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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걸스는 올해로 데뷔 10년차를 맞았다. 강산이 변한 시간인 만큼, 전성기도 누리고 온갖 고생도 했다. ‘노바디’ ‘텔 미’ 등으로 온국민을 신드롬에 빠뜨릴 정도의 리즈시절을 겪었고, 미국 진출을 위해 국내 활동에 뜸한 적도 있었다. 멤버의 탈퇴와 영입도 이뤄졌으며 팀 색깔도 확연히 달리하기도 했다.
최근 인터뷰를 위해 서울 강남구 청담동 스튜디오J에서 원더걸스를 만났다.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멤버들은 ‘노련미’라는 원숙한 단어보다 여유라는 기분 좋은 말이 더 어울렸다. 원더걸스는 툭 터놓고 평소 자신들이 했던 가수로서의 생각들을 털어놨다. 신곡과 새로운 활동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묻어났다.
원더걸스는 싱글 ‘와이 소 론리(Why so lonely)’를 들고 컴백했다. 이번 활동은 좀 특별하다. 밴드로 새롭게 출격한 이후 다시 한 번 나오는 앨범이자 처음으로 자작 타이틀곡이 수록됐다. 게다가 처음 시도하는 레게팝 장르까지, 원더걸스는 자신들의 손으로 자신들의 제2막을 열어 젖히고 있었다.
이하는 원더걸스의 일문일답.
- 우선 컴백 소감을 말해달라
유빈: 거의 1년 만에 앨범을 들고 나왔는데 지난 앨범 ‘리부트(Reboot)’가 끝나고 바로 착수를 했다. 원래는 3월에 예정이었는데 더 발전한 모습 보여드리려다보니 늦어지게 됐다. 많은 곡들 중 추리고 추려서 여름에 어울리는 세 곡을 선정했다.
혜림: 처음으로 우리의 곡으로 나오게 돼서 그 부분이 긴장됐다. 대중의 반응도 궁금하고 기대되고 걱정된다.
- 이번 활동은 좀 더 특별하다는데
선미: 첫째 주 밴드, 둘째 주부터는 댄스로 활동을 한다. 댄스로 활동을 할 때는 끈적한 느낌들이 많이 나올 것 같다. 여름이기도 하니까.
예은: 시간이 촉박해서 뮤직비디오에는 춤이 안 들어갔지만 박진영 프로듀서께서 이주 차에는 댄스를 해보자고 제안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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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미: 홍지상 작곡가와 같이 작업을 했는데, 노래에 특이한 도입부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옛날 악단이나 서커스단 같은 느낌을 도입부에 넣고 싶었고, 시니컬한 가사를 넣고 싶었다. 그러면서도 거부감이 들지 않게 멜로디는 사랑스럽고 아기자기하게 하자고 해서 레게 장르가 더해졌다.
- 레게를 내세운 데 자신감이 있는지
선미: 요즘에는 BPM이 빠른 노래들과 강렬한 사운드들이 많은데, ‘와이 소 론리’는 BPM도 느리고 느긋한 느낌의 곡이다. 오히려 차별성을 둘 수 있다고 생각은 하는데 대중들은 어떻게 들으실지 모르니. (웃음)
혜림: 편하게 들을 수 있는 곡이다. 바캉스를 가거나 드라이브하면서 창문 열어놓고 들을 수 있는 노래다.
- 첫 자작 타이틀곡인데, 수장 박진영의 반응은 어땠나
예은: 타이틀곡 선정이 순조롭게 됐다. 당시 심사점수가 높았다고 알고 있다. ‘아이 필 유(I Feel You)’가 나오자마자 박진영 프로듀서께서 “이제 너희들의 곡은 내가 안 써도 될 것 같다. 너희가 썼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노래를 듣고 좋아해주셨다. 박진영 프로듀서께서 레게를 좋아하신다. 리드미컬하고 대중적이고 멜로디도 좋다고 하시며 조언도 많이 해주셨다. 안무에 있어서는 동물적인 느낌을 강조하셨다.
선미: 그 느낌이 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웃음) 군무를 맞춰서 춤을 추기보다 각자 자기들의 느낌대로 춤을 출 것 같다. 가사나 분위기는 섹시하지 않은데, 그런 춤을 추니까 특이하다.
예은: 지금까지 했던 안무 중 가장 어렵다. 템포가 느린데, 그 공백을 다 채워야 하는 거다. 느낌을 많이 실어야 하는 안무다. 말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각자의 느낌이 담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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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은: ‘성적 안 나올 수도 있지’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함께 일해주신 분들도 있고 잘되길 바라는 분들이 있으니 그분들을 위해서라도 잘 돼야겠다고 생각한다. 꼭 1위가 답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지만 주변 분들은 응원해주시는 마음이 크다.
- 전성기를 겪은 고참 걸그룹이어서 부담도 될 것 같다
선미: ‘꼭 1위를 해야 잘 되는 건가’라는 생각이 있다. 특히 요즘 가요계의 1위는 1위가 아닌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워낙 예측할 수 없고 흐름이 빨리 바뀐다.
예은: 다 잘될 거라고 생각을 한다. 잘 안되면 또 다른 좋은 곡을 내면 된다. (웃음)
- 대중들은 원더걸스의 전성기를 ‘노바디’ ‘텔미’ 등 시절을 꼽는다. 각자 생각하는 전성기는 언제인가
선미: 대외적으로 보여지는 전성기가 있지만 각자 생각하는 전성기의 의미가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왠지 30살이 넘으면 전성기가 올 것 같다.
예은: 스스로한테 만족하는 시기는 아직 안 오지 않았나 싶다. 예전의 원더걸스는 회사가 만들어줬던 모습이고 그에 맞춰 열심히만 하는 상황이었다면, 지금은 경험도 많이 하고 각자만의 스타일도 생겼다. 앞으로를 더 기대해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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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미: 신기하다. 10년 동안 배우고 경험했던 것들이 우리한테서 나온 거니까. 남들이 만들어주는 것에서 벗어나 이제는 우리가 만들어냈다는 게 신기하다.
예은: 앨범 낼 때마다 항상 설레고 기대가 많이 된다.
유빈: 앨범 낼 때마다 애정도가 바뀐다. 지금 나오는 그 앨범이 내 ‘최애앨범’이라는 생각을 한다.
- 아이돌 업계에서 밴드에 대한 시선은 다소 엄격하다. 사실 지난 활동 때 밴드로 콘셉트를 바꾸면서 대중의 반응이 갈렸다
선미: ‘우리는 걸밴드다’라며 노선을 바꾸겠다고 한 게 아니라,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하고 싶은 게 하나 더 생긴 거다. 다음 앨범은 댄스로 나올 수도 있는 거고, 가능성은 늘 열어두고 있다.
- 그렇다면 많은 모습 중 왜 굳이 악기 연주를 선택했나
예은: 악기를 연주하는 건 퍼포먼스적인 부분이 강하다. 그리고 무대에서 춤을 추면 춤이 보이고,악기를 연주를 하면 악기에 관심을 가지더라. 드럼을 치면 ‘아 노래에 저런 소리가 있었구나’ ‘여기서 드럼 소리가 저렇게 들리는구나’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대중들도 우리의 음악을 보컬 위주로 듣다가 원더걸스가 밴드로 나오면서 사운드 하나하나 귀 기울여주시는 것 같다. 음악적으로 더 다가가려고 하는 부분이었다. 디테일한 부분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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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은: 지난 번에는 악기녹음에 참여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참여를 했다. 그렇게 하는 그룹들이 없으니 우리가 좋은 음악을 선사해주는 거고 새로운 무대를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선미: ‘악기 왜 연주 안하느냐’는 말이 많았다. 지난 앨범은 전자음 기반의 음악이어서 리얼 사운드로 할 생각은 못했다. 그런 피드백을 얻고 나서는 우리가 연주할 수 있는 노래들을 만들어 보자고 했다. 그래서 새 앨범 세 곡 다 악기 참여를 하고 녹음했다. 당연히 서툴지만 그래도 정말 잘 해보려고 노력했는데, 그런 점이 전해졌으면 좋겠다.
예은: 다들 각자 연주를 하면서도 서로 합주하는 것도 좋아해서 계속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예전에는 밴드에 춤을 결합했다면 이번에는 좀 더 제대로 된 밴드의 모습을 보여드리자는 생각을 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원더걸스가 착해 보이고 바른 이미지가 있는데, 사실 그 안에 반항아 기질이 조금씩 있는 것 같다. ‘왜 하냐’고 묻는다면 오히려 ‘왜 하면 안 되는데’ 그런 마음이다.
- 같은 소속사의 걸그룹 후배 트와이스가 큰 인기를 얻으며 활동 중이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예은: 박진영 프로듀서께서 트와이스에 곡 티칭을 해주는 모습 봤는데 옛날 생각이 났다. 부들부들 떨고 열심히 해야 하겠다는 의지와 같은 것들이 느껴진다.
혜림: 난 진짜 (곡 티칭 받을때) 아직도 떨린다. (웃음)
예은: 요즘 새로운 친구들이 많이 나오는데 다른 세대의 등장을 응원해주고 싶다. 우리의 음악을 듣고 자라고 ‘원더걸스처럼 돼야지’하고 커왔던 친구들이 데뷔를 하는 거라, 그 친구들을 위해서라도 좋은 모습을 보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 길을 닦아주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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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은: 과연 후배들에게 뭐가 좋은 조언일까··· 우리는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엄청 달려왔는데 그게 맞는 건지 싶기도 하고, 놀면서 하라고 말도 해주고 싶기도 하다. 우리는 바깥 세상과 단절된 채로 지내오기도 했고 대학생활도 즐겨본 사람이 거의 없다.
유빈: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을 때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여러 상황이 있겠지만 본인이 할 수 있는 선에서는 꼭 해보라고, 무엇이든.
- 물론 멤버 변화는 있었지만, 10년간 지켜온 원더걸스라는 이름이 대중에게나 멤버들에게나 참 소중할 것 같다
예은: 당연하다. 거의 인생의 반을 원더걸스로 산 건데. (원더걸스와 나를) 분리해서 생각하기가 힘든 것 같다.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 슬펐던 순간들 등 아름다울 시기를 원더걸스라는 이름으로 보낸 거다. 훗날 언젠가는 원더걸스 활동을 못할 수도 있을 텐데, 그걸 생각하면 상상이 안 된다. 원더걸스는 가족, 꿈, 삶이다.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어렵다.
- 자작곡 만든다는 건 스스로 팀을 만들어나가겠다는 의지로 비춰진다. 앞으로의 원더걸스가 어떻게 나아갔으면 하는가
선미: 어느 하나에 국한되고 싶지 않다. 밴드를 하다가 갑자기 다른 걸 할 수도 있는 거다. 그건 아무도 모른다. 원더걸스는 모험의 아이콘인 것 같다. 솔로로서도 팀으로서도 매번 다른 모습들을 보여줄 거다. 정체성을 딱 정해놓고 싶지는 않다. [사진=JYP엔터테인먼트]
이소희 기자 lshsh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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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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