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10억 이상 기부 이사회 의결···오늘 이사회 개최

후원·출연금 축소 가능성 높아

미래전략실 해체 등 쇄신안 착수

일부 금융계열사 사장단 인사도

삼성전자가 기부금 10억원 이상을 낼 때는 이사회 의결을 거치도록 하는 등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소규모 쇄신안을 마련했다.

또한 삼성은 이르면 다음달 초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고 임기가 만료된 일부 금융 계열사의 사장단 인사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10억원이 넘는 기부금과 후원금·출연금 등을 지출할 때는 반드시 이사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하는 내용의 정관개정 안건을 마련한다. 종전 500억원에서 50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기부한 것이 뇌물로 비춰지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되는 사태에까지 이르자 내린 결단이다.

정부가 기업을 보호할 장치를 마련해주지 않는 상황에서 기업스스로 자기방어적 장치를 마련해 정치권의 무리한 요구를 차단하는 장치를 마련하고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하지만 삼성그룹의 정당한 후원·출연금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10억원 이상 후원금에 대한 이사회 의결 기준을 마련하면 삼성의 다른 각 계열사들도 이러한 조항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삼성전자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들도 일제히 이사회를 개최한다.

삼성전자의 이번 이사회에서 주주가치 제고 방안 안건들이 다뤄질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이사회 거버넌스위원회 신설, 외국기업 CEO 출신 사외이사 선임 등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다만 인적 분할 등 지배 구조 개편안은 다루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서 상법개정안이 추진되고 있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섣불리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미래전략실 조기 해체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이는 당초 삼성이 특검 수사가 종결되면 미전실을 해체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 따른 것이다.

특검의 수사기간은 연장되지 않으면 이달 말 종료된다. 따라서 다음달 중으로 삼성이 미전실을 해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삼성 측은 이 부회장이 구속된 상황에서 미전실 해체는 아직까지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편 삼성그룹은 지난해 연말 이후 아직까지 사장단인사를 단행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금융계열사의 CEO 임기가 만료되면서 자연스럽게 소규모 사장단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전날 열린 삼성생명 이사회에서 김창수 대표이사의 재선임 안건이 의결됐다. 김 사장은 2012년 2월 삼성화재 사장을 맡았다가 2014년 1월부터 삼성생명을 이끌어오고 있다. 이밖에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 등도 임기가 만료돼 재선임하거나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