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 대가 아파트 싸게 산 법원공무원들 선고유예

法 “등기관이 ‘등기 대상 아파트 저가매입 기회’ 받은 건 뇌물”

아파트 등기 편의를 봐주고 그 대가로 시세보다 싸게 아파트를 산 법원의 등기 담당 공무원들에게 선고유예가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부동산 등기를 신청한 법무사 측에 ‘등기 대상 아파트를 구매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 시세보다 1000만원 싸게 산 혐의(뇌물 수수)로 기소된 배 모 씨와 윤 모 씨에게 선고를 유예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지방의 한 법원에서 등기 신청 사무를 맡았던 배 씨와 윤 씨는 2012년 4월 대기업 사택 아파트 80여 가구의 등기 신청을 받았다. 법무사 사무소는 매맷값 2억2000만원에 분양자들 앞으로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그런데 신청서에는 아파트 3개 동의 건축물대장과 등기신청서상 표시가 서로 달랐고, 56가구 중 38가구의 건축물대장이 빠져있었다. 등기관들은 서류 하자를 이유로 신청을 각하해야 하지만 배씨 등은 ‘사후에 보정하라’면서 등기를 완료해줬다.

배 씨 등은 법무사 사무장에게 ‘사택을 살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사무장은 소개 수수료 1000만원을 받지 않고 분양을 받도록 해줬고 배씨 등은 앞으로 등기 편의를 봐주겠다면서 이를 받아들였다.

분양가보다 1000만원 낮은 2억1000만원에 배 씨 등은 아파트를 샀고 검찰은 직무와 관련해 부정한 이득을 취한 혐의로 이들을 기소했다.

1·2심 법원은 “등기공무원이 업무상 관계를 맺은 법무사 직원을 통해 기준액보다 저렴하게 아파트를 구매할 기회를 제공받았다면 그에 따른 이익은 뇌물”이라며 유죄를 인정했다.

다만 법원은 배 씨 등은 초범이고 1000만원을 추징하는 점 등을 들어 각각 자격정지 1년, 자격정지 6월의 선고유예를 판결했다.

한편, 선고유예는 범죄 정황이 가벼운 자에게 일정 기간 형 선고를 미루고 유예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선고를 면해주는 면소(免訴) 처분을 받았다고 간주, 전과기록 등이 남지 않는 제도다.

성동규 기자 sd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