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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리스트 그리고 홍보의 역설

[포커스]성완종 리스트 그리고 홍보의 역설

등록 2015.04.22 09:09

수정 2015.04.22 09:10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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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품 전달에 이용한 ‘비타500’, 매출·주가 폭등성완종 전 회장이 즐겨찾은 식당들에 관심 쏠려18대 대선 후보단일화 논의한 정동 ‘달개비 식당’“나도 한번 먹어보자”···의도치 않은 홍보효과 ‘톡톡’

지난 16일 대정부질문에서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비타500 박스 사진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김동민 기자 life@지난 16일 대정부질문에서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비타500 박스 사진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김동민 기자 life@


정치권에는 항상 여론의 관심이 집중된다. 특히 민감한 사안일수록 집중도는 높아지고 갖가지 방법들을 통한 재생산도 활발한 경향을 보인다. 이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노출되는 상품이나 장소 등은 해당 이슈가 마무리되고 난 뒤에도 일종의 ‘특수’를 누리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의혹으로 여론의 압박을 받던 이완구 국무총리는 21일 결국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언론 보도와 각종 증언에 따르면 성 전 회장은 지난 2013년 재보궐선거에 출마한 이 총리에게 비타민 음료인 ‘비타500’ 박스에 3000만원의 현금을 넣어 전달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비타500 박스에 들어가는 현금의 양에 여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급기야 한 언론사는 이를 직접 실험한 결과를 보도했고 1만원권으로는 1500만원, 5만원권으로는 5500만원까지 채울 수 있다는 내용의 영상을 공개했다. 이는 온라인상에 빠르게 전파됐고 직접 실험에 나선 일부 네티즌들도 상당수 있었다.

이런 과정에서 비타500을 생산하는 광동제약은 뜻하지 않은 특수를 맞아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편의점 씨유(CU)에 따르면 관련 보도가 나온 15일 당일 낱개로 판매하는 비타500(100㎖) 매출이 전날보다 51.7% 상승했다. 10개입 상자는 48.7%, 20개입 상자는 28.8% 늘어났다. 다른 편의점 업체인 GS25에서도 전주와 비교해 20~30% 가량 매출이 폭등했다.

이 뿐만 아니라 15일 1만4550원에 거래됐던 광동제약의 주가는 불과 사흘 만에 5.84%가 상승했고, 20일에는 거래가 1만5850원을 기록하며 신고가를 갱신하기도 했다.

다만 이 같은 판매량 증가가 앞으로 지속될 것인지 여부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한 증권 관계자는 “우스갯소리로 이완구 총리가 비타500 광고모델로 언급되는 등 각종 패러디가 쏟아지면서 광동제약으로서는 엄청난 광고효과를 누린 셈”이라면서도 “이번 사안 자체가 좋지 않은 이슈다 보니 장기간 호재로 작용할지는 의문”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서 주목을 받았던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과 강남 리베라호텔도 때 아닌 유명세를 탔다. 성 전 회장은 롯데호텔 헬스클럽에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만나 10만달러, 리베라호텔에서 허태열 전 비서실장에게 7억원을 전달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성 전 회장이 식사 장소로 애용했던 여의도 ‘빈센트’와 롯데호텔 일식집 ‘모모야마’에도 적잖은 관심이 쏠렸다. 숨지기 직전 김한길 전 새정치연합 대표를 만나 식사했던 장충동 평양냉면집도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말 청와대 비선실세 의혹이 한창일 당시 ‘문건 파문’의 주인공인 정윤회 씨가 비밀 회동을 위해 이용했다는 강남의 중식당 ‘JS가든’도 유명세를 치렀다. 특히 정 씨가 자주 들른 압구정점의 경우 해당 사건으로 알려진 이후 예약 건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는 후문이다.

과거로 더 거슬러 올라가도 비슷한 경우가 있었다. 지난 2012년 18대 대선을 앞두고 야권에서는 문재인-안철수 후보 단일화 논의가 한창 벌어졌다. 당시 두 후보는 서울 정동의 한정식집인 ‘달개비 식당’을 주요 회동 장소로 이용했다.

모임 전문 식당인 이곳에서는 두 후보들간 직접 회동 뿐만 아니라 당시 양측의 파트별 정책 실무진이 수시로 회동을 갖고 협상을 진행하면서 야권의 ‘베이스 캠프’ 같은 이미지를 주기도 했다.

기존에도 정계와 재계, 금융계, 방송계 등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이 찾던 달개비 식당은 당시 이 같은 ‘홍보효과’에 힘입어 현재는 일반인들의 상견례 장소로 애용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창희 기자 allnew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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