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안건 아닌 막판 구두 결정타 부처 사전 조율 없이 통보논의기간 고작 3개월비전문가 시민배심원이 결정
자유한국당 곽대훈(대구 달서갑) 의원은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달 27일 열린 ‘제28회 국무회의 회의록’을 분석한 결과 정식 안건도 아닌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계획이 구두로 보고됐고, 관련 부처인 미래부와 산업부 장관은 아무런 의견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곽 의원이 행정자치부로부터 받은 당시 회의록에 의하면, 홍남기 국무조정 실장이 구두로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공론화위원회 구성 계획과 함께 ①공론화위원회 결정 때까지 공사를 일시중단 하는 안 ②공사를 진행하면서 공론화를 진행하는 안을 함께 보고 했다.
이에 김영춘 해수부 장관이 “공사는 일시 중단하는 것이 여러모로 봤을 때 가장 타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이를 받아 문재인 대통령은 "일단 공사는 중단하고, 빠른 시일 내에 공론화 절차를 마치자"고 결론 내렸다.
그런데 정작 이해 당사자인 미래부 장관(최양희), 산업부 장관(주형환)은 국무회의에 참여하고 있었음에도 아무런 발언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원자력안전법상 사업인허가를 담당하는 원자력안전위원장은 배석조차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홍 실장의 보고는 구두보고 형식이라는 이유로 타 부처와 사전 조율 없이 이뤄져 거의 통보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지난달 27일 울산 울주군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 6호기 공사 일시 중단 결정을 발표하며 충분한 논의를 거쳤다고 말했다. 부처 간 이견은 물론이고 한국수력원자력, 시공사, 지역 주민 등 이해 관계자들이 처할 상황을 고려했음을 강조한 발언이었다.
그러나 이날 국무회의 안건은 5일 전인 지난달 22일 비공개 차관회의에서 결정됐다. 공론화위원회 구성이나 신고리 5, 6호기 공사 일시 중단은 안건으로 다뤄지지 않았고, 최종 공사 중단을 공론화위에 맡긴다는 내용도 마찬가지였다.
신고리 문제는 국무회의에서 사전 예고됐던 9개 안건의 논의가 끝난 뒤 국조실장의 구두보고로 테이블에 올랐다. 8조6000억 원의 사업비와 공정 상황(29%) 등이 언급됐고, 공사를 일시 중단할지를 결정해야 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공사 일시 중단에 따른 피해 규모와 보상 방안, 찬반양론 등은 언급되지도 않았다.
정부는 신고리 공사 중단을 선언하며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최대 3개월간의 논의를 통해 시민 배심원단이 완전 중단 여부를 판단하도록 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정부는 당일 13일오전 국무조정실에서 총리 주재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 구성과 배심원단 구성을 위한 킥오프 미팅을 갖았다.
그러나 재계와 학계의 반응은 탐탁치 않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과 관련한 공론화는 건설 중단에 따른 책임과 매몰비용을 공론화위원회에 어물쩡 넘기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30년 동안 공론화 과정을 거친 타국가들과 비교해 3개월간의 시한부 논의로 이뤄지는 결정에 어느 누가 승복하겠냐는 회의적 반응이다.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정범진 교수는 “신고리 5·6호기의 일사중단은 시급성 보다는 신중함을 요하는 에너지 정책을 3개월만에 서둘러 결정하려는 우를 범하고 있다”며 “기존 에너지와 관련된 국가정책을 깡그리 무시하고 있으며 전문성이 요구되는 국가정책을 공론화위원회와 시민배심원에 의사결정을 맡김으로써 이념몰이식 포퓰리즘으로 몰고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의 조직이 있는데 위원회를 구성해서 운영한다는 것도 석연치 않고 위원회는 통상 권한만 있고 책임은 없는 조직”이라며 “이런 국가적 중대 사안을 가볍게 다룰 우려가 있으며 이는 국무조정실의 사안도 아니고 산업통상자원부의 소관업무”라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가 오늘 오후 열리는 가운데, 공사 일시중단 안건을 통과시킬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수원 이사회가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신고리 원전 5·6호기의 건설 중단을 둘러싼 갈등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이기 위해 논의 과정·법적 절차 검토 등을 무시한 채 무리하게 신고리 5·6호기 중단 절차를 강행한 정부가 사회 전반의 갈등만 증폭시킨 셈이다.
뉴스웨이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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