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만에 두배로 확대되는 주식 가격제한폭 기대·우려 교차투자 늘어 증시 활력 찾고 기업 가치 제고될 것이란 평가효과 미미··· 개인투자자 피해 늘고 투기성 부각 우려
정부가 주식 가격제한폭을 현행의 두배인 30%로 확대하는 방안을 내놓고 내년 시행을 예고 중이다. 시장에선 증시 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다는 찬성과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반대의견이 맞서고 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9월 수원 광교 테크노밸리에서 열린 ‘모험자본 현장방문 간담회’에서 “내년 상반기 중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의 가격제한폭을 현행 15%에서 30%로 일시에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가격제한폭은 전일 종가대비 일정 비율 이상 주가가 오르내리지 못하게 막아놓는 제도다. 현재는 주가가 상승 또는 하락하더라도 그 폭이 전날 종가의 15%로 제한돼 있어 제대로 된 시장의 평가가치를 반영하지 못하는 한편 작전세력이 주가를 상·하한가로 만들기 쉽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한국 유가증권시장은 1995년 4월에 가격제한폭 6%를 도입한 이후 1996년 11월 8%,1997년 3월 12%, 1998년 12월 15%로 점차 확대했다. 이번에 30%로 확대되면 16년만에 변경되는 셈이다. 코스닥 시장은 1996년 11월 8% 도입 이후 1998년 5월 12%, 2005년 3월 15%로 가격제한폭을 확대됐다.
◇투자 늘어 역동적 증시 기대··· 확대에 찬성
시장의 역동성을 제고하고 기업가치가 제대로 평가되는 시장을 조성한다는 게 주식 가격제한폭 확대 취지다.
일단 시장은 증시 변동성 확대로 투자자 관심이 커져 거래대금이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정부의 의도대로 주식의 변동성 확대가 투자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판단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과거 가격제한폭을 확대했을 때 주식거래대금이 덩달아 늘어났다”며 “침체됐던 주식 거래대금이 증가해 기업들과 증권업계가 모두 활성화 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전망했다.
15% 이상 오를 재료가 있는 종목에 대한 주가 반영이 효율적으로 빠르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기업이 크게 저평가돼 있는데 거래량이나 변동성이 워낙 작아 주식 매입을 꺼렸던 사람들이 변동성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투자하게 되면 기업이 재평가 받는데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이다.
가격제한폭이 확대되면 고수익을 노리는 개인투자자들의 증시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 또 미국 증시 등 가격제한폭이 없는 시장과 유사해져 외국인 투자를 늘리는 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국내 투자자의 해외 이탈을 막는 효과도 있다.
실제로 지난 2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의 지난 5년간 해외주식 투자는 2배 이상 늘었다.
올들어 지난 20일까지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직접 투자 규모는 모두 57억1569만달러(약 6조272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09년 연간 해외주식 투자 금액인 30억8249만달러의 2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최근 수년간 박스권 움직임에 그친 국내투자에 비해 보다 역동적인 주요 선진국 증시가 투자자들의 관심으로 끈 것으로 분석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요 선진국의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자 투자자들이 해외 증시로 시선을 옮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현재 가격제한폭은 아시아 증시에서만 존재한다. 일본은 정액제를 도입하고 있는데 평균 21%이고 대만은 7%, 중국은 10%의 가격제한폭을 적용하고 있다.
조만간 후강통 시행으로 중국 본토 주식에 직접 투자할 길까지 열릴 것으로 관측돼 해외 주식 투자에 대한 열기가 더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주식 가격폭제한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효과 없고 개인 투자자 위험만 늘어··· 확대 부정적
지난 15일 진행된 금융위원회 대상 국정감사에서 금융위의 주식시장 가격제한폭 확대 정책은 질타를 맞았다. 원인과 처방 둘 다 잘못된 정책이라는 비난 속에 해당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번 국감에서 국회 정무위원회 김기식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주식시장이 침체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가격제한폭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오히려 가격제한폭을 확대해도 그 영향을 받을 종목은 1%가 될까말까한 상황에서 효과는 미미하고 위험만 키우는 정책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이 한국거래소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 상·하한가를 기록하는 종목의 비중은 1% 내외에 그쳤다.
올 상반기에도 거래일 121일 동안 상하한가를 모두 합쳐서 702회 발생했다. 올 상반기 평균 909종목 중 0.64%에 불과한 수치로서 실제 주가 제한폭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기업은 극히 일부에 불과해 효과가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김 의원의 지적에 따르면 오히려 주가조작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늘어나 주가조작의 유인이 커지며 정보가 부족한 개인투자자들은 막대한 피해를 볼 위험이 생긴다는 것이다.
변동성이 커지게 되면 이로 인한 투기적 매매가 늘면서 특히 중소형주에 주로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는 얘기다.
가격제한폭이 확대되면 그만큼 외국 자본 유입이 늘고 결국 우리 증시의 해외 의존도와 종속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비판적 분석도 있다. 지금도 한국 증시가 외국인의 매도 및 매수 경향에 따라 좌우되는 정도가 크다는 우려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선진국형 변동성 완화장치를 도입해 과도한 가격변동에 브레이크를 걸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럼에도 하루 변동 폭이 최대 60%에 이르기 때문에 정보가 어두운 개인투자자들은 주의하지 않으면 큰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원영 기자 lucas201@
뉴스웨이 최원영 기자
lucas201@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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