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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7大 그룹 총수···한국 경제도 위기

[2017 한국경제 7대 변수②-재계 총수 수사]위기의 7大 그룹 총수···한국 경제도 위기

등록 2016.12.06 09:37

수정 2016.12.07 18:20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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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불가피 강도에 따라 파장 만만치 않을 듯불구속 재판 가능성 높지만 구속시 최악 상황

삼성 압수수색-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 35억원 상당의 특혜 지원의혹.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삼성이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에게 35억원 상당의 특혜 지원한 의혹으로 압수수색을 받은 8일 오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검찰 수사관들이 압수품이 담긴 박스를 들고 나오고 있다. 이날 20여명의 검찰 수사관들은 27층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의 집무실과 대외협력담당 사무실, 황성수 전무 집무실 등을 오전 6시 50분부터 약12시간 가량 압수수색, 8박스 분량의 압수품을 들고 나왔다.삼성 압수수색-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 35억원 상당의 특혜 지원의혹.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삼성이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에게 35억원 상당의 특혜 지원한 의혹으로 압수수색을 받은 8일 오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검찰 수사관들이 압수품이 담긴 박스를 들고 나오고 있다. 이날 20여명의 검찰 수사관들은 27층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의 집무실과 대외협력담당 사무실, 황성수 전무 집무실 등을 오전 6시 50분부터 약12시간 가량 압수수색, 8박스 분량의 압수품을 들고 나왔다.

재계가 수출과 내수 회복 기대감으로 모처럼 경영의 반등 기회를 잡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영향으로 사정당국이 초강경 수사에 나섬에 따라 오랜만에 잡은 반등의 기회를 놓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1차로 진행됐던 검찰 수사에서는 기업을 사실상의 피해자로 규정했지만 수사의 권한이 검찰에서 특별검사팀으로 옮겨가면서 수사 상황에 변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때문에 자칫 수사의 방향이 잘못 빠지면 ‘집단 총수 부재 사태’로 이어질 우려도 크다.

◇‘崔 게이트’는 미래 진행형 = 사정당국은 지난 11월 초부터 박근혜 대통령의 뒤에서 돈과 이권을 챙긴 최순실 씨와 기업들의 각종 거래 과정을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있다.

현재 사정당국의 수사선상에 오른 기업은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한 것으로 알려진 삼성, 현대차, LG, SK, 롯데, 한화, CJ 등 7대 기업과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통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지원금을 댔던 재계 상위 기업들 등을 포함해 10여개에 이른다.

1차로 수사를 맡은 검찰 특별수사팀은 최 씨의 딸인 정유라 씨의 승마선수 활동을 부당하게 지원한 의혹을 받고 있는 삼성그룹을 비롯해 여러 기업들을 강력하게 수사했다.

최 씨의 각종 활동에 있어 연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의혹을 받고 있는 삼성, SK, 롯데 등 주요 대기업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됐고 12월 6일에 열린 최순실 게이트 관련 국회 국정조사에는 박 대통령과 독대한 것으로 알려진 기업 총수들이 줄줄이 출석했다.

그나마 재계가 안심했던 것은 검찰의 중간수사결과였다. 검찰은 지난 11월 20일 박 대통령 또는 최순실 씨 측에 돈을 건넨 기업을 사실상의 피해자로 규정했다. 최순실 씨와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기업이 마지못해 돈을 재단에 출연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재벌 잡는 저승사자’로 알려진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 때문이다. 박영수 특검은 2003년 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을 밝혀내 최태원 회장을 구속시켰고 2006년에는 현대차 비자금 사건을 수사하며 정몽구 회장을 구속시킨 전례가 있다.

이번 특검 수사의 핵심은 다행히 재계가 아니라 재계로부터 돈을 뜯어낸 최순실 씨와 박 대통령인만큼 어느 정도 안심할 수준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만약 기업과 청와대 사이의 돈 거래 과정에서 대가성이 드러날 경우 수사의 칼날이 기업을 정면으로 향할 수도 있다.

◇특검 수사 細氣에 내년 농사 달렸다 = 만약 박영수 특검팀이 기존 검찰 수사 결과를 뒤집고 기업에도 뇌물공여죄의 멍에를 씌울 경우 기업들의 경영 환경은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총수가 자리를 비우게 될 경우 기업의 의사 결정 속도에 문제가 생겨 적시 투자가 어려워지고 결국은 성장이 정체되는 비극이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총수들에 대한 수사는 불구속 상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특검팀에서도 고강도 수사가 국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감안하고 있고 기업들도 현재까지는 피해자 신세에 가깝기 때문에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와 재판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향후 수사 과정에서 기업과 정부 사이의 거래 배경에 대가성이 드러날 경우 구속 수사로 전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각 기업들은 12월 중순부터 본격화될 특검 수사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혹시 있을지 모를 총수 부재 상황을 대비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대부분의 기업들이 올해 초부터 안팎의 경영 여건 악화를 감안해 ‘비상경영 체제’를 택한 만큼 체제 전환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대규모 투자나 M&A 등 총수 본인의 결정권이 필요한 경영 현안에 대해서는 속도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 최태원 회장과 이재현 회장이 자리를 비웠던 SK와 CJ가 그동안 여러 차례의 M&A에서 고배를 마셨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특정 소수의 기업이 수사를 받는다면 문제가 제한적이겠지만 다수의 기업 총수들이 사법당국의 활동 반경에서 자유로워지지 못한다면 이는 국가 경제 전체의 성장이 저해로 이어질 수 있어서 사정당국이나 기업들 입장이 모두 난감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길게는 내년 봄까지 진행될 박영수 특검팀의 최순실 게이트 수사 과정에서 기업에 대한 배려가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내년 계획도 제대로 짜지 못한 상황에서 총수들의 안위를 걱정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면서 “사정당국의 사회 정의 실현 의지도 중요하지만 경제 발전을 우선적으로 생각해서 기업이 안심하고 경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최악의 경제 상황, 총수 구속 안돼”=2017년에도 재계 안팎의 가장 큰 관심은 총수들의 안위 문제다. 거의 매년 재벌 총수들에 대한 사정당국의 수사가 이어져왔고 일부 총수들은 오랜 수사 끝에 결국 철창신세를 진 이들도 있었다. 이 때문에 각종 경제단체 모임에서 총수들이 완전하게 모인 적이 많지 않다.

지난 몇 해 동안 재계 상위권 기업의 총수들이 모두 자리를 지킨 적은 없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실형을 선고받고 오랫동안 교도소 생활을 했다.

지난해와 올해 광복절 특별사면을 통해 최 회장과 이 회장이 풀려나기 전까지 SK와 CJ는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손경식 회장이 경영 현안을 총괄 관리했다. 총수를 대신해 총수급의 인사가 자리를 꿰찼지만 오너 친정 체제보다는 현실적 단점이 많았다.

실제로 SK와 CJ는 오너 부재 상태를 겪는 동안 경영 현안 처리에 있어 적잖은 고충을 겪었다. 특히 오너의 직접적 결단이 필요한 투자 계획 설정이나 M&A 추진 등의 상황에서 의사 결정의 속도가 느려지다보니 제때 이를 해결하지 못해 성장에 타격을 입기도 했다.

재계에서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총수 부재로 인해 기업의 성장 기반이 약화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올해 말 들어서 이 우려가 깊어지고 있는 배경에는 올 하반기 내내 사회 전반을 뒤흔들고 있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있다.

지난 10월 말부터 진행 중인 검찰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수사는 11월 초순 이후부터 기업을 정조준하기 시작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비공개 독대를 했다고 알려진 총수들은 물론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운영 자금을 지원한 기업의 임원들이 줄줄이 검찰로 불려갔다.

특히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의 승마선수 활동을 부당하게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삼성그룹을 상대로는 세 차례에 걸쳐 압수수색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외에 SK그룹과 롯데그룹 등에도 압수수색을 위해 수사관들이 들이닥치는 등 검찰의 수사 폭은 갈수록 커졌다.

‘최순실 게이트’ 수사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으로 공이 넘어갔다. 재계는 검찰의 1차 수사보다 앞으로 진행될 특검 수사를 더 걱정하고 있다. 수사를 지휘할 박영수 특검이 이른바 ‘재벌 잡는 저승사자’로 악명이 높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 11월 20일 발표한 중간수사 결과에서 박 대통령 또는 최순실 씨 측에 돈을 건넨 기업을 뇌물 제공자가 아닌 사실상의 피해자로 규정했다. 그러나 특검에서는 수사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돈 거래 과정에서 대가성이 드러나면 뇌물 사건으로 성격이 바뀐다.

정부와의 돈 거래 과정에서 오너가 개입했다는 사실이 밝혀질 경우 오너에 대한 구속 수사는 불가피하다. 이렇게 되면 재계 총수들 중에서 다시 부재자가 생기는 최악의 상황이 1년여 만에 다시 재현될 수도 있다. 이 경우 재계 전체에 시름이 깊어질 수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내년 봄까지 계속 될 박영수 특검팀의 대(對)기업 수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기업도 과오가 없다고는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향후 수사의 추이에 따라 총수 부재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가 경제 발전과 기업 경영에 최대한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수사가 이뤄져야 당국이나 재계 모두에게 이득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빈대 잡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속담처럼 과잉수사 때문에 모든 일을 그르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경유착의 오랜 병폐를 끊기 위해 이번만큼은 단호하게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은 기업과 사정당국 모두 공감할 것”이라면서도 “잘못이 없거나 억울해하는 기업에게도 죄를 씌우는 구태는 기업을 더 병들게 하는 만큼 특검 수사가 공정하게 이뤄지길 다수의 기업이 바라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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