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경제, 사회 총체적 위기경제 주체 간 하모니가 절실
정치게이트, 전방위적 재계 압박, G2(미국·중국), 부동산과 가계부채, 멈춰선 구조조정 등 어느 하나 소홀히 볼 수 없는 리스크들이다. 문제는 내년 대통령이 ‘없는’상황에 직면할 수 있는 가운데, 안팎에서 이러한 변수들이 영글어 터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경제호(號)가 ‘7개 변수’에 대한 대응능력을 상실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후회로 남게 된다.
◇ 7대 변수 속 ‘여리박빙’ 경제=임종룡 금융위원장은 혼란스러운 시기에 경제부총리로 내정되면서 한국경제와금융시장의 현재 모습을 ‘여리박빙(如履薄氷)’이라고 표현했다. 살얼음을 밟는 것처럼 위험한 상황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우리경제 현주소는 암울하다. 문제는 상황이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데 있다. 특히 내년에는 우리경제를 나락으로 밀어낼 정도의굵직한 변수들이 버티고 있다. 우려감이 큰 ‘7대 변수’를 편협하게 풀어간다면 긍정을 잃은 경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우선 ‘혼돈의 정치···선거’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는 모든 현안을 빨아들여 예산안은 물론 경제 관련 법안을 다뤄야 할 국회의 시선을 빼앗아 버렸다.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가 늦어지면서 향후 우리경제 충격을 완화시켜줄 선제적 인 대비책 마련이 지연돼 경제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두 번째는 ‘재벌총수 수사’다. 매출합계 910조원에 이르는 10대 그룹 중 8개 그룹총수와 12위 규모의 그룹 총수 등 총 9명이 유래 없는 청문회 증인으로 불려나가 재계 역시 불안감에 휩싸였다. 여기에 상법개정안, 법인세·소득세 개정안, 공정위 전속고발권폐지 관련 5법 등 ‘최순실 게이트는 정경유착’이라는 단순한 셈법에서 재탄생한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은 재계를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밖에서도 ‘경제변수 파고’가 밀려오고 있다. 세 번째인 ‘트럼프 리스크’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는 한미FTA, 메가FTA 재협상 등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직격탄을 날릴 준비를 하고 있다. 재정적자를 감수하더라도 인프라투자와 감세를 추진하고, 밖으로는 무역장벽을 높이는 게 골자다. 글로벌 교역 침체 심화로 신흥국의 전망을 암울하게 만들고 있다. 글로벌 변동성 확대라는 복병도 자리하고 있다.
사드(THAAD) 배치 반대에 따른 중국발(發) 위협도 거세지고 있다. 중국경제의 경착륙이 우리경제 위협이었지만, 무역보복이 더해진 ‘신(新)차이나 쇼크’가 네 번째 변수로 꼽힌다. 실제 중국당국은 최근 롯데그룹 전방위 조사를 벌이고 있다. 롯데가 사드 부지를 제공한 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중국 내에서는 한류 제재령, 이른바 ‘금한령(禁韓令)’이 내려졌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한국산 식품·화장품 통관거부는 9월 현재 지난해 수준을 넘어섰다.
다섯 번째는 ‘가계부채 재앙’이다.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이후 올해 3분기까지 332조9000억원 급증했다. 우리경제 뇌관인 가계부채는 실물경제까지 전이돼 내수부문의 견조한 성장을 갉아먹고 있는 상황이다. 빚의 가파른 상승세에도 소득은 늘지 않아 내수의 핵심계층인 중산층의 소비여력은 무너졌고, 양극화는 심화됐기 때문이다.
갈지(之)자 행보의 정책에 만신창이가 된 부동산시장, ‘부동산 딜레마’는 여섯 번째 변수다. ‘풀었다 죄었다’를 반복하는 정부방침에 부동산시장은 그야말로 혼돈 그 자체가 됐다. 단기처방이나 대중요법에 매달린 정부 정책 결과, 시장 내성을 키움으로써 효과는 반감되고, 틈새를 파고든 투기꾼만 늘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지막으로 ‘암울한 구조조정’은 향후 기업의 성장가능성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원샷법 통과와 조선·해운 부문의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지만, 혼란 속 경제컨트롤타워 부재로 사실상 구조조정 걸음은 더디고, 향후 기대감마저 암울하다.
◇현실화된 저성장···7대 변수를 막아라=우리나라는 2012년부터 2%대 성장이 고착화됐다. 내년에도 사실상 3%대가 불가능해보이므로 최근 6년 중 2014년을 제외한 나머지 5년이 모두 2%대였다. 지난해와 올해 정부는 사용가능한 정책카드를 모두 꺼내들어 겨우 2%대 중후반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했다. 급격한 성장하락 충격을 막고, 목표로 내건 경제성장률 달성을 위해 결정된 일들이지만, 결과적으로 성장률 달성은 실패했고, 건강한 경제활동이 무너져 성징의 질이 떨어졌다.
덩치만 키워오다 체력을 놓친 우리경제는 결과적으로 대내외 리스크에 취약한 구조가 된 것이다. 한국경제의 현주소는 단기간에 성장주사를 너무 많이 맞아 어린 나이에 노화가 찾아온 젊은이의 모습이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은 “우리경제 양대 축을 흔드는 리스크가 동시다발적으로 발단돼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는데, 정치리스크까지 발생했다”며 “악재가 혼합돼 있는 가운데 침체된 경제상황 자체를 전환할 필요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규제개혁과 구조개혁을 지속하면서 공고히 연결돼 있는 정치와 경제의 연결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스웨이 현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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