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되면 국가경제에 부담···적정 수준 공급하라” 주택업계에 일침
지난 29일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사진)이 주택건설의 날’ 행사에 참석해 한 말이다. 최근 미분양 주택이 폭증하는 상황에서 업계에 일침을 가한 것으로 해석된다. 게다가 최근 “내년 주택 공급과잉 우려 크지 않다“, “(공급과잉이)시장에서 자연스레 해결 될 것”이라는 이전 발언과는 상반된 것이어서 인위적 물량 조정 등 정부 대응책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30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11월말 현재 미분양 주택은 4만9724가구로 한달 새 54.3%(1만7503가구) 급증했다. 이는 작년 7월(5만1287가구) 이후 가장 많은 미분양 물량이다. 한 달 증가폭으로는 2008년 6월 이후 7여년만의 최대다. 미분양 증가는 수도권에서 더 두드러진다. 2만6578가구의 아파트가 팔리지 않아 한달 새 미분양 증가율이 70.6%에 이른다. 지방 미분양은 2만3146가구로 39.1% 많아졌다. 10월부터 아파트 분양이 몰리면서 미계약 물량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토부에 따르면 10·11월 분양물량은 8만4000가구·7만3000가구로 지난 2007년 통계 집계 후 최고 수준이다. 주택시장이 얼어붙어서가 아니라 분양물량 집중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비관론이 시장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각종 지표가 시장 침체를 증명하고 있는 것.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0월 1만1000여건이었던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지난달 9900여가구에서 이달 들어 28일까지 7400여가구까지 줄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 7일 주간 단위로 0.05% 올랐지만 21일 기준으로 0.01% 오르는데 그쳤다. 거침없이 오르던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아파트값도 최근 주춤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최근 강남구 은마아파트·송파구 리센츠는 각각 1000만원씩 가격이 빠졌다. 서울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는 3주 연속 떨어졌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하락하고 주택수요가 악화될 경우 준공 후 미분양이 2018년 2만5000~3만가구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같이 주택수요가 양호하게 유지된다고 해도 준공후 미분양은 2018년 2만1000가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선 공급과잉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며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특히 곳곳에서 경고음이 울리고 있었음에도 정부가 지켜보고만 한 것이 화를 키운 것 아니냐는 시각마저 나오고 있다.
시장에 개입할 시기가 아니라는 게 아직 정부의 입장이다. 특히 이달 중순까지만 해도 강호인 장관 역시 공급 과잉 가능성을 낮게 봤다. 실제로 지난 14일 강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올해 거래량이 유사 이래로 높아 내년부터 공급과잉이 될까 걱정들 많이 하는데 여러지표를 보면서 그런 걱정은 많이 하지 않고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게다가 “건설업체들이 거시경제나 가계부채 상황에 맞춰 자율적으로 (공급을)조절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 같아서(공급과잉이) 시장에서 자연스레 해결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11월 전국 미분양주택 현황 자료를 발표하고 나서 자세변화가 감지된다. 업계에 직접적으로 공급과잉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정부와 은행권이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데다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국내 금리 상승세 악재까지 겹치는 상황을 고려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강 장관은 지난 29일 주택건설인의 날 행사에 참석해 주택 공급과잉이 국가 경제에 부담이 될수도 있다면서 “신규 주택 공급 물량이 늘어 미분양이 증가하고 있다. 적정 수준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정부가 지금처럼 뒷짐지고 있다가는 기존 주택 거래량도 감소세로 돌아서는 등 심리적 타격에 따른 부동산 침체는 물론 전월세난도 더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내년 민간 아파트 분양 물량이 32만여 가구로 올해(42만9000여가구)보다는 적지만 2010년 이후 최근 5년 평균치(27만5000여가구)에 비해 여전히 많아 집값 폭락사태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김성배 기자 ksb@
뉴스웨이 김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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