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현장 영화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 류현경, 박정민, 김경원 감독 인터뷰
배우 류현경, 박정민, 김경원 감독은 29일 오후 전라북도 전주시 고사동 영화의거리에서 영화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감독 김경원, 이하 아티스트)시사회를 마친 후 뉴스웨이와 만나 작품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는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JIFF) 코리아시네마스케이프 섹션에 초청되었다. JIFF를 통해 공개된 영화는 미술시장 비스니스의 이면에서 버어지는 일들을 소재로 예술가의 진정성과 유명세의 유혹 사이에서 갈등하고 일탈하는 소동을 가벼운 풍자로 터치했다.
영화는 예술가의 진정성과 유명세의 유혹 사이에 놓인 지젤(류현경 분)을 통해 미술계의 이면에 주목하면서도 예술적 가치와 상품의 가치 사이라는 본질적 물음과 문제로 뼈대를 세운다. 결코 무겁지 않게 화두를 던지며 익살스럽게 전개되는 영화는 매력적이다.
유쾌했고, 신선했다. 김경원 감독의 젊은 감각이 영화에 잘 녹아있었고 이를 류현경과 박정민이 잘 이끌었다. 박정민은 전작인 영화 ‘동주’(감독 이준익)에서 독립운동가 송몽규로 분하며 보여준 묵직함을 벗고 영화에서 자연스러운 연기로 눈길을 끌었다. 류현경은 아티스트 지젤과 오인숙 사이의 경계를 류현경만의 매력으로 풀었다.
영화가 끝나고 어느새, 전주 영화의 거리에는 해가 지고 어둠이 내렸다. 시사회 및 관객과의 대화(GV) 일정 등을 소화한 류현경과 박정민은 메이크업을 지우고 가벼운 캐주얼 차림으로 등장했다.
김경원 감독, 류현경, 박정민과 약 2시간에 걸쳐 긴 이야기를 나눴다. 전주에서 만난 배우들은 아티스트 그 자체였다. 작품에 대한 진솔한 대화가 오갔다.
- 영화의 소재가 인상적이다. 어떻게 시작되었나
김경원 감독 “예술가를 죽이려고 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에서 시작했어요. 거기에 좀 더 살을 붙여봤지요. 어느날 우연히 TV를 봤는데 한 연예인이 미술 작품을 우즈베키스탄에서 저렴하게 사왔다고 하시는 걸 봤어요. 그 작가가 그 나라에서 유명한 작가라더군요. ‘그 작가가 오래 살았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며 웃음이 났지만 살기가 느껴지더라고요. 웃자고 하는 소리가 어떻게 보면 작품을 구입한 사람은 작가가 죽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처음에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작품에서 놓치고 싶지 않았던 지점은
김경원 감독 “오인숙(류현경 분)이 살아나는 지점에서 순수한 예술가의 영혼이 꾸준히 이어졌으면 좋겠고 인숙이 스스로가 자아를 되찾는 이야기를 꼭 담고 싶었어요.”
- 캐릭터에 접근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류현경 “아티스트라고 한정지어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이 각자의 신념이 변질되어 보여지는 것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할 것 같았죠. 공감되는 부분도 있고 배우로서 사람으로서 공감으로 접근하려고 노력했어요.”
박정민 “신념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 신념에 위배되는 것을 철저하게 배제하고 신념을 믿고가는 사람이 한 사건으로 인해 현실로 들어오는 지점에 집중했어요. 영화로 치면 지젤이 죽었다 살아났을 때 그녀에게 닥치는 고난이죠. 가장 다가온 지점은 은행 대출 빚이었어요. 빚을 져 작품을 사들였는데 작가가 다시 살아났을 때 떨어지게 될 값어치에 대한 현실적인 압박이요. 세상 살아하는 사람이라면 신념이 하나쯤 있을 텐데 꿈도 있을거고요. 그러나 현실에 굴복해서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잖아요. 그 점이 보여졌으면 좋겠어요.”
- 배우 개인은 어떤가. 꿈을 이뤘으니 실제로 현실에 굴복한 건 아니지 않은가
박정민 “제가 할 수 있는것과 잘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기 쉽지 않은 것 같아요. 하고 싶은 것만 할 수는 없는 상황이죠. 쉽게 이야기하면 이제는 내가 책임져야 할 가족도 있고요, 저를 믿어주는 회사고 있는거고 배우로서 가고 싶은 이상도 있는거죠. 어쩔 수 없는 일들이 있죠.”
- 배우들의 캐스팅은 어떻게 이뤄졌냐
김경원 감독 “오인숙이라는 캐릭터는 현실감 없는 4차원 느낌의 엉뚱한 매력을 가진 여배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장 먼저 했어요. 눈빛에 순수함과 명랑함, 밝음이 있고 자기만의 세계가 뚜렷하게 있고 고집도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류현경 배우가 흔쾌히 해주겠다고 해줘서 기뻤습니다. 박정민 배우는 영화 ‘파수꾼’을 보고 팬이기도 했죠. ‘파수꾼’에서 보여졌던 날카롭고 집녑있는 표정이 좋았어요.”
- 류현경과 박정민은 함께 작품을 많이 했는데
류현경 “우리 친해요. 서로를 잘 알죠. 정민이도 저를 잘 알고 도움을 주고 그래서 믿었던 것 같아요. 어쨌든 제 편이 될 수 있는 사람과 연기를 하는 거잖아요. 고마웠어요. 오늘 영화를 보니 더 고맙게 느껴지더라고요.”
박정민 “(얼굴을 감싸며) 어중간하게 친하면 오히려 불편한 경우가 더러 있지요. 그런데 누나와 워낙 오래 알고 친해 좋았어요. 누나 말대로 서로 믿음이 있으니까 상의해가면서 연기할 수 있어 좋고 편했죠. 현경누나가 이 영화를 한다고 했을 때 좋았어요. 편하고 싸울일 도 없로 없겠다 싶었요.(웃음)”
- 영화를 본 소감이 궁금하다
박정민 “역시나 이번에도 객관적으로 보긴 힘들었어요.(웃음) 제 연기만 봤어요. 기억도 잘 안 나요. 다른 사람이 대사를 하고 있어도 저만 보게 되요.”
류현경 “맞아. 머리카락이 왜 저러지 그런거.”
박정민 “(끄덕끄덕) 걱정도 조금 있었어요.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게 봤어요. 우리 영화가 ‘동주’ 크랭크업하고 3일 있다가 바로 촬영을 시작했어요. 제작 PD님이 시간을 벌어주셔서 일주일 후에 들어가게 되었죠. ‘동주’ 끝나고 대본을 본 시간이 부족했던 터라 촬영을 하며 불안한 점도 많았어요. 그런데 영화를 보고 다행이다, 크게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안도했죠.”
- 배역 안에서 가장 전달하고자 했던 부분이 있다면
류현경 “신념이요. 신념과 생각이 무수히 많고 명확하게 있지만 ‘그냥요’라는 말에 포함되는 의미들이요. 배역이 표현한 대사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지점이에요.”
- 극에서 ‘과대평가 되었다’는 말이 화살처럼 지젤에게 돌아온다
김경원 감독 “스승에게 지젤이 과대평가 되었다고 내뱉는 대사는 순수함을 표현하고 싶어서 쓴 말이었어요. 자기가 가리고 있는 것만이 진실하다고 믿고 스스로 그렇게 믿고 있는 사람은 순수하겠죠. 그게 화살로 돌아왔을 때 ‘그렇다면 순수하지 않은가’ 반문하고 싶었어요. 정체성의 흔들림과 모순을 말하고 싶었어요.”
- 배역의 전사에 대한 고민도 상당했겠다
류현경 “영화 속에서 시련을 겪으며 힘든 일을 겪으면서도 사람이 가진 본성을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시나리오에서 묘사 된 지젤에 집중하려고 했어요. 자연스럽게 오인숙과 지젤을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박정민 “극 중 재범이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대사가 있어요. 촬영 도중 애드리브로 만든 대사였는데 그 대사로 인해 재범의 전사가 만들어지면서 술술 풀렸어요. 그 대사에 기대서 갔던 것 같아요. 재범이 어떻게 미술 공부를 시작했는지 설명해줄 수 있는 부분이 되었지요. 신념에 가득차 있는 재범의 모습에서 대학 때 영화과에 처음 들어갔을 때 열정으로 가득찬 제 모습이 떠올랐어요.”
- 박정민과 류현경 사이가 참 좋아보인다. 서로에게 어떤 배우인가
류현경 “박정민은 귀한 배우에요.(웃음) 정민이가 가지고 있는 좋은 점이 영화를 찍건 뭘하건 연기자로서 혼자 가져가려고 하는게 아니라 모두가 함께 같은 지점을 향해 간다는 마음가짐이 멋져요. 소중하고 가치있는 생각을 가진 친구라는 점이 배울만해요. 멋있어요.”
박정민 “그런데 나 연기하는 데 왜 웃었어?(웃음)”
류현경 “(폭소)”
박정민 “이해해.”
류현경 “문득 ‘전설의 주먹’ 당시 정민이가 생각나가지고.”
김경원 감독 “두 배우는 현장에 아이디어를 많이 가지고 왔어요. 류현경 배우는 실제 연출부로 일하는 스태프를 영화에 출연시키자는 아이디어를 냈죠. 저도 봤을 때 ‘어? 저 친구 괜찮겠다’ 싶어서 출연시켰는데 정말 잘하더라고요. 표정도 여유롭고 덤덤하게. 연기를 잘 해냈죠. 여러모로 류현경 씨가 많은 도움을 주기도 했죠.”
류현경 “깜짝 놀랐어요. 이걸 어떻게 하지 하다가 정색하며 연기를 잘 하더라고요. 생각보다 잘해서 놀랐죠.”
김경원 감독 “(두 배우가)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신인 감독으로 처음 장편 연출을 맡으면서 두려운 것도 많고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지만 끝까지 잘 유지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컸거든요. 옆에서 박정민, 류현경 배우들이 건네주는 아이디어가 훌륭했고 덕분에 분위기도 좋아졌어요. 박정민 배우는 연기가 끝나도 제가 컷을 안 외쳤어요. 애드리브가 정말 재밌었거든요. 그래서 카메라 스태프들이 웃다가 앵글이 흔들릴 정도였죠. 자꾸 이야기를 하니까 보고 싶은 욕망도 생기더군요. 그런 에너지가 도움도 많이 되었어요.”
- 실제 반영된 애드리브가 있나
김경원 감독 “인숙이네 집에서 닭이 운 장면이요. 그 장면에 닭 울음소리는 효과음이 아니었어요. 촬영 도중 닭이 진짜 울었죠. 장소가 연출부의 집인데 마지막까지 장소 헌팅이 안 되어서 최종으로 간 곳을 오케이 했죠. 주차장 공터에 연출부 부모님께서 닭을 키우셨는데 촬영 중에 그 닭이 진짜 운 거에요. 닭 울음소리가 들리면 NG 인데 박정민이 그걸 상황에 맞는 대사로 받더라고요. 그래서 그게 실제 장면에 쓰인 겁니다.”
- 류현경 배우는 감정에 솔직한 모습이 매력있게 다가온다
박정민 “원래 류현경 선배 팬이었어요. ‘파수꾼’으로 데뷔한 후 한 영화제에서 류현경과 인사를 했는데 팬이라서 정말 좋았죠 류현경이라는 배우에게서는 여배우의 남다른 향기가 나요. 연기를 자연스럽게 잘해요. 치열하죠. 정당성에 맞지 않으면 싸워서라도 쟁취를 해요. 연기를 위해 대본을 치열하게 봐요. 대본도 너덜너덜해요.(웃음) 저보다 선배인데 연기적으로 풀리지 않으면 저를 따로 불러서 촬영 전에 이야기나누자고 해요.”
김경원 감독 “스스로가 거짓말을 한다고 느끼는 것을 가장 싫어하는 것 같다는 점을 현장에서 느꼈어요. 연기도 안정적이죠. 자기가 원하는 연기가 어떤건지 스스로 잘 알고 있어요. 배우들과의 작업은 매우 특별한 의미를 준 좋은 경험이었어요.”
전주(전북)=이이슬 기자 ssmoly6@
뉴스웨이 이이슬 기자
ssmoly6@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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