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주의 거세질 듯···대외의존도 큰 한국 수출환경 악화“한미FTA 일자리 좀먹는 조약”···韓철강·섬유·자동차 압력 커져
8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당선을 확정했다. 국익 최우선주의를 강조하는 트럼프는 앞서 한미FTA 재협상은 물론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철회,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재협상 등을 주장하면서 보호무역주의 무역정책 강화를 예고했다. 한미FTA를 두고 ‘미국 내 일자리를 좀먹는 조약’이라고 강한 비판을 날리기도 했다.
‘대이변’이라 불리는 트럼프 당선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결정과 맞먹는 여파를 불러왔다. 아시아 주요 증시는 물론 환율도 패닉에 빠졌다. 코스피지수는 장중 2015선까지 올랐지만, 개표가 진행되면서 1930선 초반까지 밀리기도 했다. 국제유가는 폭락세고 금이나 엔화 같은 안전자산은 상승세다.
‘트럼프 효과’는 이러한 단기적 충격을 넘어 중장기적인 리스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통상·무역환경의 변화가 가장 크다. 트럼프의 경제정책은 크게 두 줄기로 나뉜다. 국내수요와 순수출의 성장기여도 확대다. 국내수요는 조세감면과 인프라 투자확대, 규제완화 등이 주요 내용이고, 순수출 부문은 대미 무역수지 흑자국에 대한 통화절상·내수확대 요구와 보호무역주의 등을 통한 수출경쟁력·물량 확대 유도다. 안으로는 자국민의 고용·소비, 투자 증가를 유도하고, 밖으로는 수출을 늘리겠다는 뜻이다.
이 중 우리나라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부문은 보호무역주의다. 한국은 대미 흑자를 꾸준히 기록하고 있는데다, 한미FTA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앞서 트럼프가 한미FTA를 강하게 비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소규모 개방경제에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폭넓은 FTA를 체결했음에도 G2(미국·중국) 의존도가 상당히 높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는 브렉시트에 이어 주요국의 반세계화 확산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중장기적 무역환경은 먹구름이 가득하다는 평가가 힘을 얻는다. 현재 수출은 우리나라 경제성장률마저 갉아먹고 있는데, 향후 전망마저 어두워진 셈이다.
트럼프는 보호무역 성향을 강하게 표출했고, 이에 따라 중국·멕시코 등의 불공정 무역행위, 지적재산권 침해, 환율조작 등에 강력한 대응을 할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경우 미국의 WTO 탈퇴도 불사할 수 있음을 밝히기도 하는 등 강한 의지를 내비친 만큼 ‘보호무역주의 폭풍’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산업별로 보면 철강·섬유·자동차 같은 우리나라 주요 수출품목의 전망이 밝지 않다. 트럼프 집권 이후 미국산 제품이용 의무화 규정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돼 대외 통상압력이 거세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반대로 친환경에너지 정책에 반대하는 만큼 전통에너지에 대한 규제는 완화돼 발전장비·에너지운송·저장 산업은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는 기후변화를 ‘사기(hoax)’라고 칭한 바 있다. 임기 동안 1조 달러 규모의 공공인프라 투자도 공언해 건설업, 통신인프라, 건설기자재 분야 수요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윤원석 코트라 정보통상지원본부장은 “트럼프는 한미FTA를 지속적으로 강력하게 비난해 왔기 때문에 한미FTA 재협상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트럼프의 공공인프라 정책에 힘입어 건설업, 통신인프라, 운송, 건설기자재 분야 시장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웨이 현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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