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 직접적 대북사업 사례 全無···‘北 리스크’ 제한적‘사드’ 배치에 불만 품은 中, 韓기업 상대 무역 보복 나설수도수입 요건 강화 등 간접적 보복 가능···합리적 대안 도출해야
재계는 북한발 리스크에 대해 직접적으로 끼칠 영향이 제한적이라며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현재 국내 대기업 중에서 북한과 직접적으로 거래하고 있거나 북한에 사업장을 두고 있는 기업은 없다.
과거 남북 경제협력이 활발했던 2000년대 초·중반 당시에는 직·간접적으로 북한 측과 거래를 하거나 북한에 관련 사업장을 둔 기업이 종종 있었으나 지난 2008년 보수 성향의 정권이 집권하고 대내외 상황이 변화하면서 대북 관련 직접 거래는 사실상 모두 끊어졌다.
개성공단 폐쇄의 영향으로 수백억원의 금전적 손실을 입을 것으로 보이는 현대그룹이 북한발 리스크의 대표적 피해 기업으로 꼽힐 뿐 다른 기업은 직접적인 영향은 사실상 받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군사분계선 인근 지역인 경기 파주시에 사업장을 둔 LG디스플레이 등 전방 지역에 진출한 일부 기업은 북한이 군사적 행동 채비를 할 경우 간접적으로 부담을 느끼고 있다.
해외 투자 유치 또는 글로벌 마케팅이 필요한 업종이나 해외 국민들을 상대해야 하는 항공·여행업 등 일부 업종에서는 북한발 리스크가 일부 약점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국내기업과의 협업 또는 투자를 희망하는 해외 기업이나 한국행 관광을 희망하는 해외 국민들이 북한의 도발 등을 우려해 거래나 관광 결정을 유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북한이 지난 2010년 자행된 연평도 포격 사건 등의 형태로 우리 영토에 직접 도발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인 만큼 간접적인 형태로도 북한발 리스크는 제한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수의 재계 관계자들은 실질적으로 우려해야 할 이슈로 북한발 리스크보다 중국발 리스크를 꼽고 있다. 우리 정부와 미국 정부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THAAD, 이하 사드) 한반도 배치 협의에 대해 중국 정부가 탐탁지 않게 보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11일 진행된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한반도 사드 배치 문제는 주변국의 이해와 우려를 감안해 신중히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중국 정부가 한반도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간접적으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중국 정부가 한반도 사드 배치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한국 기업이 만든 제품의 수입을 끊거나 현지 사업장에 대한 지원을 배제하는 등 무역 보복이 일어날 가능성을 매우 높게 보고 있다.
중국발 리스크가 터질 경우 우리 경제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대외 수출 비중에서 25%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 시장이 우리로부터 등을 돌린다면 가뜩이나 수출 부진으로 신음하고 있는 우리 경제의 성장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이미 중국은 우리나라의 대중(對中) 태세 변화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무역 보복 조치를 행한 전례가 있다.
지난 2000년 우리 정부가 농가 보호를 위해 중국산 냉동·초산 마늘에 적용되던 관세율을 30%에서 315%로 올리자 중국은 보복 조치로 한국산 휴대전화와 폴리에틸렌 수입을 전면 중단했다. 결국 우리 정부가 관세율 인상을 포기하며 중국도 금수 조치를 풀었다.
현재 상황에서는 16년 전과 달리 가시적 보복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와 중국이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관계인데다 직접적 무역 분쟁이 벌어질 경우 한-중 양쪽에 전가될 손해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이 간접적 보복에 나설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를테면 한국산 제품에 대한 수입 규정을 까다롭게 바꾸거나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에 대한 지원을 끊고 중국 기업에만 일방적 지원을 하는 방식으로 보복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국가 안보 문제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경제적 실익과 주변국과의 이해관계를 우선적으로 고려해 합리적 대안을 도출해야 할 때”라며 “일단은 대외 이슈에 대한 면밀한 관찰을 지속하면서 당면한 경영 현안을 해결하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andrew.j@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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