조사 루머까지 퍼지면서 재계의 불만은 극에 달한 상태다.
급기야 전국경제인연합화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19개 경제단체들이 단체 행동에 나서면서 전면적으로 상법 개정에 반기를 들면서 ‘정부-재계’간 전면전을 벌일 태세였다. 그간 소극적 모습을 취하던 경제계가 단체 행동에 나서면서 정부도 적잖이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선물 주고 받는 박근혜-재계 = 이런 가운데 박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과의 오찬간담회를 통해 양측의 관계가 호전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특히 실질적인 기업 규제 완화와 기업의 투자 실행으로 현 정부와 재계가 신뢰를 구축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나아가 박 대통령과 재계간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닿아있기 때문으로 분석되면서 양측간 ‘빅딜’ 신호탄으로 해석되고 있다.
올 하반기 국정운영 목표로 ‘경기활성화’와 ‘일자리창출’을 꼽은 박 대통령으로선 재계의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글로벌 경제 변수 등으로 국내 경기가 좀처럼 호전되지 못하고 있는 시점에서 재계마저 외면 한다면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롯한 복지정책도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선 재계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박 대통령이 이날 오찬 간담회를 통해 하반기 기업들의 투자와 고용 확대를 적극 독려하고 나선 것도 하반기 경기 활성화와 관련, 기업들의 투자 확대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정부의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상법 개정 등 경영권 축소와 기업 규제 등으로 손발이 묶일 수 있는 재계는 고용과 투자 활대를 통해 정부의 부담을 덜어주면서 기업 규제에서 한층 자유로워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이란 든든한 우군을 둠으로써 정치권으로부터의 공세를 차단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정부는 경제민주화가 대기업 옥죄기나 과도한 규제로 변질되지 않고 본래 취지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상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도 잘 알고 있고, 정부가 신중히 검토해서 많은 의견을 청취해 추진할 것”이라고 간접적으로 상법 개정을 시사했다.
이에 재계는 연초대비 증가한 투자 계획을 정부에 통보하면서 선물보따리를 풀었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이날 “우리 기업들은 연간 투자계획이 이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현재 30대 그룹은 금년도 연간 전체 계획으로는 오히려 연초대비 약 6조원이 증가한 155조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허 회장은 “우리 기업들이 연간 투자고용계획이 차질 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기업 의견에 귀 기울여달라”며 “기업활동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경제활성화에 앞장설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재계의 지원이 필요한 박 대통령과 규제 완화 등 기업 경영 걸림돌 제거가 필요한 재계간 이해 관계자 맞아떨어진 오찬”이라고 평가한 뒤 “하지만 실행 과정에서 양측 모두 걸림돌이 산재해 있어 당분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민철 기자 tamados@
뉴스웨이 민철 기자
tamados@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