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결권 확대는 주주 권리” VS “기업가 정신 짓밟는다” 경제민주화 바람타고 찬반 팽팽 ‘윈윈’ 해법찿기 골몰
국민연금 의결권 확대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경제민주화 바람을 타고 정치권 등에서는 국민연금의 역할 확대를 위한 논의가 활발하지만 자본시장을 왜곡시킨다는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다.
국민연금기금은 1988년 5200억원의 적립금을 시작으로 지난 5월말 기준 410조원 규모로 커졌다. 이 가운데 75조원을 국내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국내 시가총액 1위(210조원)인 삼성전자 주식의 3분의 1을 살 수 있는 규모다. 시가총액 2위(57조원)인 현대자동차 주식은 통째로 사고도 남는 금액이다.
국민연금은 올해 말까지 주식투자 금액을 87조1000억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실제 국민연금이 10% 이상을 보유한 기업의 수도 급격히 늘고 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0일 기준으로 국민연금이 지분 10%이상을 보유한 기업은 27개에 달한다. 지난달 13일 15개 기업에서 한 달 사이에 12개가 늘어났다.
주식시장에서 국민연금의 지분율이 높아질수록 기업들은 불안하다. 국민연금이 투자했다는 이유로 안정적인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지만 반대로 경영권을 위협받게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민연금은 의결권 행사를 자제하면서도 외국기업의 경영권 위협에는 백기사 역할을 맡아 기업들의 환대를 받았다.
하지만 경제민주화 바람 이후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기업경영에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특히 안건에 대한 반대표 행사가 늘어나면서 기업들의 불만이 팽배한 상황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2년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한 기업 주총안건은 총 2565개로 이중 반대가 17%(436개)였다. 전년도인 2011년 7.03%에서 10%p가 늘어났다.
올해도 주총 시즌인 3월말까지 총 451차례의 주주총회에 참석해 2084건의 안건 중 260건(12.5%)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했다.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해야 한다는 주장은 재벌총수들이 적은 지분으로 독단적인 의사결정을 내리고 지나친 사익추구로 주주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이 커졌기 때문이다.
올해 국민연금은 총 12차례에 걸쳐 재벌 총수들의 이사 재선임에 반대표를 던졌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 최태원 SK 회장,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 등에 대해 기업가치 훼손, 주주권익 침해이력, 과도한 겸임 등을 문제 삼았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기금운용발전위원회는 지난 8월 기업 경영진이 주주권을 심각하게 훼손할 때는 주주대표 소송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지배구조가 취약하다고 판단되는 투자기업을 중점감시 대상으로 지정해 해당 기업 경영진과 협의를 통한 지배구조 개선 추진 방안 등도 제안했다.
정치권에서도 국민연금 의결권 확대를 위한 법안 마련에 적극적이다. 김재원 의원은 경영자의 사익추구 시 대표 소송 제기권 등 주주의 권리 행사를, 이상직 의원은 국민연금기금주주권행사위원회 신설을 주장하고 있다.
또 김성주 의원은 주주권 행사의 정당성을 부여하고 주주권 행사 내역을 수시로 공시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는 법안을 각각 발의했다. 이 같은 법안은 국민연금을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목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과 맥이 닿아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기금의 거대성과 대기업의 지배구조 취약성에 비추어 볼 때 국민연금의 주식의결권 행사는 국민연금에 의한 기업의 지배로 연결될 수 있고 이는 자유시장 경제를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특히 국민연금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완전히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의결권을 확대하는 것은 자칫 정부의 의도에 따라 정치적인 결정을 내릴 여지가 높다는 우려다. 재계에서도 국민연금의 의결권 확대가 기업경영을 위축시킨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이 같은 우려가 반영되면서 보건복지부가 8일 발표한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에는 국민연금기금운용발전위원회에서 제시한 국민연금 의결권 강화 방안 대부분이 채택되지 않았다.
하지만 국민연금 의결권 확대에 대한 논의는 언제든 재점화 할 수 있다. 의결권 행사는 주주의 당연한 권리이고 국민연금은 현재의 보유 주식만으로도 기업에 대해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으나 적극적으로 행사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 기준운용 방침을 새롭게 정립되지 않으면 국민연금 의결권 확대와 관련한 문제는 언제든 다시 나타날 수 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의 의결권 확대 논의가 나오지 않도록 기업들이 보다 투명한 경영을 펼쳐서 시장에 신뢰를 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는 “기업이 경영권을 지키는 궁극적인 방법은 스스로 보다 투명하게 기업을 경영하는 것 외에는 없다”며 “기업이 본래의 목적에 부합되게 운영될 때 국민연금은 우리나라 기업의 지배구조 취약성을 보완하고 오히려 기업을 지켜주는 수호천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길홍 기자 sli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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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slize@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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