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뇌물죄’ 성립에 집중···대가성 여부 파헤칠 듯지난 주말 관련 기업 관계자 소환해 고강도 조사 펼쳐재계, 뇌물공여자로 수사 결과 바뀔까 ‘전전긍긍’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21일로 예정된 박근혜 전 대통령 소환에 앞서 뇌물 혐의에 연루된 SK그룹과 롯데 그릅 등 총수와 관계자가 차례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지난 16일 김창근 전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포함한 수뇌부 3명을 불러 관련 혐의를 조사했으며 19일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소환해 13시간 동안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19일에는 장선욱 롯데면세점 대표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진행했으며 이날에는 롯데 총수 일가를 소환했다.
검찰은 이들이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압박 때문에 일회성 지원을 한 것이 아니라 자사의 경영 현안을 해결할 목적으로 지속적으로 뇌물공여를 모색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SK와 롯데가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을 출연한 대가로 최 회장의 사면이나 면세점 특혜를 받았다는 내용이다.
지난해 1기 특수본의 조사 내용과 결을 달리한다. 1기 특수본은 대기업의 거액 출연을 두고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혐의를 직권남용·강요로 결론지었다. 박 전 대통령의 압박에 어쩔 수 없이 출연한 피해자로 봤다는 뜻이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박 전 대통령의 ‘뇌물죄’ 혐의 입증을 위해서는 기업들과의 관계를 확인해야 하는데, 결국 기업들의 대가성을 밝혀야 연결고리가 완성된다.
검찰은 이미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적용한 법리를 적극 참고 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의 거액 출연과 대가성에 대해 명확히 따지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SK는 최 회장의 사면 대가로 미르·K스포츠재단에 111억원을 출연했다는 의혹이 핵심이다. 또 SK는 워커힐 면세점 특허를 되찾았다. 롯데 롯데면세점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권 획득에 대가성이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015년 면세점 특허심사에서 월드타워 면세점이 탈락했으나 신 회장이 박 전 대통령을 독대한 뒤 지난해 4월 정부의 추가 면세점 사업권 선정에서 특허권을 재취득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일회성 출연이 아니라 이를 빌미로 경영에 도움이 될 만한 청탁을 했다고 보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한 모습이다.
기업들은 관련 혐의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 최태원 회장은 줄곧 재단 출연금에 어떠한 대가 관계도 없으며 부정한 청탁 또한 한 적이 없다고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의 뇌물죄 성립이 이루어지면 기업 총수들 역시 피의자로 신분이 바뀌게 되고, 구속 수사가 이루어질 수도 있다. 이미 이재용 부회장이 뇌물공여죄로 구속된 데다가 박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안종ㅈ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 수석 등도 구속된 상태다.
재계는 저성장 기조, 중국의 사드 보복, 미국 금리 인상 등 대내외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기업 총수들의 잇따른 구속을 우려하고 있다. 이미 5개월째 계속된 수사에 경영 활동에 차질을 빚고 있는데 이후 상황이 더 악화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투자, M&A(인수합병)을 비롯한 장기적인 경영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기 위한 동력을 잃게 된다는 입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으로 SK나 롯데 등 역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다”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수사가 내일(21일) 진행 되는 만큼 상황을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서 압박하는 일을 기업에서 거부하기 힘든 것은 사실”이라며 “이런 부분이 검찰 조사에서 밝혀지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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