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 개정안, 신중한 검토 필요”

“상장기업에 일률적 지배구조 강제”

“상법·자본시장법과 충돌되는 것도 문제점”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 개정(안)’에는 상법·자본시장법과 충돌되거나 법률에 없는 내용이 포함돼 있고 기업 규모·특성에 관계없이 일률적 지배구조를 강요하는 문제점이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24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컨퍼런스센터에서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 강화와 기업경영’ 설명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날 곽관훈 선문대학교 교수는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이 법률은 아니지만 사실상 구속력을 갖는 연성규범”이라며 “입법절차를 거친 법률과 충돌되거나 법률에 없는 새로운 의무를 부과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또 곽관훈 교수는 “영국이나 일본의 ‘지배구조코드’는 법률과 충돌되는 내용이 없는 반면 우리나라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 개정(안)은 법률에 없는 새로운 의무를 부과하는 등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영국과 일본·OECD ‘지배구조코드’는 모든 기업에 적합한 하나의 지배구조는 없다는 전제하에 기업이 스스로 지배구조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의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은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동일한 지배구조를 강제하고 있는 점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은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 개정(안)은 지배주주와 이사회 권한을 억제하는 지배구조가 가장 바람직하다는 전제를 갖고 있다”면서 “소수주주 권한을 강화하고 지배주주와 이사회 권한을 억제하는 규칙을 구체적으로 나열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하지만 이 전제는 소유분산 지배구조를 가진 기업이 많은 영미 국가를 모델로 한 것으로 한국 실정에 맞지 않다”면서 “미국에서조차 회사의 장기적 성장보다 단기적 시세차익에만 관심이 있는 일부 주주의 권한만 강화시킬 수 있는 것이라며 논란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에 “개정(안)이 과감한 투자 결정과 신속한 경영판단을 통해 회사와 모든 주주의 장기적 가치를 극대화하려하는 기업에게 새로운 규제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면서 “신중하게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은 설명회 참석자를 비롯한 상장회사의 의견을 수렴해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5월말까지 전달할 예정이다.

차재서 기자 sia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