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후반 CF로 연예계에 첫 발을 내디딘 배우 천정명.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다양한 캐릭터 연기를 선보이며 여성 팬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때론 달콤했다가, 또 때론 시크했다가. 그리고 혹은 옆집 오빠같은 푸근한 캐릭터로 자신의 필모그라피를 쌓아가고 있다.
그리고 천정명은 또 한 편의 드라마를 성공적으로 끝냈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죽어 있는 연애세포를 깨워줬던 그야말로 ‘로맨틱’으로는 ‘성공적’이었던 드라마 ‘하트 투 하트’의 종영 인터뷰가 열린 서울 신당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마주했다.
최근 대상포진에 걸려 고생했다가 이제 거의 다 나았다며 안심 시켰다. “드라마에 너무 열중했나봐요”라며 사람 좋은 웃음을 보였다.
“너무 오랜만에 칭찬을 해주셔서 그런지 기분이 좋았어요. (웃음) 캐릭터를 만드는 과정에서 사실 고민이 많았거든요. ‘이렇게 하면 밉상이지 않을까’ ‘이렇게 하면 너무 오버스럽지 않을까’ 하고요. 감독님과도 고이석 캐릭터에 대해 회의를 했었는데 연연하지 말고 작품에 집중하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랬더니 기분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아요. 예전에는 시청률도 확인하고 반응도 봤었어요. 시청률이 안 나오면 의기소침해질 때도 있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어요. 어떻게 보면 시청률이 잘 나와서 마음을 놓았던 것도 있어요. 감독님도 그런 걸 신경 안 쓰셨고요. 드라마를 끝낸 지금은 너무 행복해요”
◆ 최강희, 내게는 최고의 파트너
‘하트 투 하트’ 속 천정명은 집안에서 철부지 막내 고이석을 맡아 열연했다. 천정명은 실제 고이석과 비슷한 면이 있다고 말한다.
“장난기도 많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장난을 짓궂게 쳐요. 악동 같다고 할까요. (웃음) 근데 고이석은 재미있게 표현하려고 과장되게 표현한 것도 없지 않아요”
작품 속 자신의 캐릭터에 완전히 몰입해서 대상포진’ 걸렸다던 천정명은 ‘하트 투 하트’에서도 상대 배우 최강희와 실제로 연애하듯이 감정을 몰입했단다. 감독님 역시 그렇게 유도했다고. 그러다보면 작품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그 감정선에서 깨어나오기 힘든 경우도 있다.
“실제와 촬영의 감정선을 조절하는 게 힘들었어요. 너무 몰입하다보니 어느 순간 촬영이 끝났는데 저도 모르게 (최)강희 누나의 손을 잡고 있더라고요.(웃음) 누나가 뭐냐면서 손을 빼더라고요. 하하하”
천정명은 ‘하트 투 하트’에서 함께 연기했던 최강희에 대해 칭찬을 늘어놨다. 자신의 감정씬에서 함께 울어주며 호흡을 맞춰줬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러면서도 “처음에는 제가 반갑게 인사했는데 눈인사만 해주시더라고요. 새침하게. 사람들이 오해할 수 있는 상황인데 강희 누나가 원래 성격이 그런 분이더라고요. 하하하. 장영남 선배님이 촬영장에 놀러왔는데 대선배인데도 선배님이라고 안하고 ‘영남씨’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놀라서 왜 그렇게 부르냐고 물었더니 원래 그렇다고 했어요. (웃음) 그게 예의가 없는거랑은 다른 것 같아요. 원래 누나 스타일이더라고요”
‘하트 투 하트’에서 극중 고이석은 차홍도(최강희 분)와 수차례 엇갈렸다. 그리고 자신의 집안으로 인해 인생에서 모든 걸 잃은 차홍도를 사랑한 고이석의 이야기는 현실에서는 사실 보기 힘든 이야기다. 실제로 천정명에게 이러한 일이 일어난다면 어떨까.
“참 힘들어요. 그런 질문이.. 진짜 사랑할 수가 있을까요. 그렇게 되면 일단 집안의 반대가 심할 것 같아요. 그 친구는 나 때문에 모든 걸 잃었고 병을 앓게 된 거잖아요. 그렇게 만나게 된다는게 정말 드물지 않을까요. 알고 나서도 만난다면 모든 걸 용서하게 되겠지만요. 현실에서는 사실 힘들 것 같아요. 그런 큰일을 겪었는데도 용서를 한다는 건, 사실 힘들 것 같아요”
◆ 다양한 캐릭터의 배우, 연애할 때도?
대중들에게 간지러운 연애세포를 자극시켰던 천정명은 정작 ‘연애’라는 단어에 “너무 하고 싶다”며 눈빛을 반짝 거렸다. 친구들 사이에서는 자신만 혼자라고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얼른 좋은 사람을 만나서 함께 놀러 가고 싶다고. 하지만 ‘배우’라는 직업이 아직은 연애하기에 힘들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저는 다양한 모습을 가진 여자를 만나고 싶어요. 때로는 귀엽고, 또 때론 섹시하고..제가 너무 눈이 높나요? (웃음) 하나만 포기하자면 섹시한 것? 저는 귀여운 여자가 좋더라고요”
천정명에게 겉으로는 시크해 보이는 상남자같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다정한 남자라고 말한다. 하나부터 열까지 챙겨주고 표현하는게 자신의 스타일이라고. 하지만 “여자들은 자상한 남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더라고요”라며 너털 웃음을 지었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드는 천정명은 다양한 캐릭터로 대중들과 만났다. 비교적 로맨틱 코미디에서 많은 모습을 보였지만 싸이코패스와 같은 강렬한 캐릭터를 소화하고 싶다는 마음도 내비쳤다.
“영화 ‘프라이멀 피어’에 나오는 에드워드 노튼이 맡았던 아론 스탬플러 역이나 ‘살인의 추억’ 박해일 선배님 역할 같은 거요. 싸이코패스라고 해야할까요? 장치가 많은 역할 같아요. 무언가를 할 수 있는게 많거든요. 그냥 멜로 장르만 하라고 하면 무게를 잡아야 하는데 그게 어색해요. 멜로는 연기가 한정적일 수밖에 없거든요.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은 싸이코패스가 딱인 것 같아요. 박해일 선배님이 그런 다양한 모습을 많이 보여주시잖아요.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참 많이 배우는 것 같아요. 되게 순수하면서 청년같은 이미지잖아요. 정말 좋아요”
◆ “10년 후? 송강호·최민식 선배님같은 한국의 독보적인 배우로···”
천정명은 원래,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다. 배우라는 직업을 하기에는 다소 힘든 성격이 될 수가 있다. 하지만 그런 것도 극복하고 배우 천정명으로 우뚝 섰다. 천정명 역시 “참 매력이 있는 직업이예요. 순간적으로 몰입하게 되더라고요. 처음에는 낯설지만 계속 하다 보니 그 매력에 빠지는 것 같아요. 저도 모르게 확 변해있더라고요. 그런걸 보면 정말 신기한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천상 배우라는 말이 어울린다. 그는 배우를 하지 않았다면 무엇을 했겠냐는 질문에 잠깐의 망설임 없이 “체육 선생님이나 운동쪽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에는 주짓수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것이 인터뷰가 진행되는 내내 주짓수의 매력에 대해 나열하기 바빴었다.
“제가 UFC(격투기)를 좋아해서 경기를 자주 봤는데, 격투기 선수들이 주짓수를 하더라고요. 특히 브라질 선수들은 전부 주짓수를 했어요. 주짓수가 뭘까 싶어서 찾아봤는데 유도 같은 운동이더라고요. 유도를 살짝 변종시킨 운동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그래서 직접 해봤는데 적성에 딱 맞고 너무 재밌더라고요. 지금은 완전히 빠져서 하고 있어요”
검도, 유도, 레슬링, 킥복싱, 승마, 아이스하키, 테니스, 축구, 농구 등 안 해본 운동이 없을 정도로 운동을 좋아하는 운동마니아인 천정명은 바다에서 하는 스포츠는 서핑, 지상에서 하는 스포츠는 주짓수가 최고라라며 극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제 데뷔 16년차, 인생의 황금기에 접어든 배우 천정명에게 ‘10년 후’를 물었다.
“좋은 가정을 꾸리고 싶어요. 마흔이 되기 전에는 결혼해야하지 않을까요. 이제 얼마 안 남았네요. (웃음) 배우로써의 욕심도 강해요. 10년 후에는, 송강호 최민식 선배님처럼 대한민국에서 독보적인 존재의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열심히 해서 좋은 배우가 될게요”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
김아름 기자 beautyk@
뉴스웨이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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