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돌’로 불리며 강렬한 카리스마를 앞세웠던 그룹 에이션이 이번에는 상큼한 꽃남으로 변신해서 돌아왔다. ‘썸’이라도 타고 싶은 매력을 지닌 5인조 보이그룹 에이션(로제이 상현 정상 혁진 진오) 다섯 남자들이 지난 27일 정오 새 싱글 ‘릴레이션(Relacian)’을 발매하고 활발한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 1월과 3월 음원으로만 팬들과 만나왔던 에이션이 이번에는 팬들과 직접 소통하기 위해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었다. 국내와 해외를 넘나드는 스케줄로 하루도 쉬지못하고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지난 10월 발매한 ‘아우치’와는 완전히 달라진 이미지의 새 싱글 ‘릴레이션(Relation)’의 타이틀곡 ‘드라이빙’은 따뜻한 지금 계절과 제법 잘 어우러진다. 뮤직비디오만 봐도 이전에 카리스마를 풍기던 에이션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이렇게 밝고 귀여운 매력을 갖고 있었는지 새삼 느끼게 된 앨범이다.
“원래 성격이 어둡거나 쎄거나 그런 성격들이 아니에요. 이번 앨범이 화사하고 밝아서 그런지 지난 ‘아우치(Ouch)’때 보다 녹음할 때도 더욱 편하게 했던 것 같아요.”(로제이)
“처음 뮤직비디오 찍을 때는 정말 어색했어요. 우리가 강렬한 이미지였는데 어떻게 깰까 고민이 많았거든요. 일단 표정 연습부터 했어요. 귀여운 콘셉트는 로제이가 가장 잘 어울리더라고요. 뮤직비디오 촬영 당시 굉장히 해맑기도 했고요. (웃음)”(정상)
리더 로제이가 가장 해맑았던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드라이빙’ 뮤직비디오에서 걸그룹 헬로비너스 나라와 연인으로 유일하게 호흡을 맞춘 멤버기 때문. 로제이는 나라와 뮤직비디오 촬영 당시 이마에 키스하는 장면을 찍을때 생긴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며 수줍게 웃었다.
“뮤직비디오를 통해 연기를 처음해봤는데 정말 오글거려서 혼났어요. (웃음) 뮤직비디오에서 헬로비너스 나라 선배님이 여자 주인공으로 출연해주셨는데 키가 엄청 크셔서 정말 당황했거든요. 제가 큰 편이 아니잖아요. 마주보고 이마에 키스하는 씬이 있었는데 남자가 커야 하는데 키가 비슷해서...하하하. 그래서 제가 언덕에 올라가서 그 장면을 찍었어요. (웃음)”(로제이)
로제이를 제외한 멤버들은 뮤직비디오에서 유일하게 커플 촬영이 있는 로제이를 향한 귀여운 질투심을 보이기도 했다.
“이 형은 연기가 아니라 진심이었어요. 진정한 연기는 우리 네명이 했어요. 우리는 우울한 상황에서 우정을 연기했거든요. 서로 얼굴보면서요. (웃음)”(상현)
“감독님도 촬영하시면서 우리보고 좀 웃으라고 하시더라고요. 하하하”(진오)
에이션의 새 앨범 ‘릴레이션’은 만남, 갈등, 이별 세 가지의 주제가 연결되는 스토리텔링 형식이다. 만남의 설렘을 담은 ‘드라이빙’과 갈등을 그린 ‘삐끗삐끗’, 이별의 슬픔을 담은 ‘그냥 떠나가’까지. 에이션이 가진 팀 색깔을, 한 장르에만 머무르지 않고 여러 가지 장르에 도전하며 새로운 시도가 돋보이는 앨범이라 볼 수 있다.
에이션은 공백기 동안 태국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현지 쇼케이스를 개최해 1000여명의 팬들이 열광 시키며 성공적인 해외 활동 신호탄을 쏘아올리며 앨범 작업과 해외 일정 소화로 하루하루 바쁜 날들을 보냈던 에이션은 태국 활동 당시의 일화를 늘어 놓았다.
“사실 처음에 태국 갈 때 기대를 하고 갔어요. 하루 정도는 쉴 시간이 있겠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정말 눈꼽만큼도, 한치의 여유도 없이 그 시간을 아깝지 않게 일하다가 왔어요. 하하하. 7박 8일 동안 잠도 하루에 다섯 시간 이상 잔적이 없었죠. 여유를 부릴 수 있는 희망을 늘 갖고 있긴 하지만 앨범이 나온지 얼마 안됐으니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웃음)”(로제이)
“태국 문화를 많이 접하지 못하고 이동만 했는데, 그 와중에도 태국 스탭이나 팬들이 우리에게 무조건 맞춰주더라고요. 정말 좋은 환경에서 편안하게 있다 왔어요.”(진오)
“한국 팬분들은 엄마같이 챙겨주고 걱정해주시는데 태국팬 분들은 밝고 에너지가 항상 넘쳐요. 그래서 항상 기분이 좋아요. 표현도 잘 해주시고 웃음도 정말 많더라고요.”(혁진)
멤버들은 태국어를 가장 잘 구사하는 멤버로 모두 진오를 꼽았다. 진오는 태국어 통역사에게도 칭찬을 들었단다. 상현은 “진오가 말만하면 박수를 치시더라고요. 믿고가는 진오예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앞서 영화 촬영차 태국에 갔을 때는 체류 기간이 그리 길지 않았다. 그때는 에이션이라는 이름 석자를 알리러 간 것보다 그냥 일만 하러 간 셈이었다. 하지만 이번 쇼케이스 때는 비가 많이 왔음에도 불구하고 공연을 무사히 잘 마칠 수 있었다. 에이션은 많은 태국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처음에는 200명 정도의 팬 분들만이 오실 줄 알았어요. 그런데 1000명에 육박하는 분들이 모이셔서 정말 놀랐어요.”(정상) “태국 현지 센트럴 월드라는 중심지에서 쇼케이스를 개최해서 그런지 저희 홍보도 많이 됐고, 현지에서 취재를 많이 오셨더라고요. 현지 매체들과 인터뷰도 진행하는 등 반응이 좋았던 것 같아요.”(상현)
지난 3월말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 에이션이 찾은 적이 있다. 그 당시 대선배인 신화 콘서트를 관람하기 위해서였다. 회사 직원이 과거 신화와의 인연 때문이었다.
“전진 선배님께 인사를 드리러 갔었어요. 콘서트장에 갔더니 팬분들도 정말 많더라고요. 회사에 계신분들이 예전에 전진 선배님과 같은 회사에 있었거든요. 그래서 인연이 닿아서 갔는데 정말 너무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고, 정말 많은걸 느끼고 왔어요.”(상현)
“왜 ‘신화’하는지 알 것 같더라고요. 선배님들 정말 대단하신 것 같아요. 저희는 방송을 하면 적게는 2~3명이 오는데 (웃음) 그 현장에 2만명의 팬 분들이 꽉 차있었죠. 또 선배님들이 현장에 계신 많은 팬분들과 소통하시는 걸 보면서 정말 엄지를 추켜세웠어요.” (진오)
“정말 실력이 뛰어나셨어요. 장수를 하시는 이유가 있더라고요. 일단 실력이 받쳐줘야한다는 자극을 됐어요. 여유도 넘치셨고, 정말 감동 받았고요. 처음에는 ‘배우러 가야지’라고 생각했는데 공연을 관람하면서 점점 팬의 입장으로 보게 되더라고요.”(로제이)
“그날 대기실에서 전진 선배님 아버님께서 저희에게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아이돌의 심정을 알고 계시니까 서로를 믿고 해야한다고요. 서로 이해하는 마음을 가지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전진 선배님이 열심히 하라고 하시면서 어깨를 다독거려주셨는데 정말 큰 힘이 됐어요.”(상현)
17년차 장수 아이돌인 대선배 신화의 콘서트를 보고 난 후 가슴에 잔잔한 물결이 있었던 듯 보였다. 이제 데뷔 3년이 된 에이션에게 신화는 롤모델 그 이상의 존재가 된 듯 했다.
따뜻한 봄날 ‘드라이빙’ 노래만큼이나 총각들의 마음을 설레게하는 계절. 가장 하고 싶은게 무엇이냐고 물었다. 혁진은 “풋살 수업을 하고 싶어요”라며 “어렸을 때 축구선수를 했었는데 지금은 취미삼아 해보고 싶어요”라고 웃었다.
진오는 “저는 개인적인 것보다 게릴라 공연을 하고 싶어요. 날씨가 좋으니까 신촌, 홍대에서 연인들을 모아놓고 버스킹 하고 싶어요. 또 부모님과 함께 여행도 가고 싶고요”라며 작은 소망을 전했다.
이에 로제이는 “진오가 하는 게릴라 공연 앞에 연인으로 가고 싶다”고 웃으며 “연애를 해보고 싶어요. 연애를 한다면 문화생활도 같이하고 벚꽃 구경을 간다거나 연극을 보고 싶어요”라며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상현 역시 진오와 마찬가지로 “게릴라를 하고 싶어요”라면서 “제가 보드 타는 걸 좋아하는데 혼자 보드도 타러가고 싶어요. 혼자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거든요”라고 말했다.
또 정상은 “쉬는 시간이 안 생겨서 아쉬워요. 날씨가 좋은 날에 길거리를 돌아다닌다거나 쇼핑을 한다거나 하는, 그런 사소한 것들이 하고 싶어요”라며 소박한 바람을 드러냈다.
아이돌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은 누리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쉬고 싶어요”라고 말하면서도 “열심히 활동하는 게 먼저다”라며 씩씩하게 말한다.
에이션은 이제 7월 일본 활동도 계획하고 있다. 정식 앨범을 발매 하는 건 아니지만 본격적인 프로모션에 돌입하고 반응이 괜찮으면 앨범도 내겠다는 각오다. 거창하지는 않지만 차근차근 천천히 에이션을 알리겠다며 해맑게 웃는다.
“태국에 쇼케이스를 하면서 에이션이라는 이름을 알렸으니 이제 국내에서 음악방송과 함께 예능프로그램도 도전 할 생각입니다. 국내 뿐 아니라 일본이나 동남아 쪽 진출도 계획하고 있고요. 뭐든 열심히 하는 에이션이 되겠습니다. 지켜봐주세요.”(로제이)
특출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곳이 아이돌 세계다. “쉴 시간이 없어요” “살려주세요”라며 귀여운 투정을 부리는 에이션을 보면서 가슴 한켠이 찡해오기도 했다. 가장 찬란한 시절, 한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다섯 멤버들을 보면서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생각난다.
치열하게 살고 있다면 그걸로 됐다. 지금은 평범한 일상을 누리지 못하겠지만 남들이 누리지 못하는 행복을 느끼는 순간은 반드시 올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치열한 현장에서 살아가고 있는 에이션, 그들을 향해 뜨거운 응원을 보낸다. [사진=모노뮤직코리아 제공]
김아름 기자 beautyk@
뉴스웨이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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