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출발’ 기보···공사 전환 속도내나

창업지원 위해 경영 자율성 필요

공사 전환땐 직접 투자 등 기능 강화

감독기능 넘겨받은 중소벤처부 판단이 관건

중소벤처기업부 소속으로 새롭게 출발한 기술보증기금(기보)이 숙원 과제인 ‘공사’ 전환을 이뤄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창업생태계를 구축한다는 정부 기조에 맞춰 기보의 적극적인 지원이 요구되는 만큼 공사 전환을 통해 경영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0일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기보는 신설 중소벤처기업부로 소속이 변경됐다. 정부가 기보를 중소벤처기업부 산하로 옮긴 것은 벤처·기술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강화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외부에서는 정부 조직개편과 함께 기보의 영향력이 대폭 강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금융공사 전환 문제도 조만간 공론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간 기보는 기금형태인 기존 체제에서 벗어나 사업형 공사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중소기업의 자금조달을 지원하는 본연의 역할에 힘을 싣기 위해서는 창업 전담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기보는 기술보증기금법에 따라 기금을 관리하기 위한 특별법인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사업 예·결산 사항에 대해 엄격한 통제·관리가 이뤄지고 있으며 사업 계획 수립과 기금 운영에도 정부의 감독을 받아 자금을 보수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때문에 현재는 보증 업무에 사업이 집중된 모양새다. 기보가 연간 신규 공급하는 보증의 규모는 5조원에 이르는데 보증과 연계한 투자액은 연간 45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기보가 공사로 전환에 성공하면 보증 외에도 기술평가를 통한 직접 투자나 채권 발행을 통한 자체 자금 조달이 가능해진다. 기보는 기술평가 인프라와 기술금융 노하우를 바탕으로 보증과 투자, 기술컨설팅 등 융·복합적 패키지 지원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물론 기보의 공사 전환은 자체적인 노력이나 단순한 의지만으로 성사될 문제는 아니다. 법 개정이 필요해 감독기관이나 정치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앞서 관련 이슈가 처음으로 부각됐을 때도 기획재정부 등은 기관별 업무 중복에 따른 비효율성을 우려해 다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바 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출범한 중소벤처기업부가 기술기업 육성이라는 임무를 짊어진 만큼 효율성 제고를 목적으로 기보의 공사 전환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도 있다는 게 금융권 일각의 분석이다. 이에 중소벤처부 장관이 공식적으로 선임되는 등 조직이 완벽히 자리를 잡으면 해당 사안이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보 관계자는 “창업 전문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공사 전환을 성사시켜야 한다는 점은 내부적으로도 공감하는 분위기”라면서 “공사로 전환된다면 보증, 투자, R&D, 엑셀러레이팅, 기술이전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기업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