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큰손 연기금 등 기관과의 이면약정 관행 여파지난 2011에도 불법 자전거래 적발로 해당 직원 징계“위법사항 알면서도 증권·운용사 등 자전거래 빈번”
그러나 이러한 자전거래의 배경에는 업계 큰손인 연기금 등 기관에 일정 수익률을 보장해줘야 하는 관행이 자리 잡고 있어 쉽게 뿌리 뽑히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제1부(부장검사 박찬호)는 지난 1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현대증권 전 고객자산운용본부장 이모(55)씨 등 4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전 신탁부장 김모(51)씨 등 3명을 각 벌금 700만원에 약식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09년 2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단기에 고율의 수익을 내주는 조건으로 자금을 위탁받아 기업어음(CP)과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등을 매입해 운용하면서 약정기간 후에도 어음을 시장에 매각하지 않고 현대증권이 운용하는 다른 계좌에 매각해 ‘돌려막기’식으로 환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업체가 투자자에게 수익률을 약정하는 것과 회사 내부 계좌 간 금융상품을 사고파는 자전거래는 불법이다.
일반적으로는 단기 계좌에 만기가 돌아오면 보유하고 있던 장기 CP 등은 시장에 매각해 투자자에게 환급하거나 매각이 어려울 경우 실물을 인도해야 한다.
그럼에 불구하고 현대증권 임직원 불법 자전거래가 발생하는 배경엔 증권사가 연기금 등 기관에 일정 수익률을 보장해주는 이면약정 관행 탓이 크다.
우정사업본부 등 연기금이 자금을 맡을 운용사를 선정하기에 앞서 주요 증권사에 목표수익률이 명시된 제안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형 증권사들의 경우 연기금 등 기관 자금이 들어오는 비중이 커 계약을 따내기 위해 경쟁해야하는 입장에서는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무리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기존에는 불법이 아니었던 자전거래가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규제를 받게 되면서 채권형랩·신탁 등의 자전거래가 법의 사각지대에 있었다는 점도 증권사들의 자전거래 관행에 일조했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사들의 경우 연기금 등 기관들의 자금이 많이 유입되는 편”이라며 “증권사 입장에서는 약속한 수익률을 달성하기 위해 자전거래에 나설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었을 것이고 관행처럼 굳어지다 보니 위법에 대한 경계가 모호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자전거래가 고의든 고의가 아니었든 명백한 위법임에도 이를 재차 위반했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앞서 현대증권은 지난 2011년 2월 금융감독원의 감사에서 불법 자전거래가 적발돼 해당 직원이 징계를 받은 바 있다.
또 금융투자협회 표준내부통제기준에는 이번에 검찰에서 적발한 내용이 포함돼있지 않지만 각사의 준법감시 등을 통해 위법사항임은 충분히 파악이 가능한 문제다.
이에 대해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의 한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자전거래 문제가 위법인 것을 모르지는 않지만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 사이에 심심치 않게 나타난다”며 “해당 행위가 얼마나 문제가 되는지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중금리가 급상승하면 채권 가격이 급락하는데, 채권 시장이 경색하는 경우 추가 투자가 어려워져 대규모 랩 및 신탁계약 해지(환급요청)시 연쇄적 지급불능 사태가 나올 수 있어 자전거래는 금지되고 있다.
또 검찰의 경우 연기금의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영업이익을 할인하는 것은 결국 다른 투자자들에게 손실로 돌아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금융가에서 이 같은 거래가 관행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다른 투자자들에게 손실로 돌아갈 수 있다”며 “금융투자업계의 고질적이고 구조적인 각종 불법행위에 대해 엄정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현대증권은 “당사는 업무과정에서 충분한 검토없이 관행을 따랐을 뿐 관련 법령을 의도적으로 위반하려 했던 것은 아니다”라며 “회사차원의 조직적, 계획적인 불법행위나 고객에게 손실을 끼친 행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번 검찰의 수사결과와 관련하여 앞으로 진행될 법원의 공판과정을 지켜보면서, 향후 법 위반 소지가 없도록 철저히 관리 감독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아연 기자 csdie@
관련태그
뉴스웨이 김아연 기자
csdie@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