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은산분리 완화, 인터넷銀 혁신 위해 반드시 필요”

안정 경영하려면 내년 말 4000억 증자 필요

“관련 법안 제·개정 되면 혁신 속도 빨라져”

해외송금 수수료, 시중銀의 10% 수준으로

“케이뱅크보다 가격·편의성 측면 우세 자신”

금융위원회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 은행업 인가증 수여. 사진=이수길 기자 [e-mail]

국내 제2호 인터넷전문은행(이하 인터넷은행)인 한국카카오은행(이하 카카오뱅크)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본인가를 받으면서 공식적인 출발을 알렸다.

카카오뱅크는 5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용우·윤호영 공동대표와 김학수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은행업 본인가 수여식을 진행하고 인가 과정에 대한 기자단 브리핑을 진행했다.

이날 카카오뱅크는 90일간의 본인가 요건 충족 심사를 진행하고 제6차 금융위 정례회의를 거쳐 사업 본인가를 받게 됐다. 카카오뱅크는 앞으로 실거래 테스트와 각종 지급결제망 연계 작업 등을 거쳐 오는 6월 중에 공식 개업할 예정이다.

9개 주주사로부터 3000억원의 자본금을 조달한 카카오뱅크는 아직 상당량의 자본금이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금 2500억원의 다수를 초기비용으로 지출한 탓에 대출 여력에 대한 지적을 받고 있는 케이뱅크와 비교할 때 카카오뱅크의 상황이 조금 더 나아 보인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말까지 수신/여신 자산 규모를 5000억원 규모로 불리고 3년 후에는 손익분기점을 넘어선 뒤 10년 후에는 자산 규모를 20조원까지 키우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밝혔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말까지 국제결제은행(BIS)이 정한 자기자본비율을 20% 수준에 맞추고 내년 말 정도 쯤에는 13%대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물론 기본적인 수신/여신 업무를 진행하면서도 BIS 비율을 맞춰 가며 안정적인 영업을 하려면 증자가 필요하다.

먼저 출범한 케이뱅크는 은행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를 강조하는 현행 은행법에 막혀 비금융권 최대주주의 유상증자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카카오뱅크는 금융자본인 한국투자금융지주가 58%의 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에 케이뱅크와 달리 원활한 증자가 가능하다.

이용우 공동대표는 이날 브리핑 후 질의응답을 통해 “안정적인 경영을 하려면 내년 말께 약 4000억원 규모의 증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공동대표는 ICT 기업인 카카오가 유증 참여를 통해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도록 은행법 개정안과 인터넷은행 특례법이 하루빨리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은행법 개정안과 인터넷은행 특례법이 통과되면 산업자본의 은행 경영 참여 폭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 공동대표는 “지배구조상 현행 은행법으로도 증자가 가능하나 ICT 기업인 카카오가 최대주주가 된다면 혁신 속도가 더 빨라지며 현행 법대로 가게 되면 혁신이 더뎌질 수 있다”면서 “은행법 개정안 통과 실패 시 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는 않지만 만일을 대비해서 일종의 플랜B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달 먼저 영업을 시작한 케이뱅크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경쟁을 피하면서도 카카오뱅크만의 장점을 적극 피력하고자 힘쓰는 모습이었다.

윤호영 공동대표는 “계좌는 직접 만들지 못했지만 케이뱅크의 운영 상황을 보니 매우 잘 되는 것 같다”며 경쟁자를 호평하면서 “현재 상황에서 카카오뱅크의 장점을 말하기 모호하지만 편의성이나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카카오뱅크가 우세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는 바로 해외송금이다. 카카오뱅크는 간편 해외송금을 주력 서비스 중의 하나로 홍보하고 있다.

이용우 공동대표는 “정확한 수수료 금액을 공개할 수 없지만 기존 시중은행 송금 수수료의 10분의 1 수준이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 공동대표는 “카카오뱅크의 향후 진출 영역 중 하나인 신용카드 사업은 당국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면서 “은행 사업 확장 현황과 사업 준비 과정, 인가 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하면 적어도 1년 반 뒤인 내년 말쯤 신용카드 사업 인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뱅크가 카카오의 이름을 달고 시장에 등장하게 됐지만 예상과 달리 카카오택시 등 카카오가 제공하고 있는 각종 모바일 서비스 이용요금을 카카오뱅크를 통해 직접 결제하기까지는 쉽지 않아 보인다.

윤호영 공동대표는 “인앱결제 시스템 구조 상 애플과 구글이 수수료를 떼기 때문에 직접적인 대금 결제 거래는 불가능하다”면서도 “카카오뱅크 앱을 이용하면서 카카오톡과 네트워킹이 필요한 부분에서 시너지가 나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