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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家, 적극적인 경영참여는 3세부터

[재벌家 여성들②]삼성家, 적극적인 경영참여는 3세부터

등록 2014.09.30 10:29

수정 2014.10.08 17:51

강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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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진·이서현, 오빠와 경영 대결이건희 회장 부재시 그룹 향방 촉각이맹희·이명희 딸도 기업서 맹활약

삼성가 2세대 딸들이 경영 참여가 미진했던 것과 달리 3세대로 내려오면서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이가 없는 그야말로 ‘딸들의 반란’이다.

삼성그룹의 대권을 물려받은 이병철 창업주의 3남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홍라희 리움미술관 관장과의 슬하에 1남3녀를 뒀다.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 고 이윤형씨 등이다.

이 회장이 지난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아직까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 체제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그동안 3남매가 모두 경영에 참여해 왔지만 향후 삼성그룹의 대권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넘어가게 되면 이부진·이서현 자매의 역할 변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家, 적극적인 경영참여는 3세부터 기사의 사진


장녀 이부진 사장은 1995년 삼성에 입사해 2001년부터 호텔신라에서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이부진 사장은 삼성물산의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임우재 삼성전기 부사장과의 결혼으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이부진 사장은 2001년 호텔신라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한 이후 호텔신라를 새롭게 탈바꿈 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이부진 사장은 인천공항, 제주공항을 비롯해 싱가포르 창이공항, 마카오공항 등의 면세점 사업권을 따내며 호텔신라의 핵심사업으로 키워냈다. 지난해 호텔신라 매출액 2조3000여억원 가운데 면세점이 90%가량을 책임졌다. 이부진 사장이 2010년부터 호텔신라와 함께 제일모직(옛 에버랜드) 사장과 삼성물산 상사부문 고문까지 맡게 된것도 이 같은 경영 능력을 인정받은 덕분이다.

이건희 회장이 공식석상에 참석할 때마다 이부진 사장의 손을 꼭 붙잡고 등장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삼성그룹의 대권을 이부진 사장이 물려받을 것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 체제로 굳어지는 것이 확실시 되면서 이부진 사장은 오빠를 도와 삼성그룹 경영에 참여하거나 일부 기업을 계열 분리해 독립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부진 사장은 현재 맡고 있는 호텔신라를 비롯해 제일모직의 외식·레저 사업 등을 분배받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삼성물산, 삼성종합화학 등도 이부진 사장의 몫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차녀 이서현 사장은 지난해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삼성그룹 오너 일가 중 유일하게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사장으로 승진했다. 서울 예술고등학교와 미국 파슨즈디자인스쿨을 졸업한 뒤 2002년 제일모직에서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남편 김재열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은 고 김병관 동아일보 명예회장의 차남이다.

이서현 사장은 그동안 제일모직에서 패션사업을 주도하며 미래 사업발굴과 브랜드 중장기 전략기획 등의 업무를 총괄해왔다. 제일모직의 대표적인 브랜드인 ‘빈폴’을 글로벌 브랜드로 키워내 역량을 인정받았고 여성복 브랜드 ‘구호’ 인수 등을 통해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최근에는 ‘에잇세컨즈’ 브랜드를 런칭하고 글로벌 SPA 시장에 뛰어들기도 했다. 이서현 사장은 패션 사업뿐만 광고 회사인 제일기획도 함께 맡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계열분리가 이뤄지면 이서현 사장의 제일모직의 패션부문과 제일기획 등을 분배받을 것이란 시각에 무게가 실린다.

이건희 회장의 막내딸인 이윤형씨는 2004년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개설한 소식이 알려지면서 세간에 화제가 됐고 팬카페가 개설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2005년 미국 유학 중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 외에도 CJ·신세계 등의 범삼성가 3세 여성들도 활발히 경영활동을 하고 있다. 이맹희씨의 장녀이자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누나인 이미경 CJ 부회장의 활약이 돋보인다. 범삼성가의 맡언니인 이미경 부회장은 2004년 CJ엔터테인먼트 해외사업을 맡아 진두지휘하며 역량을 발휘했다. 미국에서 태어난 이 부회장은 영어뿐만 아니라 불어·중국어 등에 능통하고 하버드대에서 동아시아지역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상하이 푸단대학교 역사교육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또한 이재현 회장이 법정소송과 건강악화로 자리를 비우고 있는 가운데 외삼촌인 손경식 CJ 회장과 함께 이재현 회장의 빈자리를 메우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초 블룸버그뉴스의 경제 월간지 ‘블룸버그 마케츠’와 인터뷰하면서 “나는 지금 예전보다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은 사람과 대화를 나누며 그룹의 대차대조표를 포함해 더 많은 일에 신경 쓰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이미경 부회장은 “나와 내 동생한테는 새로운 걸 창조해서 나라에 기여하려 했던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DNA가 흐르고 있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딸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은 이서현 사장과 같은 서울예술고등학교를 나왔고 이화여대 응용미술학과와 미국 로드아일랜드에서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했다. 정 부사장은 1996년 조선호텔에서 경영수업을 시작했으며 전공을 살려 조선호텔에 업계 최초로 비주얼 디자인 적용해 주목을 받았다. 2009년부터는 조선호텔에서 신세계로 옮겨 패션 관련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삼성가의 이부진·이서현 자매가 각각 호텔과 패션을 맡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유경 부사장도 호텔·패션 관련 사업을 맡아오면서 사촌간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경영참여 활발한 사위들=삼성가 사위들 대부분은 명암에 엇갈리기는 하지만 그룹 경영활동에 활발히 참여했다. 반면 며느리들의 대외 활동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건희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관장이 미술관을 운영하는 정도다.

이병철 회장의 사위 대부분은 삼성그룹에 몸을 담았다. 이인희 고문의 남편인 조운해씨는 의사였지만 삼성의 계열사인 강북삼성병원에서 원장 및 이사장을 지냈다. 둘째딸 이숙희씨의 남편인 구자학 아워홈 회장은 LG가 사람이었지만 장인의 신임을 얻으며 삼성그룹에서 경영수업을 받았다. 셋째딸 이순희씨의 남편인 김규 서강대 교수만 유일하게 학자의 길을 걸었다.

넷째딸 이덕희씨의 남편인 고 이종기 전 삼성화재 회장도 삼성그룹의 주요 계열사를 거치며 장인의 신임을 얻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중앙일보 부회장, 제일제당 부회장 등을 거쳐 삼성화재 회장에 올랐다.

하지만 이후의 삶은 다소 불행했다. 2000년 삼성화재 회장에서 물러난 뒤로 우울증을 앓며 해외를 떠돌다 2006년 10월 일본의 한 호텔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씨가 사망한 이후 그가 보유하고 있던 삼성생명 지분 4.68%가 삼성생명 공익재단에 증여됐는데 당시 시세로 5000억원이 넘는 거액이었다.

이명희씨의 남편 정재은 신세계 명예회장도 삼성그룹에서 활발한 경영활동을 펼치며 주목을 받았다. 공학도 출신인 그는 삼성전기·삼성전자 등 주로 전자계열사에서 근무했다. 삼성그룹의 핵심 기업인 삼성전자의 대표이사를 맡기도 했다. 장인이 작고한 뒤로는 아내의 몫으로 분류된 신세계·조선호텔에서 주로 활동했다.

이건희 회장의 사위들도 비슷하다. 임우재 삼성전기 부사장은 삼성물산에 평사원으로 입사했다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결혼하면서 삼성가의 일원이 됐고 이후 미국 MIT에서 MBA 학위를 취득하고 돌아와 삼성전기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인 남편인 김재열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은 고 김병관 동아일보 회장의 차남이다. 삼성그룹에서 제일기획, 제일모직, 삼성엔지니어링 등을 거쳤고 대한빙상연맹 회장을 맡으며 대외 활동도 활발한 편이다. 김재열 사장은 장인의 뒤를 이어 IOC 위원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위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것과 달리 며느리의 활동은 찾아볼 수 없다. 이건희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관장이 리움미술관을 운영하는 것 정도가 전부다. 홍 관장은 서울대 미대 출신으로 1983년 현대미술관회 이사로 대외 활동을 시작해 친정인 중앙일보에서 상무로 재직하기도 했다. 호암미술관장, 삼성문화재단 이사장, 현대미술관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고 리움미술관이 개관한 뒤 관장으로 취임했다.

한때 삼성가 며느리였던 임세령 대상 상무도 삼성가에 소속돼 있을 때는 대외활동이 거의 없었다. 대상그룹 임창욱 회장의 장녀인 임 상무는 1998년 이재용 부회장과 결혼하면서 삼성가의 안방마님이 됐다. 이 부회장의 결혼생활동안 임 상무의 행보가 밖으로 드러난 적이 거의 없었으며 당연히 경영활동 참여도 없었다. 하지만 임 상무는 이 부회장과 2009년 협의이혼하면서 친정으로 돌아갔고 이듬해부터 대상그룹 경영에 활발히 참여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이혼했던 텔런트 고현정씨의 행보도 비슷하다. SBS 드라마 모래시계로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고씨는 정 부회장과 결혼하면서 연예계 활동을 접고 재벌가의 일원으로 살았다. 하지만 이혼 이후 다시 연예계로 돌아와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강길홍 기자 sli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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