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전쟁에 배 더 돌아가는데···HMM·팬오션 웃은 '해운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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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 배 더 돌아가는데···HMM·팬오션 웃은 '해운의 역설'

등록 2026.08.16 06:00

김제영

  기자

호르무즈 긴장에 우회 운항 증가유가·보험료 부담보다 운임 효과 커중동 정상화 땐 반전 가능성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중동 전쟁의 불똥이 해운업계로 튀었지만 실적은 오히려 좋아졌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으로 선박 우회 운항이 늘면서 시장에 실제 투입되는 선복이 줄었고 해상 운임이 뛰었기 때문이다. 전쟁으로 비용은 늘었지만 운임 상승폭이 더 커지면서 HMM과 팬오션이 나란히 2분기 실적 개선을 이뤘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HMM은 올해 2분기 매출 3조4020억원, 영업이익 354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30%, 영업이익은 52% 증가했다. 팬오션도 매출 1조9137억원, 영업이익 1937억원으로 각각 47.9%, 57.4% 늘었다.

두 회사의 사업 구조는 다르지만 실적을 끌어올린 공통 요인은 운임이었다. HMM은 컨테이너 운임 상승이, 팬오션은 벌크선과 탱커 시황 개선이 실적에 힘을 보탰다.

핵심은 선박이 실제로 움직일 수 있는 공급량이 줄었다는 점이다.

중동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일부 선박은 홍해·수에즈 운하를 거치지 않고 아프리카 희망봉 등으로 항로를 우회하고 있다. 항해 거리가 길어지고 운항 일수도 늘어난다. 같은 수의 선박이 있어도 한 척이 한 번 운항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시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선복은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난다.

해운업에서는 선박 공급이 줄면 운임이 오른다. 이번 중동 사태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전쟁으로 물류비와 연료비가 늘어나는 동시에 선복 공급이 줄면서 운임을 밀어 올린 것이다.

HMM은 이 효과를 직접적으로 받았다. 조기 성수기까지 겹치면서 컨테이너 운임이 상승했고,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10.2%를 기록했다. 항로 우회가 장기화할수록 선박의 회전율이 떨어져 공급이 줄어드는 만큼 운임에는 상승 압력이 생긴다.

팬오션은 조금 달랐다. 컨테이너선 비중이 높은 HMM과 달리 벌크선과 탱커가 실적을 좌우했다.

팬오션의 2분기 드라이벌크 영업이익은 84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9.8% 증가했다. 남미 곡물 수출 성수기와 석탄 등 주요 원자재 물동량 증가가 겹친 영향이다. 탱커 영업이익도 437억원으로 165.7% 급증했다. 중동발 지정학적 불안 속에서 탱커 운항 수요가 늘어난 것이 수익성 개선에 힘을 보탰다.

전쟁은 해운사에 분명한 비용 부담이기도 하다. 항로를 우회하면 연료를 더 써야 하고 선박 운항 기간도 길어진다. 보험료와 선박 운영비도 증가한다.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비용 부담은 더욱 커진다.

그런데 이번에는 비용을 웃도는 운임 상승이 나타났다. 배가 더 멀리 돌아가면서 해운사의 비용이 늘었지만, 동시에 선복 부족으로 운임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해운업계가 누린 '전쟁의 역설'이다.

다만 지금의 호황을 장기화할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다.

중동 정세가 안정돼 항로가 정상화되면 우회 운항으로 발생했던 선복 감소 효과가 사라진다. 신규 선박이 시장에 추가로 투입되면 공급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미국의 관세 정책과 글로벌 경기 둔화로 물동량이 줄어드는 것도 운임에는 악재다.

결국 2분기 실적은 전쟁이 해운사에 호재였다는 의미가 아니다. 전쟁이 만들어낸 공급 제약이 운임을 끌어올렸고 그 효과가 비용 증가분을 넘어섰다는 뜻에 가깝다. 중동 리스크가 해소되는 순간 지금의 운임 프리미엄도 사라질 수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운항 거리와 비용이 증가하는 동시에 시장에 투입되는 선복에도 영향을 미쳐 운임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하반기에는 중동 상황뿐 아니라 글로벌 교역량과 선복 공급 변화가 운임과 실적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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