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과 육아는 여배우에게 정말 중요하다.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배우로서 수명이 짧아질 수도, 혹은 또 다른 매력을 드러내며 날개를 달기도 한다. 배우 김정화는 후자다. 결혼은 그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희망의 문이었다.
김정화는 CCM 작곡가 겸 전도사 유은성과 결혼해 지난해 첫 아들을 품에 안았다. 그런 그가 JTBC 금토드라마 ‘디데이’(극본 황은경, 연출 장용우)를 통해 3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했다.
“촬영을 앞두고 설레고 긴장했어요. 걱정반, 기대반이었죠. 해보고 싶었던 캐릭터 였기에 즐겁게 촬영했습니다. 활동을 하면서 이렇게 오래 쉬어 본 적이 없었어요. 내 삶에 많은 변화들을 겪어서인지 연기적으로 많이 차분해 지고 달라졌다는 걸 느꼈어요. 저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되어 기분이 좋았어요.”
극 중 김정화가 연기한 은소율은 따뜻한 마음을 지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다. 평소 나눔을 실천하며 봉사활동에 앞장서는 김정화이기에 은소율 캐릭터는 시청자들에게 십분 와닿았다.
“따뜻하고 밝고 쾌활한 이미지는 평소 봉사활동을 하던 모습이 비춰저 형성된 것 같아요. 은소율은 따뜻한 캐릭터이고 타인에게 위로와 힘이 되어주는 캐릭터이다보니 작품을 할 때도 영향을 미쳤죠. 소율이랑 저랑 비슷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실제 비슷한 부분이 있어요. 친구들을 만나도 이야기를 들어주고 조언을 건네는 편이에요. 그것 만으로 힘이 되고 위로가 되거든요. 그런 면이 소율이와 비슷해요.”
3년 만에 다시 하는 연기이기에 신중하게 작품을 선택했을 김정화다. 어떤 면이 ‘디데이’에, 은소율에 끌린걸까. 김정화는 가장 큰 이유로 공감을 꼽았다.
“의학 재난 드라마이지만 인간의 삶을 드린 드라마에요. 휴머니즘적인 코드가 공감이 되었고, 와닿았습니다. 또 의사 역할이 매력적이었어요. 따뜻한 의사 역할에 강하게 끌렸고, 저와 비슷한 면이 있는 배역이 마음에 크게 다가왔죠.”
‘힐링의 아이콘’ 김정화이지만 사실 그는 원조 ‘차도녀’다. 2000년 고등학생이었던 김정화는 이지적이고 도시적인 이미지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논스톱’에서 스타로 자리잡았다. 서구적인 마스크에 큰 키, 우월한 체격조건까지 이제와 돌이켜보면 김정화가 차도녀의 시작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김정화가 ‘차도녀’의 한계를 깨고 ‘힐링의 아이콘’까지 다양한 이미지를 갖춘 것은 피나는 노력과 도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데뷔 당시, 도시적인 외모 때문에 말을 하지 않으면 화가 난 것 같다는 말을 종종 들었어요.(웃음) 그런데 성격은 오히려 털털하고 소탈하거든요. 그래서 실제 제 모습과 외모가 지닌 캐릭터에 대한 괴리를 느꼈어요. 들어오는 역할은 차도녀스러운 배역이 많은데, 제가 더 잘할 수 있는 캐릭터가 있지 않을까 하는 갈증이 늘 있었거든요. 시청자들이 원하는 캐릭터를 하는 것과 내가 잘할 수 있는 캐릭터를 하는 것, 무엇이 좋을까 고민을 많이 했죠. 결론은 배우가 잘할 수 있는 캐릭터를 하는게 맞겠더라고요. 지금은 그만큼 폭넓은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무엇이든 도전하고 싶어요.”
김정화는 도전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과감한 캐릭터에 도전하는 용기도 생겼다고 한다. 연기에 대한 욕심으로 그의 두 눈이 반짝였다. 하고 싶은 역할에 대해 묻자 끝도 없이 답변을 내놓았다.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하고 싶어요. 머리를 짧게 자르고 털털하지만 여성스러운 반전 매력을 지닌 형사 역할이나,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속 등장인물 같은 캐릭터 강한 역할에도 도전하고 싶어요. 요즘은 액션에 자꾸 눈이 가요. 예전에 액션을 배우면서 감독님들로부터 ‘잘할 것 같다’라는 말을 많이 듣곤 했어요. 거친 액션과 사극에도 도전하고 싶어요.”
김정화는 2000년 이승환의 ‘그대가 그대를’ 뮤직비디오를 통해 얼굴을 알리고, MBC 시트콤 ‘논스톱’을 통해 우연이자 운명처럼 배우로 데뷔했다. 최근 ‘논스톱’ 출연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여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김정화는 ‘논스톱’ 이야기가 나오자 소녀 같은 얼굴로 이야기를 이어 갔다.
“‘논스톱’을 만난건 제 인생의 행운이었어요. 연기의 '연' 자도 모르던 제가 우연히 감독님의 눈에 띄어 연기를 하게 되었어요. 첫 날 첫 촬영을 마친 제게 감독님께서 ‘너 참 대담하구나. NG도 없이 잘했다’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때부터 배우로 살기 시작했어요. 돌아보면 제 안에 충돌도 많았어요. 아쉬운 작품과 만족스러운 작품도 있었죠. 나이를 먹어가며 성숙해진 것 같아요. 또 다양한 작품을 거친 덕에 지금 제가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10대에 데뷔한 김정화는 20대를 거쳐 30대에 접어들었다. 배우로서 앞자리가 세 번이나 바뀐 김정화이기에 소회는 남다르다. 여배우로서 굵직한 인생의 변화도 겪어낸 김정화는 지금의 자신에게 한 없이 감사할 따름이라고 했다.
“잘 모르고 연기를 시작했던 10대를 지나 질풍노도의 20대를 겪었어요. 20대 중반에는 슬럼프도 찾아왔죠. 걱정도 많았고, 연기를 계속 해야하나 심각한 고민에도 빠졌었거든요. 깊이 있는 연기를 하고 싶은 마음에 연극-뮤지컬 무대에도 오르며 많은 걸 배웠어요. 무대 경험을 통해 어떻게 연기에 접근해야 하는지 기초부터 다시 탄탄히 한 계기가 되었죠. 배우로서 무척 소중한 경험이었어요. 그 때 제가 무대에 오르지 않았다면 지금 제가 연기를 계속하고 있을지 모르겠어요. 30대 저는 차분해졌고, 하루하루가 기대되는 마음이에요. 40대가 되면 또 다른 삶이 기다리고 있겠죠. 더 나은, 행복한 삶이 있지 않을까요.”
그는 인터뷰 내내 미소를 띈 채 긍정적이고 경쾌한 답변을 막힘없이 풀어갔다. MBC ‘나누면 행복’을 통해 MC경험이 있어서인지 김정화의 호쾌한 입담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김정화는 행복한 기운과 에너지를 시청자들에게 전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더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시청자들과 만나고 싶어요. 도전하고 배울 수 있다면 연기를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내년에는 영화 ‘김선달’을 통해 인사드릴 것 같아요. 다양한 작품과 배역을 통해 인사드릴게요. 매 순간 즐기면서 즐겁게 활동하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이이슬 기자 ssmoly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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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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