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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라는 멋을 걸친 남자, 지진희

[NW 인터뷰] 나이라는 멋을 걸친 남자, 지진희

등록 2015.12.08 06:00

홍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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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애인있어요' 지진희 / 사진= SBSSBS '애인있어요' 지진희 / 사진= SBS


조지클루니, 니암리슨, 멜깁슨, 리처드 기어 등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미중년 남자 배우들이다. 이들은 세월과 시간이 주는 깊이와 중후함으로 지성미와 섹시함을 두루 갖춘 대표 미중년으로 꼽힌다. 한국에서 이토록 멋진 남자 배우를 꼽자면 지진희를 빼 놓을 수 없다.

나이 듦이 그리고 세월의 깊이가 주는 멋짐이 온몸에 쳐발쳐발('덧바르다'라는 뜻의 신조어)한 지진희. 마치 찬겨울에도 푸르디 푸른빛을 발하는 소나무같은 그를 만났다.

7일 오전 서울 강남구 모처 식당에서 SBS ‘애인있어요’(극본 배유미, 연출 최문석) 지진희 미디어 데이가 열렸다. 지진희는 ‘애인있어요’를 통해 특유의 지적이고 다정다감한 모습에서부터 불륜남까지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선사하며 주말킹 수식어까지 챙겼다.

지진희는 극초반 조강지처를 버리고 20대 어린 조교와 바람난(?) 불륜남으로 그려지면서 국민 욕받이 오명까지 썼다.

“드라마 초반 그런 이미지가 없었다면 지금 같은 반전은 없었을 것이다. 특히 지진희라는 배우가 가진 다정다감한 이미지가 저에게 도움이 된것 같다. 아마 감독, 작가님도 그런 점 염두에 두고 저에게 적극적으로 러브콜 주셨던 것 같다. 트렌디한 드라마 일색인 요즘 제 나이에 이런 짙은 멜로 연기를 할 수 있는 작품 거의 없다. 30-40대 어른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드라마 나와야 하는데, 그 나이 대에는 짙은 멜로가 잘 맞는 것 같다”

지진희의 연기력은 전작에서 이미 평가 받았던 바. 믿고 보는 연기자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으나 ‘애인있어요’를 통해 지진희가 투영하는 최진언이라는 인물은 상황도 감정의 기복도 매우 큰 인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섬세한 감정선으로 천천히 시청자를 이끌어 가는 것은 오롯이 지진희라는 배우의 힘이고 내공이다.

SBS '애인있어요' 지진희 / 사진= SBSSBS '애인있어요' 지진희 / 사진= SBS


“우리 드라마의 진언이란 인물은 정말 힘든 캐릭터다. 해강, 설리(박한별 분), 백석(이규한 분)모두 아픔을 가진 인물들이지만 진언에 몰입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카메라 밖에서도 빠져들곤 한다. 그래서 일상에서도 (이)규한씨와 (김)현주씨를 놓고 괜한 신경전을 벌일 만큼 몰입해 있곤 한다. 그런점은 김현주의 역할이 크다. 극중 모질게 굴었고 사랑을 줬고 아픔을 줬기에 고스란히 묻어 나온 것 같다. 김현주에게 진심 감사하다”

지난 6일 방송 말미 진언이가 사랑하는 여자 해강이 잃어 버렸던 기억을 되찾는 모습이 그려졌다. 또 다시 새로운 국면이 시작되고 파란을 예고한 격이다.

“해강이가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오면서 백석의 고통을 더욱 깊어질 것이고 설리(박한별 분)는 더 악해질 것이다. 또 진언이는 더 고통스럽고 더욱 절규하는 모습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이후 진언과 해강의 관계는 모두 해강의 몫이다. 그저 진언이는 자신이 상처를 준 해강이의 기억을 온전한 되돌려 놓는 것이 그의 역할인 것 같다”


보통 배우들은 자신의 내면 어딘가에서 캐릭터를 끄집어낸다고 한다. 실제 지진희의 모습은 최진언과 얼마나 닮았을까?

“최진언 같은 사람 남자들은 다 싫어 할 것이다. 특히 나는 누구에게 피해주는 것을 싫어한다. 그런데 최진언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니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것이 한 여자에 대한 애절한 사랑이라는 점은 이해 가더라. 또 가장 안타까운 사람은 설리다. 설리를 볼 때마다 ‘미안하다’를 반복하곤 한다. 현실에서는 그러지 않아도 되지만 촬영전에도 저절로 그렇게 되더라. 현실에서는 사실 그렇게 우유부단한 남자, 여자 안좋아 한다”

SBS '애인있어요' / 사진= SBSSBS '애인있어요' / 사진= SBS



“멜로연기 비결이라. 연기 잘못한다고 생각한다. 다행스러운건 예전 보다 나아졌고, 더 다행스러운 부분은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다. 연기를 전공도 아니고 전문적으로 배우지 못해 지금도 알아가는 과정에 있다. 이 드라마에서 만큼은 제 나이 또래가 겪을법한, 또 제 주변 사람들이 겪을 법한 야기들이 있어서 조금은 빛난 부분이 있지 않았나 싶고 그런 점을 높이 사주신 것 같다”

이 남자 말 참 잘한다. 수다스러운 아줌마형 중년 남자가 아니, 참 고급진 단어에 차근차근 정리된 말들이 드라마 보듯 그에게 빠져들게 만든다. 이것이 지진희가 가진 배우로서의 내공이리라.

“40대에도 멋을 잃지 않는 비결? 30-40대 이후 멋진 배우 되고 싶다는 얘기 자주하고 했다. 그걸 차근차근 밟아 나가고 있으며, ‘애인있어요’가 그 과정이다. 쉽지 않지만 채찍질 중이다. 나이 들어서도 관리하고 노력하고 준비하는 선배들을 보며 그들의 그런 시간이 팬들에게 오랫동안 신뢰를 주는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요즘 촬영 때문에 아무리 바빠도 운동 빼먹지 않으려 한다. 오늘 아침에도 힘들었지만 운동하고 왔다. 또 저는 28살에서 멈췄다고 생각한다. 20대엔 서른이 되는 것이 조금 슬프고 스물아홉도 뭔가 불안해 보인다. 그래서 28살에 멈췄다고 여긴다. 마음은 28살, 외모는 나이 들면서 스며드는 멋을 거부하지 않으려는 마음가짐에서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

‘애인있어요’ 촬영이 한창인 관계로 지진희와의 만남은 짧았고 다소 급했다. 하지만 그가 나이들어가면서 더 깊이 있는 멋으로 다가올 그 숱한 날 또 다시 만남과 이야기가 이어질 것을 짐작하며 서둘러 일어서는 그와 인사를 나눴다. 아, 주말까지 어떻게 기다리나.

홍미경 기자 mkhong@

뉴스웨이 홍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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