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그룹 컨트롤타워 미래전략실 해체이병철 창업주 비서실 출발해 60여년만‘권한 막대한 반면 책임 안 진다’ 비판여론그룹 체제서 계열사별 자율경영 체제로
삼성의 컨트롤타워는 1959년 이병철 창업주 시절 회장 비서실로 출발해 구조조정본부·전략기획실·미래전략실로 이어져왔다. ‘관리의 삼성’을 탄생시켰던 미전실의 해체는 삼성 경영구조의 대변혁을 예고한다.
이병철 창업주는 1959년 총수 직속 조직인 회장 비서실을 만들었다. 회장 비서실을 삼성그룹의 핵심 조직으로 그룹의 모든 의사결정을 관장하는 막강한 권력을 갖게 됐다. 이건희 회장이 2대 총수로 오른 뒤에도 회장 비서실의 조직은 그대로 운영됐지만 1998년 외환위기 당시에 구조조정본부로 이름을 바꿨다.
이건희 회장은 2006년 구조조정본부의 명칭을 전략기획실로 바꾸고 1실5팀 체제에서 3팀 체제로 전환하며 그룹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강화했다. 삼성 전략기획실은 2008년 이건희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폐지됐고, 2010년 이건희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서 미래전략실이라는 이름으로 부활했다.
미래전략실은 삼성그룹 경영의 상징과도 같은 조직이다. ‘관리의 삼성’이라는 별칭도 미래전략실을 통해 탄생할 수 있었다. 또한 미래전략실은 삼성그룹의 핵심인재 대부분이 거쳐간 그룹 내 ‘인재 양성소’ 역할도 했다.
실제로 현재 삼성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삼성 컨트롤타워를 거쳐간 인물이 적지 않다. 김봉영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사장은 1992년 비서실 감사팀 과장으로 2년 가까이 근무했고 2005년에는 삼성구조조정본부 경영진단팀 담당임원을 맡았다.
김신 삼성물산 상사부문 사장은 1990년 삼성 그룹비서실 재무팀에서 5년 동안 일했다.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은 1982년 삼성전자 비서실 사원으로 입사했다.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은 1988년부터 6년 동안 삼성그룹 비서실 전략1팀 부장으로 재직했으며 1995년에는 비서실 실장보좌역실에서 임원으로 근무했다.
이밖에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 임대기 제일기획 사장, 차영수 삼성선물 사장, 김동환 삼성라이온즈 대표, 육현표 에스원 사장 등도 구조조정본부에서 경력을 쌓았다.
삼성은 미래전략실을 통해 삼성만의 경영방식을 만들어냈고 이는 삼성이 초일류기업으로 성장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성과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에 대한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특히 2008년 터진 삼성 비자금 사건은 당시 전략기획실 해체를 촉구하는 도화선이 됐다. 막강한 권력을 가진 조직이지만 실체가 없고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지적이었다. 또한 총수에 대한 권력 집중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이에 따라 이건희 회장은 삼성 비자금 사건의 책임을 지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전략기획실을 폐지했다. 당시 삼성은 사장단협의체를 구성해 계열사별 현안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겼다. 하지만 한계가 있었고 결국 이건희 회장이 2010년 경영에 복귀하면서 미래전략실이라는 이름으로 부활시켰다.
이건희 회장의 복귀 뒤에도 미래전략실에 대한 비판적 여론은 그대로 유지돼왔다. 12월 ‘최순실 국정농단’ 국회 청문회에서도 미전실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국민들의 부정적인 인신이 있다면 폐지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삼성은 미전실 해체를 위한 준비작업을 시작했고 특검팀의 수사가 마무리되면 공식 해체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해체가 불투명했지만 삼성은 당초 이 부회장이 약속한대로 해체를 결정했다.
미래전략실의 해체는 삼성경영 구조의 대변혁을 의미한다. 현재 삼성 미래전략실은 7개팀(금융지원팀, 기획팀, 전략팀, 법무팀, 경영진단팀, 인사팀, 커뮤니케이션팀)에 약 200명의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미전실을 7개팀을 통해 그룹 전체의 현안을 조율해 왔지만 이같은 기능을 모두 계열사로 이관하기로 했다. 다만 대관 업무를 담당하는 기획팀은 폐지한다. 그룹 차원의 대관 업무를 중단한다는 의미다. 계열사에도 별도의 대관 조직을 만들지 않을 방침이다. 사실상 정경유착의 고리 역할을 했던 대관 업무를 폐지함으로써 정치권과 거리를 두겠다는 의미다.
또한 삼성의 각 계열사는 그룹 수뇌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율적인 경영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됐다. 사실상 그룹 개념이 해체되고 계열사별로 각자도생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자율성은 높아졌지만 그에 따르는 막대한 책임도 필요해진 셈이다.
60여년간 미전실을 통해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이던 삼성그룹이 앞으로는 각 계열사별로 자율적인 경영에 나서게 되는 만큼 어떠한 결과물을 내놓을지도 관심이 집중된다. 삼성의 새로운 경영혁신은 국내 다른 대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의 인사, 조직, 채용 등 경영관리에 있어서 다른 기업들의 교과서 역할을 해왔다”며 “삼성의 그룹 개념 해체는 다른 기업들에게도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위기감을 갖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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