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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에 총선에···존재감 없이 끝난 국감

[포커스]이슈에 총선에···존재감 없이 끝난 국감

등록 2015.10.07 08:44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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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개혁·계파갈등, 정신없는 與野날카로움 사라지고 부실자료만 난무너도 나도 ‘지역구行’···총선대비 열중

국정감사. 사진=뉴스웨이DB국정감사. 사진=뉴스웨이DB


지난달 10일부터 시작된 올해 정기국회 국정감사가 마감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예년보다 밀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여야가 각기 다른 이유로 국감에 집중하기 어려운 데다 개별 의원들의 의지마저 뚝 떨어졌기 때문에서다.

◇與 노동개혁, 野 집안싸움에 국감은 뒷전
박근혜 정부는 올 하반기 최대 역점과제로 노동시장 개혁을 내세웠다. 청와대와 정부의 독려 속에 ‘총대’를 멘 새누리당은 당 노동시장선진화특위를 중심으로 노사정위원회의 대타협과 타협안 추인에 이어 소속의원 전원 명의로 당론 발의까지 마무리했다.

이 과정에서 국감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말로는 ‘민생국감’을 외치면서도 여당 지도부는 연일 노동개혁 입법을 강조했다. 정기국회 개회 이후 김무성 대표는 공식석상 발언에서 두 번에 한 번 꼴로 노동개혁을 입에 담았을 정도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는 점이다. 입법안이 발의된 만큼 소관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에서의 심의 절차가 남았는데, 강성으로 분류되는 야당 의원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는 특성상 여당 입장에서는 총력을 기울여도 처리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내전’이 한창인 야당 측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전통적으로 ‘국감은 야당의 무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정부에 대한 공세의 칼자루를 쥐고 있음에도 존재감이 미미하다.

비주류의 공세에 시달리다 못한 문재인 대표가 직을 걸고 혁신안 의결과 재신임 투표 의사를 밝혔지만 상황 반전은 요원한 상태다. 지난 16일 중앙위원회 혁신안은 비주류의 집단 반발에 이은 퇴장 속에 주류만 남아 박수로 의결하면서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졌다.

자연히 국감에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자료를 쏟아내고 꼼꼼한 질의를 준비해 국감장에 들어서는 이들은 많지 않다. ‘하는 이들만 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현안을 둘러싼 여야간 공방도 진작에 힘이 빠졌다.

◇의미 없는 질의···‘재탕에 삼탕’
예년만 해도 여론의 이목을 잡아끄는 날카로운 문제 제기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지만 올해는 아직까지도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열흘의 기간 동안 국감이 진행되고 있으나 ‘의원발 특종’이라고 꼽을 만한 이슈가 단 하나도 없었던 것이 이를 방증한다. 분야별로 매년 제기돼왔던 지적사항을 올해도 똑같이 꺼내드는 의원들이 부지기수다. 그러면서도 연례적으로 반복되는 문제의 원인과 배경을 분석하는 의원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처럼 준비가 꼼꼼하지 않다보니 이슈를 직접 발굴하기보단 기존에 나온 것들에 천착하는 경우도 눈에 띈다. 각 상임위에서는 정부의 숨겨진 문제점을 들춰내는 질의 대신 노동개혁 입법과 장관의 건배사, 국사 국정교과서 도입 등 소득 없는 정쟁 사안들만 다뤄지고 있다.

무리한 증인 채택에 이어 출석한 증인에 대한 질 떨어지는 질의가 반복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상 최대 규모의 국감이라는 평가 속에 적잖은 기업인들을 소환했으나 날카로운 질의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내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고 자신을 드러내기 위한 훈계성·인신공격성 발언이 대부분이다.

여야는 국감 시작 전부터 각기 ‘민생’과 ‘4生’ 등 야심찬 각오를 내비치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결국 공염불이 될 공산이 커졌다.


당초 이번 국감은 19대 국회 마지막 국감인 데다 내년 총선이 예정돼 있어 치열한 공방이 예상됐다. 총선을 앞두고 의원들마다 국감이라는 공개된 기회를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경쟁을 벌일 것이란 관측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원들은 국감장 대신 지역구를 선택했다. 국감에서 내놓을 자료는 일부 보좌진들에게 맡겨놓은 채 주말 등 시간만 나면 지역구로 달려가 주민들을 만나고 행사에 참여하는 등 사전 작업에 열중이다. 실제로 한 초선의원의 경우 9명의 보좌진을 두 그룹으로 나눠 국감 질의자료 준비와 지역구 다지기를 분담시키고 있다. 이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인원이 많은 쪽이 지역구에 투입된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거구 획정에 따라 지역구가 통합·분리되는 곳도 적지 않아 해당 선거구에서 재선을 노리거나 새롭게 출마하려는 의원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같은 이유로 지역의 예비후보들이 일찌감치 터 닦기에 나선 것도 의원들을 조급하게 만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의원들은 국감장에서도 정부에 대한 질의보다는 지역 민원성 요구를 주저 없이 내놓고 있다. 선거활동 기간에 내세울 ‘건수’를 확보하기 위해 막판 ‘몸부림’이다. 이는 연말 예산안 심의에서의 극도로 치열한 예산 다툼을 예고하는 전조이기도 하다.

이창희 기자 allnew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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