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국회서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 토론회 개최반대 측 “이미 국내 업체 서비스 중, 역차별·정보 주권 중요”구글 측 “국내 IT기업 엄살 심해···ICT 혁신 선도할 것”12일 정부 협의체 회의서 결정 날 듯
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이우현(새누리당)·민홍철(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하고 공간정보산업협회가 주관한 ‘공간정보 국외반출 정책토론회’가 국회의원회관 대강당에서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정부 관계자는 물론 업계 당사자와 구글 담당자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구글 관계자가 직접 이 사안에 대해 설명할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전날에는 구글의 담당자가 블로그에 글을 남기며 해당 사안에 대해 해명해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구글 측, “ICT 산업 혁신 이끌 것”
토론회 발표자로 나선 권범준 구글지도 프로덕트 매니저는 “구글 지도 반출 요청에 대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인 안보에 대해서는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일축했다. 안보 시설에 대한 위성사진은 이미 쉽게 구할 수 있으며 구글 지도가 더해진다고 해서 위협이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지도 반출이 허용되어야 하는 이유로 국내 ICT 산업 발전에 대해 강조했다. 구글 지도 서비스와 함께 연계된 구글 서비스를 통해 국내 스타트업과 IT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권 매니저는 “구글 지도가 한국에 제대로 서비스되면 그를 바탕으로 국내 스타트업들이 혁신할 수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사업, 서비스를 발생시키고 이것은 분명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덧붙여 “구글 지도 서비스와 자동차와 결합하면 무인자동차 기술이 가능해진다. 한국은 이미 뒤쳐진 상황”이라며 “공간정보의 활용이 중요한 만큼 지도 반출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찬반 양측 날선 ‘공방’
발표 이후 이어진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에 대한 학계 전문가와 업계 관계자의 토론에서는 날선 공방이 오갔다.
네이버 등 국내 지도서비스 사업자들은 “절대 허용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인현 한국공간정보통신 대표는 “구글을 통해서만 ICT 산업의 혁신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일제 강점기의 ‘식민근대화’이론과 다를 바가 없다”면서 “구글은 구글이 아니면 한국 기업 스스로 혁신할 수 없다고 말한다. 국가가 아닌데 국가와 동등한 위치에서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구글 지도 반출 이후에는 지도를 사용할 때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안보 이슈 외에도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신동빈 한국공간정보학회 회장은 “국내 기업들에 도움이 될까를 먼저 생각해야 하고 정부의 허용으로 우리나라의 안보 시설을 공식적으로 유출하는 사태가 발생하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구글 지도 반출 문제에 있어 민감한 부분으로 꼽히는 지명 문제도 거론했다. 신 학회장은 “지명 표기문제는 매우 민감한 부분이다. 독도와 동해 표기 등에 대해 구글이 명확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영찬 네이버 부사장은 “구글의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은 공정 경쟁, 정보 주권, 국가 정보의 투명한 관리 등의 차원에서도 불허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 부사장은 “구글은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 허용을 요청하기 전에 사업자 의무부터 다해야 한다. 한국에 서버를 설치하면 모든 게 깔끔하게 해결된다. 구글의 기술력과 자금력이라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는 구글이 세금을 제대로 내게 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내 IT 기업은 구글과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중이라고 꼬집었다. “구글 지도는 이미 안드로이드 체제의 스마트폰에 탑재된 상태로 이용자들에게 접근한다”는 것과 더불어 “구글이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음란물을 여과 없이 검색하게 하는 것을 규제할 수 없다. 네이버가 국내 청소년보호법 때문에 제재 받는 부분과 다르다”고 꼬집었다.
반대 측에서는 구글에 지도 반출을 하고 나면 사후 규제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한국에 서버를 두고 있지 않은 구글이 위법행위를 하더라도 제재를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지난 2010년 구글이 위법적으로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했지만 국내법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2년 뒤 결국 기소중지로 마무리 된 전례가 있다.
반면 찬성 측 입장에서는 과한 안보논리는 기술 혁신을 막고, 관광 사업 등을 위해서는 지도 반출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구글 측은 한국 기업들이 구글과의 역차별을 이야기 하는데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응수했다.
권 매니저는 “구글과 한국 기업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한다는 것은 피해자 코스프레”라며 윤영찬 네이버 부사장의 의견에 강하게 반박했다.
국내 IT기업들이 글로벌 시장 진출하고 영역을 확대해가고 있으면서 과한 엄살을 부리는 것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다시 한번 “구글 지도 서비스를 통해 이용자에게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혁신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경태 한국관광공사 관광정보전략팀장은 모바일 서비스 활성화와 외국인 관광객 편의 증진 등도 살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안현실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은 “안보는 양날의 칼”이라면서 “안보만 주장하면 모든 규제를 인정하게 된다”고 강하게 말했다.
안 위원은 “안보논리는 대한민국 ICT 산업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다. 안보와 연결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며 “글로벌 시장 환경이 달라진 만큼 개방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국내 기업과의 역차별 문제는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다. 구글이 지도 데이터를 가지고 서비스를 할 때 국내 기업들이 불이익을 받는다면 그 불이익을 해소해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도 반출 어떻게 될까
찬성과 반대 측의 공방이 오갔지만 구글은 국내에 데이터 센터 또는 서버를 둘 수 없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명확히 답하지 못했다. 클라우드 방식으로 전 세계에 세워진 데이터 선터에 나누어 저장해야 한다는 같은 말만 반복했다.
이어 국내 서비스 업체들과 제휴를 통해 구글 지도 서비스를 할 수 있지 않냐는 의문에도 “구글 지도의 질 높은 서비스와 연계된 다양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지도 반출이 필수적”이라는 기존 입장만 되풀이했다.
지도 데이터 반출만이 방법이 아닌 가운데 구글은 무조건적인 지도 반출을 원하는 입장이라 오는 12일 열리는 협의체 회의에서 어떤 결론이 날지 관심이 모아진다.
앞서 구글은 지난 6월1일 정부에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을 허용해달라고 공식 신청했고, 정부는 이달 25일까지 결과를 통보해야 한다.
현행 법은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 신청을 받은 경우, 정부는 국가정보원·국방부·미래창조과학부·산업통상부·외교부·행정자치부·통일부 등 7개 부처 대표(서기관급 이상)로 협의체를 구성해 만장일치로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오는 12일 2차 협의체 회의를 열어 구글의 신청에 대해 결론을 내린다.
한재희 기자 han324@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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