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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한 척 하지 않아도 예쁜 언니, 채정안

[인터뷰] 쿨한 척 하지 않아도 예쁜 언니, 채정안

등록 2016.06.24 17:11

이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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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딴따라' 채정안 인터뷰

 쿨한 척 하지 않아도 예쁜 언니, 채정안 기사의 사진

수많은 사람들과 마주하는 연예인들은 모르는 사이여도 너스레를 떠는 법을 익히고 자연스럽게 어느 정도 자신을 포장하는 법을 배운다.

아이돌은 물론이고 배우 역시 마찬가지다. 때문에 어디까지가 진짜 모습인지 헷갈리고 배우와 마주할 때 기자에게 말하고 있는 이야기가 정형화된 대답인지, 솔직한 속내인지 들여다 보게 된다.

최근 인터뷰를 위해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카페에서 채정안을 만났다. 그는 오랜 연예계 생활을 거친 만큼 거리낌 없이 기자를 대했다. ‘너스레’라는 표현보다 ‘반갑게 맞이했다’는 표현이 더 어울렸다. 마치 아는 언니처럼 말이다.

채정안은 인터뷰를 하는 동안 반짝반짝거리는 눈망울로 끊임 없이 기자와 눈을 맞췄고 편안한 말투로 대화를 나눴다. 종종 내보이는 환한 미소와 나긋나긋한 목소리까지 더해지니 사람이 참 빛나 보였다. 진부하지만 말 그대로 ‘예쁘다’는 표현이 떠올랐다.

◆ 여민주, 채정안도 탐났던 캐릭터

이런 채정안이 모습은 그가 연기한 종영 드라마 SBS 수목드라마 ‘딴따라’에서도 얼핏 확인할 수 있었다. 채정안은 극중 남자주인공 신석호(지성 분)와 딴따라 밴드 멤버들, 매니저 정그린(혜리 분)을 살뜰히 챙기는 여민주를 연기했다.

여민주는 예쁜 외모에 패셔너블한 스타일링을 갖췄고 쿨하면서도 은근히 섬세하고 속 깊은 언니 캐릭터였다. 한 번 보듬어달라고, 어리광 부리고 싶게 만드는 스타일이랄까.

“극중 딴따라 친구들의 성장을 응원하는 포지션이어서 기분이 좋았어요. 다만 이렇게 괜찮은 민주가 10년 동안 석호 곁에 있었는데, 왜 그 사랑을 몰라주나 그 부분이 가장 이해가 안됐어요. (웃음) 대본을 보면서 ‘나도 여민주 같은 친구 갖고 싶다’고 말했어요.”

 쿨한 척 하지 않아도 예쁜 언니, 채정안 기사의 사진

채정안도 탐낼 만큼 여민주는 모두가 기대고 싶은 든든한 인물이었다. 덕분에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그러면서도 여민주가 무작정 쿨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그 내면에는 나름의 상처와 생각들이 자리했다.

“여민주에게 한 가지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사랑에 대해 서툰 것이에요. 또 석호도 10년 동안 재벌가의 막내딸인 걸 모를 정도로, 출생 등 정보를 오픈 하지 않고 자라왔어요. 감정도 많이 숨긴 것 같아요.”

채정안은 여민주와 비슷한 면이 있냐는 질문에 “난 사람이 중요한 편인데 그런 점이 닮았다”고 답했다. 그는 “너무 쿨한 척 하다 보면 손해 볼 때가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해야 된다면 따르는 편이다”라면서도 “내가 민주의 친구였다면 정신 차리라고 했을 것”이라며 웃었다.

◆ “나 치열했어, 이 정도면 됐어”

채정안은 그간 배우생활을 하면서 재벌녀의 옷을 자주 입었다. 주로 악녀는 아니지만 무언가를 도도하고 시크한 차도녀의 느낌을 풍겼다. ‘딴따라’ 속 여민주는 달랐다. 재벌녀이긴 하지만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이 강했다.

“재벌이 아니었던 적이 없던 것 같아요. (웃음) 처음에 캐릭터가 재벌녀여서 한 게 아닌데 계속 하다 보니 그렇더라고요. 이것 또한 내가 갖고 있는 차도녀의 매력이 있으니 찾아준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정체가 되는 느낌도 있었어요. 연기의 제약이 생길 수도 있으니 깨고 싶었고요. 가난해도 되니까 사랑을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채정안은 차도녀의 모습이 부담스럽기도 했다고. 자신의 실제 모습은 그것보다 평범한 사람인데 그 매력을 언제쯤 끄집어낼 수 있을까 배우로서 고민했다.

 쿨한 척 하지 않아도 예쁜 언니, 채정안 기사의 사진

채정안에게서 연기를 하고 싶어 안달난 배우의 욕심이 느껴졌다. 한가하게 있다가도 치열한 현장에 뛰어들어 쉴 틈 없이 연기를 하고 싶은 그런 열정. 이에 채정안은 “‘딴따라’가 너무 착하고 따뜻했다. 그렇게 너무 편하면 너덜너덜한 느낌을 받고 싶을 때가 있다. ‘나 너무 치열했어, 이 정도면 됐어’ 그런 기분을 느끼고 싶을 때 말이다”라고 설명했다.

“액션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이 한 몸 부서져라 투쟁하고 싶은 에너지가 있어요. 묘한 분노와 답답함 그런 것들. 사실 어제는 로맨스 하고 싶다고 했는데. (웃음) 그런데 그 이야기 하면서도 절제되어 있는 것보다 내 감정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들었어요. 예뻐 보이지 않더라도 막 하고 싶은 거 있잖아요.”

그러면서도 채정안은 “댄스가수 출신이긴 하지만 몸치”라고 고백했다. 액션을 연기 해본 적이 있는데 무술감독이 포기했을 정도라고. 또 채정안은 “진지한 걸 좀 힘들어하고 코믹한 걸 좋아한다. 심지어 ‘선생님 울렁증’이 있을 정도로 선생님들과 있을 때 그 조용한 분위기를 깨고 싶다”고 반전 매력을 전했다.

◆ “‘딴따라’ 후배들, 다 착하고 선해요”

기억을 더듬어 보면 이상할 것도 없는 게, 채정안은 과거 댄스그룹으로 데뷔해 연예계에 발을 디뎠다. 그 외에도 여러 분야로 활약한 그는 생각보다 활기가 넘치고 다이내믹한 사람이었다.

“종방연 때 히트곡 ‘편지’ 춤을 췄는데 우리 시대 사람들이 엄청 좋아하는 거에요. 제 노래가 있어서 다행이라며. (웃음) 후배들도 좋아하더라고요. 이태선은 모르는데 아는 척 하고 추는 것 같았어요. 하하”

‘딴따라’에는 씨엔블루 강민혁, 걸스데이 혜리, 틴탑 엘조까지 채정안의 가요계 후배들이 대거 출연했다. 서로 호흡을 맞추는 기분이 남다를 듯 하다.

“제가 가요선배라서 후배들이 저에게 더 깍듯이 대한 것 같아요. 애착이 가기도 하고 ‘요즘 가요계는 어떠니’ 그런 이야기도 하고. 그 친구들한테는 어떨진 모르겠지만 가수도 배우도 하는 제가 선배로서 별로이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쿨한 척 하지 않아도 예쁜 언니, 채정안 기사의 사진

채정안은 어린 후배들을 보면서 ‘예쁘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난 선배야’라는 꼿꼿한 생각을 가지기보다 친근하게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점점 시간을 같이 하다 보면 볼수록 매력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딴따라’ 후배들은 캐릭터 하나하나 분명하고 착하고 선해요. 딱 딴따라 밴드에 맞는 구성원이에요. 작가가 말하는 ‘딴따라’의 밝고 따뜻한 분위기, 힐링의 캐릭터는 이태선인 것 같아요. 엘조는 첫인상이 무뚝뚝하고 드라이해보였는데 갈수록 진국이더라고요. 좋은 남자가 될 것 같고 미친듯이 연습한 근성도 느껴지고요.”

“카일은 눈에 제일 먼저 띄었어요. 얼굴도 예뻐요. 피부결도 애기 같고. 볼을 한 번 만진 적이 있는데 저도 모르게 볼을 만지고 싶어서 그런 거에요. 이모 같은 마음이 생긴 거죠. (웃음) 꽃같이 가장 반짝반짝한 친구에요.”

◆ 창가 사이로 스며든 햇살 같은 배우

채정안은 가수, 배우 모델 등 다양한 직종을 경험한 만능 엔터테이너다. 마냥 쉽지만은 않았지만 예능에 다시 출연해보고 싶은 마음도 들고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것도 많다. 다만 현재는 배우의 길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연기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고 있다.

“직업관이 없던 어린 시절에 많은 일을 치르다 보니 재미가 없었어요. 주어진 일이 버거웠던 거죠. 지금은 오히려 나를 들여다 보면서 생각도 고민도 하고 스스로 치열하게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렇게 되기까지 나름 오래 걸리긴 했지만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걸 직업으로 하고 있으니 놓지 않고 오래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쿨한 척 하지 않아도 예쁜 언니, 채정안 기사의 사진

그동안 채정안이 비슷한 캐릭터만 연기해온 것 같지만 그건 또 아니다. 재벌녀 혹은 차도녀 캐릭터에 대한 틀에 얽매어 있지 않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디테일을 살리고 방향을 잡는 등 변신에 대한 노력을 했다.

“제가 연기한 재벌녀들의 방향은 정의롭고 선한 쪽으로 가서 마음에 들어요.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것들을 표현하고 있는 역할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악역이요? 에이 전 못할 것 같아요. 상처를 받더라도 사랑 받을 수 있는 여자이고 싶어요.”

“후배들이 연기를 하면서 힘들어도 내 목소리를 듣고 향기를 느꼈을 때 든든한 위로가 되는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거창한 건 아니고 오롯이 한 길을 꾸준히 성실하게 가는 사람이 멋있는 것 같아요. 안기고 싶은 사람, 술 한 잔 하고 싶은 사람, 내 편인 것 같은 사람이 될래요.”

갑자기 채정안이 더 예뻐보였다. 밝은 햇살의 따스함을 머금은 여자 채정안이 느껴졌다.




이소희 기자 lshsh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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