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굿바이 싱글' 김태곤 감독 인터뷰
3년 전, ‘1999, 면회’를 통해 김태곤 감독은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참신한 설정과 공감에 기반한 스토리에서 베어나오는 위트 넘치는 연출로 주목받았다. 그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김태곤 감독은 기대와 주목을 한몸에 받았다. 당시 작품을 보며 김태곤 감독에게 관심을 갖지 아니할 수 없었다. 당시 김 감독에게 받은 인상은 FUN이 아닌 INTEREST를 잘 구현해 냈다는 것. 이는 '굿바이 싱글'에서도 읽을 수 있었다.
당시 김태곤 감독은 신인이었지만 로테르담국제영화제, 상파울루국제영화제 등에 초청을 받을만큼 연출력을 인정받는 재원이었다. 이후 각본과 제작에 참여한 ‘족구왕’(2014) 역시 관객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두 영화를 통해 안재홍, 홍만섭, 황미영 등 신인배우들이 충무로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김태곤 감독은 영화 ‘굿바이 싱글’로 첫 상업영화를 선보였다. 흥미로웠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김태곤 감독은 신사였다. 건네는 칭찬에 쑥쓰러운 웃음을 지으면서도 작품에 대해서는 반짝이는 눈빛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1999, 면회’와 ‘족구왕’을 통해 인간 공통의 주제를 역설했지만, 군대, 족구 등 남성적인 모먼트를 차용했다. 반면 ‘굿바이 싱글’은 임신, 가족 등 여성적인 모먼트를 소재로 한다. 그동안 김태곤 감독이 품어왔던 익숙한 소재가 아닌 것만은 분명했다.
“‘1999, 면회’와 ‘족구왕’ 모두 성장담이에요. 부족한 사람이 어떤 계기를 통해 성장하는 드라마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매력을 느껴주셨던 것 같아요. ‘굿바이 싱글’ 연출을 결정하기 전까지 망설였던 부분도 있어요. 제가 알지 못하는 여성적인 감성을 잘 알 수 있을까, 주연(김혜수 분)의 디테일한 감정을 잘 잡을 수 있을까 고민도 했었죠. 그렇지만 ‘굿바이 싱글’ 역시 성장담이에요. 성별과 상관없이 풀어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아버지 생각을 많이 했어요. 아버지가 가장으로서 어떻게 가족을 대하고 있는지, 어떻게 느꼈는지 떠올리며 주연을 그려갔죠.”
엄마가 요리를 하고, 가장인 아버지가 양복을 입고 밖에 나가서 돈을 벌어온다. 토끼 같은 자식들은 공부를 열심히 한다. ‘굿바이 싱글’에는 이처럼 기성 영화에서 그려지던 성(性) 역할이 획일화된 가족주의가 등장하지 않는다. 이는 가장의 모습을 투영한 주연의 캐릭터로 대변되고, 영화는 그녀의 성장에 집중한다. 김태곤 감독은 전작과 비교해 ‘굿바이 싱글’ 속 주연의 성장을 설명했다.
“희생을 통해 성장해 가죠. ‘1999, 면회’에서도 편지를 갖다주려고 하지만 갖다주지 못하고 망설이다 많은 것들을 잃죠. 승준은 카메라를, 상원은 첫 경험에 대한 부분을 각각 읽게 되죠 그렇게 하며 친구를 통해 성장하는 이야기인데, 주연 역시 마찬가지죠. 그토록 자신이 지키고 싶었고 전부라 생각했던 대중의 인기, 커리어 등을 희생시키고 난 후에 단지(김현수 분)라는 소중한 사람을 얻는 것이죠. 큰 테마로 봤을 때 희생을 통해 성장한다는 성장담에 공통분모가 있죠.”
김태곤 감독의 연출작에 처음으로 여배우가 등장했다. 영화의 분위기를 비롯해 촬영장 전반까지 참 달랐겠다고 짚어내자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던 김 감독은 김혜수 배우와의 작업에 만족감을 표했다.
“여성과 남성의 특성은 다르고 독립영화에 등장하는 배우와 몇 십년간 커리어를 쌓아온 배우와의 작업은 물론 달라요. 접근 방식도 다르고 작업 과정도 달랐어요. 그렇지만 서로 거짓말하지 않고 진심에 대해 이야기 나누며 원하는 지점을 향하 달려가는 과정은 같았지요. 김혜수 선배님과의 미팅을 위해 온갖 미사여구를 준비해 만났지만 결국 그게 중요한게 아니더라고요. 허울을 버리고 직설적으로 다가갔고, 거기에 대해서 김혜수 선배님도 동의를 해주셨죠. 김혜수 선배님은 굉장한 감독들과 함께 작업한 배우였지만 그런 영광을 내세우지 않았어요. 제가 요구하는 바의 120% 보여주는 배우였어요. 어떻게 하면 관객을 향한 진심이 통할까 하는 부분을 두고 함께 고민을 나눴죠.”
김태곤 감독은 가장 중요한 것으로 진심을 꼽았다. 진심과 공감. 그는 이 두 가지 요소가 관객에게 잘 전달되었으면 바란다고 했다. 그는 웃음을 전하기 위해서 과장되거나 억지스러운 상황이 아닌 진심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재미를 목표로 하지만 영화를 통해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려면 거짓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건 김혜수, 마동석 배우의 생각도 마찬가지였죠. 코미디 장르이기에 거짓으로 연기한다, 거짓으로 연출한다는 것은 관객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죠. 메인 플롯이 연예계에 대한 이야기를 골자로 하는데, 과장되거나 포장된 부분이 없도록 제작사인 호두엔유엔터테인먼트의 검증 과정을 거쳤어요. 주연에 대한 부분도 김혜수 선배와 상의하며 만들어갔죠.”
김태곤 감독은 첫 상업영화 데뷔작으로 코미디 장르를 꺼내들었다. 쉽지 않을 결정이었을 테지만 김태곤 감독의 전작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장기라도 한들 작업이 마냥 쉬웠을리 만무할 터. 왜, 어떻게 코미디 장르를 택하게 되었을까.
“코미디 영화 작업이 가장 힘들어요. 우스워보이면 안 되니까요. 관객이 편하게 즐기게 하려면 탄탄한 이야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맹목적인 웃음이 아니라 웃음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해야 우습지 않게 다가간다고 생각해요. 네러티브 안에서 미혼모 문제랄지, 남성 감독으로서 객관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엔딩 역시 신데렐라 이야기가 아니라 성장담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굿바이 싱글’을 연출한 초목표를 기억할까. 김태곤 감독에게 마지막으로 물었다. 영화가 관객에게 어떻게 다가가기를 바랄까.
“영화가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했어요. 캐릭터와 상황이 주는 재미, 그 속에서 발생되는 상황이 주는 재미가 유희라고 한다면 단순히 유희에서 끝나선 안 된다고 생각했죠. 물론 관객들이 영화를 단순히 웃으며 보셔도 좋겠지만, 미혼모에 대한 부분으로 확장되어도 된다고 생각했어요. 영화를 보고나서 미혼모를 바라보는 시각은 분명히 달라질 거라고 생각했기에 가치있다고 느꼈습니다. 결국은 관계에 대한 이야기죠. 세상을 살아가면서 죽을 때까지 맺어가는게 인간관계이고 결국은 그 관계 안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한 이야기니까요. 창작은 결과물을 도출해내는 작업이고 유형의 것을 통해 평가를 받기에 더 보람되요. 관객들이 ‘굿바이 싱글’을 잘 즐겨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이슬 기자 ssmoly6@
뉴스웨이 이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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