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석민우를 만났다.
석민우 감독 입봉작 '대배우'는 흥미로운 이야기에서 출발했다. 석 감독은 박찬욱 감독 옆에서 감독의 일과 촬영 전반 업무를 수행하는 조연출 시절, 오달수와 만났다. 연극계에서 뼈가 굵은 오달수였지만 충무로에서 낯선 얼굴이었던 오달수였다.
조연출 석민우와 배우 오달수는 영화 ‘올드보이’(2003), ‘친절한 금자씨’(2005), ‘박쥐’(2009)를 통해 그렇게 같이 성장했다. 2016년 현재 오달수는 ‘천만요정’이라는 수식어를 얻으며 한국영화계 보물 같은 배우로 성장했고, 석민우 감독은 이름 앞에 ‘감독’이라는 수식어가 생겼다. 입봉한 것이다.
‘대배우’는 두 남자의 기막힌 인연이 빚어낸 산물이다. 영화 촬영 당시 스치듯 맺은 찰나의 약속에서 비롯된 ‘대배우’는 그렇게 우리에게 왔다.
오달수를 향한 존경심이라는 석민우 감독의 착한 정서와 찰나의 약속을 소중하게 여긴 오달수의 성품이 영화를 완성시켰다해도 과언이 아닐터. ‘대배우’가 100억 대작은 아니지만 100억에 버금가는 의미로 다가오는 이유다.
개봉을 앞두고 만난 석민우 감독은 환한 미소로 기자를 반겼다. 대게 감독들은 첫 입봉작 인터뷰에서 긴장하기 마련인데 석민우 감독은 달랐다. 신인감독의 패기와 묘한 여유가 풍겼다. 패기는 그렇다 치고, 여유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물으니 오랜 조감독 생활에서 얻은 산물이란다.
“‘대배우’ 시나리오를 쓸 때는 크게 고민 없이 썼어요. 처음부터 영화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명확했어요. 일부러 웃기거나 억지 눈물을 자아내는 장치는 하지말자고 스스로에게 다짐했습니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잘 하는 이야기지만 뻔뻔해지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확실히 울리거나 웃기는게 상업영화의 정석과 같은 것이죠. 그렇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보자 싶었죠. 솔직하게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면서요. 나머지는 관객들이 알아서 판단해주시리라 믿어요.”
석민우 감독의 ‘따뜻한 시선’이라는 말이 귀에 쏙 들어왔다. 따뜻한 시선으로 ‘대배우’에 접근했다는 석 감독의 말에는 이유가 있었다. ‘대배우’ 속 장성필은 오달수의 이야기이면서 곧 인간 석민우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한 직업에 골몰해 꿈에 도전하는 이야기는 곧 감독이라는 꿈을 품었던 석민우 감독을 관통한다.
“시나리오 작업 당시, 저 역시 감독 준비를 하고 있는 입장이었어요. 꿈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해보면 어떨까 싶었죠. ‘빌리 엘리어트’ 영화를 보면 잔잔하지만 전해지는 감동이 크잖아요. 그런 작품처럼 이야기를 풀고 싶다. 막연하게 생각하게 되었어요. 주변의 이야기, 혹은 제 이야기를 더듬어 영감을 얻었죠. 배우라는 직업이 떠오르더라고요. 자연스럽게 영화 ‘박쥐’ 오디션 당시가 머릿속에 떠올랐어요.”
‘대배우’에는 실제 연극무대에 오르고 있는 연극배우들이 다수 출연했다. 실제 소중한 꿈을 바라보며 달리는 보석 같은 연극배우들이 있기에 석민우 감독은 철저한 고증 작업을 토대로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고선웅 연출가를 비롯해 영화에 출연하는 연극배우들에게 조언을 구해 완성도를 높였다. 석민우 감독은 장성필이 연극배우이면서 한 가정의 가장이라는 것이 중요한 지점이라고 짚었다.
“장성필이 연극보다 영화가 위에 있다고 해서 오디션에 참여한게 아니에요.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정이잖아요. 가족한테 인정받고 싶어서 영화에 도전하는 것이지 연극이 싫어서 영화에 도전하는 것은 절대 아니에요. ‘대배우’는 연극배우의 이야기인 동시에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유명한 배우들도 연극, 영화, 드라마를 겸하고 있지요. 경계를 넘나드는 배우들이 많습니다. 배우들이 열려있다고 생각해요.”
궁금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소극장은 어디일까. 실제 대학로에 위치한 극장을 빌린걸까. 석민우 감독에게 소극장 치고 객석이 참 좋아보였다는 감상을 곁들여 물으니 석 감독은 크게 웃으며 촬영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줬다. 흥미로웠다.
“극장은 세트로 지었어요. 초기에 극장 로케이션으로 진행하려고 알아봤는데 현실적으로 백석 안쪽의 규모 소극장에서 촬영을 진행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원하는 무대 규모를 가지려면 300석 이상이 되어야 하는데 그럼 소극장이 아니고요. 영화 설정과 맞지 않아서 다른 비용을 아끼고 극장 세트를 지었어요. 의자는 영화관에서 버린 의자를 가져다 장치했죠. 많이 좋아보였나요?(웃음)”
석민우 감독은 ‘대배우’로 주연에 나선 오달수를 향한 강한 신뢰를 드러냈다. ‘대배우’는 오달수에서 출발했고, 오달수가 아니었다면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을 영화였다.
“만약 오달수 선배님이 ‘대배우’ 출연을 하지 않았다면 다시 컴퓨터 폴더 안으로 시나리오가 들어갔을 거에요. 선배님께 시나리오를 드렸을 때도 그런 마음이었고요. 오달수 선배님만이 장성필을 잘 표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제가 시나리오에 표현하지 못했던 부분을 선배님이 채워줄 거라고 생각했죠.”
석민우 감독은 ‘대배우’로 용기를 냈다. 오랜 조감독 생활에 안주하거나 움츠러들 수도 있었을 석 감독이었지만, 수많은 고민 끝에 도전이라는 답을 얻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솔직한 이야기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조감독을 오래 했어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내 것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죠. 시나리오를 써야겠다는 욕심도 생기고요. 현실적인 부분에 대한 고민도 많았습니다. 재능이 있느냐 없느냐 고민하기도 했지만 하다보면 되는 것들도 있지요. 세상의 평가에 맡기는 것도 맞다고 생각해요. 영화를 통해 제가 바라봐온 예술가들의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거면 됩니다.”
이이슬 기자 ssmoly6@
뉴스웨이 이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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